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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10년 M&A, 이재용의 ‘뉴 삼성’ 전략이 보인다

[10대 그룹 10년 간 M&A 추적 ②] 삼성그룹
2014년 이후 M&A 대폭 증가
M&A에서 지분투자로 신성장동력 확대

 
 
기업의 M&A는 한국 산업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정표다. 대전환의 시기였던 지난 10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은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체질개선에 내서며 숨 가쁘게 질주했다. 10대 그룹의 M&A를 보면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 산업을 이끄는 10대그룹의 10년간 M&A를 해부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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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10년간 펼쳐온 인수·합병(M&A) 규모는 독보적이다.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10년 동안 진행한 M&A는 총 497개다. 이 중 순수 M&A가 162건, 지분투자가 316건, 조인트벤처가 19건이었다. 한국 산업을 이끄는 10대 그룹 중에서도 압도적인 규모다.
 
순수 M&A 거래만 보면 삼성그룹이 인수한 기업의 총 가치가 22조7008억원으로, 매각한 기업의 총 가치 17조9844억원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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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10년간 M&A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장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2013년 25건에 불과했던 삼성그룹의 M&A(순수 M&A, 지분투자, 조인트벤처 합산)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 이후 속도가 붙었다.
 
2014년 34건으로 증가한 M&A 거래는 2015년 51건으로 급증했고, 2016년(53건)과 2017년(61건)에도 광폭 행보를 이어가며 그룹 체질개선과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1년부터 살펴본 삼성그룹의 M&A데이터 중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진 연도는 2019년이었다. 2019년 삼성그룹의 순수 M&A는 14건, 지분투자는 51건으로 총 65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키를 잡은 2014년 이후 삼성그룹의 M&A 성격도 달라졌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순수 M&A거래가 지분투자보다 많았으나 2014년 이후부터 지분투자가 M&A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인수 기업의 경영권보다는 새로운 기술력과 지분투자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더 중요시하는 M&A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2020년에는 삼성그룹의 M&A(6건)와 지분투자(45건)의 차이가 무려 7.5배에 달한다.
 

‘소프트웨어’ 분야 인수가 가장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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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M&A를 살펴보면 이 부회장의 '뉴 삼성' 전략이 돋보인다. 
 
2013년까지 삼성전자의 M&A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집중돼 있었다. 삼성전자는 2011년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M램 개발 업체 그란디스를, 2012년 스웨덴 무선 Lan 칩셋 개발 업체 나노라디오를 인수했다. 2012년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에 7145억원을 투자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2011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S-LCD와 네덜란드 디스플레이 R&D 전문기업인 리콰비스타, 2013년 인수한 독일계 OLED 기업 노바 LED가 대표적인 거래다.
 
2014년부터 삼성전자의 M&A의 무게 중심은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IoT로 옮겨왔다. 
 
삼성전자의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 역시 M&A로 얻은 결과다. 삼성전자는 2014년 미국의 IoT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해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까지 삼성의 모든 제품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있다.
 
2015년에는 미국의 모바일 결제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해 삼성페이를 내놨다. 2016년에는 애플의 음성 비서 서비스 시리(Siri)를 만든 핵심 개발자들이 설립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비브 랩스를 인수해 관련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그리스 음성기술업체 이노틱스를 인수해 빅스비 등 음성 기반 서비스의 품질을 높였다. 
 
2016년 말에는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하며 차세대 자동차의 종착역인 커넥티드카 시장에 진입했다. 올해 2월에는 하만이 미국 자율주행 업체 사바리를 인수하며 전장사업의 몸집을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바리 인수를 시작으로 삼성전자와 하만의 전장기업 M&A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삼성그룹의 '매각 딜'을 살펴보면 그룹의 선택과 집중이 한 눈에 보인다. 삼성그룹은 화학과 방산,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사업, 프린터사업 등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해왔다.
 
삼성그룹이 매각한 거래 중 규모가 가장 큰 건은 삼성코닝정밀소재다. 삼성전자는 미국 코닝사(社)와 합작해 세운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2조3268억원 어치를 2013년 코닝에 팔았다.
 
2015년에는 그룹 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화학 부문을 지웠다. 2015년 삼성은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S케미칼) 지분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을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삼성SDI 매각 지분만 2조3265억원에 달하는 빅딜이었다.
 
삼성전자가 2011년 미국 씨게이트에 매각한 HDD 사업부(1조4944억원)와 2016년 미국 HP에 프린터 사업부(1조1673억원) 역시 삼성그룹 매각 Top 5 안에 드는 대규모 거래였다. 
 

"M&A 시계 멈췄다" 우려에 "3년내 보여줄 것" 화답  

 
반면 삼성그룹의 순수 M&A 인수 건 중 5000억원이 넘는 빅딜은 손에 꼽힌다. 삼성전자가 2016년 인수한 하만과 소니와의 합작사였던 S-LCD를 제외하면 5000억원 넘는 순수 M&A 거래는 모두 부동산 투자다. 삼성전자는 2011년 1조0822억을 투자해 소니와의 LCD 합작법인인 S-LCD의 소니 지분 전량을 인수했고 2016년 사상 최대 금액인 9조1630억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했다.
 
이후 빅딜로 꼽히는 인수는 진행하지 않았다. ‘삼성의 M&A시계가 2016년 이후 멈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3년 내 의미 있는 M&A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만큼 하만을 뛰어넘는 초대형 M&A가 기대된다. 
 
실탄도 충분하다. 2020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만 124조6500억원에 달한다. 그룹 전체로 보면 삼성그룹이 단기간 내에 움직일 수 있는 현금이 377조가 넘는다. 삼성의 다음 움직임에 한국은 물론 세계가 집중하는 이유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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