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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본격 공략 나선 엔씨소프트] ‘린저씨(리니지+아저씨)’ 이미지 벗을까

[MZ세대 본격 공략 나선 엔씨소프트] ‘린저씨(리니지+아저씨)’ 이미지 벗을까

캐주얼 모바일게임 ‘트릭스터M’ 출시 계획… ‘과도한 요금 유도’ 등 이미지 개선 나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2019년 9월 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리니지2M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MZ세대 공략에 나선다. 간판 지적재산권(IP)인 ‘리니지’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MZ세대가 좋아할만한 캐주얼 장르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씨는 캐주얼 역할수행게임(RPG) ‘트릭스터M’, 케이팝(K-POP)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 등을 통해 1020 젊은 유저들을 본격적으로 끌어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엔씨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과거 새로운 시장에 도전했다 실패한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엔씨는 하드코어 RPG로 유명한 게임사다. 대표 캐시카우인 ‘리니지’를 비롯해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길드워’ 등 다양한 인기 IP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PC 온라인 게임에 이어 지난 2017년 6월 출시한 ‘리니지M’, 2019년 11월 출시한 ‘리니지2M’ 등 모바일 게임마저 큰 성공을 거두며 최근까지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4월 7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와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잘 나가는’ 엔씨에도 고민은 있다. 리니지를 비롯한 대다수 게임이 많은 시간과 높은 과금을 요구하는 하드코어 RPG이다 보니, 최근 새로운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이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용어다. MZ세대는 그 이전 세대와 달리 한 게임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는다. 그들은 게임을 직접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을 더 즐긴다.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젊은 유저들은 유튜브나 트위치 등을 통해 다른 유저의 게임 플레이 영상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며 “게임업계는 젊은 유저들을 게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니지’ 경험 없는 1020세대 유저 이탈 우려
엔씨소프트 트릭스터M 이미지 /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엔씨 역시 젊은 유저들의 이탈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특히 10대와 20대는 원작 리니지에 대해 이름만 들어봤을 뿐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다. 당연히 리니지에 대한 추억 역시 없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큰 성공을 거둔 배경은 과거 원작 PC 게임을 즐겼던 30~50대 게임 유저들, 이른바 ‘린저씨’(리니지+아저씨의 합성어)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특히 엔씨가 만든 게임들은 대부분 높은 과금 수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30~50대와 비교해 경제력이 떨어지는 MZ세대가 엔씨 게임들을 제대로 접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엔씨의 대표 캐시카우인 리니지M의 경우 현금 1억원 미만 과금 캐릭터는 무과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극한의 PK(게임상에서 다른 유저를 죽이는 행위)를 지향하는 리니지M 특성 때문에 많은 유저가 ‘현질’로 ‘강함’을 추구한다. 현금을 많이 써서 아이템 강화 등을 해야 캐릭터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리니지M ‘핵과금러’(게임 내 고액 결제자)들은 현금 50억원 이상을 게임에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MZ세대에게 엔씨의 게임이 관심을 받기 어려운 것이다.

엔씨가 하드코어 RPG에서 벗어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RPG를 선보이는 것은 이런 약점을 알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중 신규 캐주얼 모바일게임 ‘트릭스터M’을 출시할 계획이다.

‘귀여운 리니지’란 별명을 얻은 트릭스터M은 엔씨 자회사인 엔트리브소프트가 11년간 서비스한 PC 온라인게임 트릭스터 IP를 활용한 MMORPG다. 자회사 엔트리브는 1990년대 PC RPG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로 국산 게임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손노리’로부터 분사한 게임 개발사다. 엔씨는 지난 2012년 1085억원을 들여 엔트리브를 인수했다.

트릭스터M은 아기자기한 2D 도트그래픽, 독창적인 드릴 액션 등 원작이 가진 주요 요소를 그대로 계승했다. 엔씨는 원작 트릭스터가 젊은층, 특히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이번 트릭스터M이 엔씨의 고객 스펙트럼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한다.

스포츠 캐주얼게임인 ‘팡야M’도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팡야M은 ‘팡야’ IP를 활용한 모바일 판타지 골프 게임이다. 원작 팡야는 글로벌 40여 개 국가에서 서비스했던 엔트리브의 대표작이다.
 김택진 대표 친동생, 엔터 시장 진출 역할 맡아
엔씨소프트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를 선보였다. /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엔씨는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인기 아이돌 가수에 열광하는 10대와 20대를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엔씨는 지난해 엔터 자회사 ‘클렙’을 설립했다. 클렙은 김택진 엔씨 대표의 친동생인 김택헌 부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고, 현재 엔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클렙은 지난 1월 K-POP 엔터 플랫폼 ‘유니버스’를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유니버스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올인원 플랫폼이다.

전문가들은 엔씨가 ‘린저씨’, ‘과도한 과금 유도’ 등 리니지 하면 떠오르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선 새로운 서비스를 통한 이미지 개선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캐주얼 장르 및 엔터 시장 도전과 관련해 마냥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엔씨는 리니지와 같은 하드코어 장르에 특화된 게임사다. 캐주얼 장르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없다. 캐주얼 장르에 특화된 경쟁사 넥슨과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엔씨소프트는 과거에도 웹보드게임 시장에 도전했다가 서비스를 접은 경험이 있다”며 “캐주얼 장르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엔터 플랫폼 유니버스 역시 출시 초기 ‘프라이빗콜’ 서비스와 관련해 팬들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프라이빗콜 서비스는 AI로 아이돌 가수의 목소리를 구현해 실제로 통화하는 듯한 경험을 느끼게 해주는 서비스다.

그러나 많은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크게 반발했다. 일부 팬들은 ‘소름 끼친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엔씨 관계자는 “일부 문제가 된 대화 내용을 수정하고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지속해서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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