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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중국 왕이 외교부장, 중동 6개국 순방 이유는?

이란에 425조 투자 계획·UAE와 백신 외교
중국의 통큰 선물 보따리, 미국 관심 줄어든 중동에서 영향력 확대 노리나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얀 아랍에미리트(UAE) 외교장관이 2021년 3월 2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만난 자리에서 팔꿈치를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중국의 외교 책임자인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외교부 장관)이 3월 24일부터 30일까지 중동을 순방했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에 이어 신장위구르·홍콩·대만 등을 둘러싼 인권·주권 문제로 힘겨루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왜 중동을 찾았을까?
  
이를 따지기 전에 국제정치에서 중동이란 지역의 의미를 먼저 살펴보자. 그래야 왕이 외교부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이 지역을 부랴부랴 찾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가치 ‘반공·석유·이스라엘’

 
미국 조지타운대 명예교수이자 싱가포르 국립대 중동연구소장인 마이클 허드슨은 『중동의 국제관계(미래엔 번역출간)』에서 중동에서 미국이 얻을 수 있는 국익으로 반공산주의·석유·이스라엘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는 20세기 초 이해 중동의 전략적 가치를 보는 서구의 전통적인 시각이었다.
  
영국의 중동학자로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전문위원이자 런던정경대(LSE) 교수인 토비 도지는 “미국 경제의 석유 의존이 1945년 이래 꾸준히 증가하면서 미국의 정책은 주요 산유지역인 중동의 안정과 유연성에 관심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동에 반복적으로 개입해왔지만 석유가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요인도 함께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옥스퍼드대 출판사가 펴낸 『미국의 국제 정책(마이클 콕스, 덕 스토크스 편)』에서 도비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중동과 관련해 자신의 독트린을 발표해왔다고 소개했다. 이는 냉전시대는 물론이고 그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1947년 3월 12일 나온 트루먼 독트린은 공산주의 소련의 공세를 막기 위해 중동과 유럽을 잇는 터키와 이웃의 그리스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1957년 3월 9일 내놓은 아이젠하워 독트린은 국제 공산주의의 위협을 받는 중동 국가들에게 미국이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체제경쟁에서 소련을 누르고 지정학적 가치가 큰 중동에 공산주의의 확대를 억제하면서 외교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의도였다. 
 
그 결과 미국은 냉전시대 내내 이 지역에서 군사적·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했다. 일부 국가는 군사적으로 미국에 의지했다.
    
사실 미국은 어디에서도 국익을 위해서라든지, 세력 균형 유지를 위해서라든지 등 현실주의적인 목표를 대놓고 말하지 않았다. 미국은 줄곧 공산주의 위협으로부터 지역을 보호한다든지, 독재자의 침략으로부터 주권을 회복한다든지, 민주주의를 전파한다는 등 겉보기에 ‘선하고 이상적인 명분과 목적’을 내세웠다. 미국은 왜 그랬을까.  
 

세계 1위 석유 생산국 VS 세계 1위 석유 수입국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압둘라 빈 자이드 알나얀 아랍에미리트(UAE) 외교장관에게 2021년 3월 2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중국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백신 시노팜을 선보이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시카고대의 현실주의 정치학자 존 미어셰이머 교수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김앤김북스)』에서 “미국인들은 덕을 제도화하고, 악한 사람을 파멸시켜야 하며, 사악한 제도와 행위들을 파괴해야 한다고 믿는 이상적 도덕주의자”라는 사회학자 세이무어 립셋의 말을 인용한다. 
 
미어샤이며 교수는 “미국인들은 전체주의와의 싸움 혹은 민주주의 전파라는 자유주의의 고상한 목적”을 내세운 전쟁에만 환호하고 이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힘에 의한 세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든지, 반대로 이를 깨기 위한다는 ‘현실주의적’ 명분은 수긍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상주의를 내세우며 건국하고 국민의 의지와 의사에 따르는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특징이 이렇게 드러나는 것일 수 있다. 아니면 미국을 정의를 실현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선한 스타’로 여기는 미국민의 여론, 또는 착각이 반영됐을 수도 있다. 미국이 무력을 사용하든지, 특정 지역·국가에 개입할 때는 이렇게 그럴싸한 명분이 동원되지만 사실 그 배경에는 힘의 투사라든지, 영향력 확대, 패권 추구나 유지라는 현실주의적 이유가 당연히 깔려있다. 일종의 국제정치적 위선일 수 있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반공주의의 가치는 이미 퇴색했다. 이스라엘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세력은 이제 중동에서 찾을 수 없다. 하나 남은 석유의 가치마저 이젠 흔들린다. 미국 자체가 셰일의 대거 개발로 2020년 기준으로 세계 1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4위의 수출국이 됐기 때문이다.
  
셰일 혁명으로 석유 자급을 넘어 수출국으로 전환한 미국은 에너지 분야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일일 석유 생산 순위는 미국(1130만 배럴)·러시아(986만 배럴)·사우디아라비아(926만 배럴)·캐나다(420만 배럴)·이라크(410만 배럴)의 순이다. 그 뒤를 중국(388만 배럴)·아랍에미리트(UAE·313만 배럴)·브라질(293만 배럴)·이란(266만 배럴)·쿠웨이트(262만 배럴)가 잇는다.
  
미국은 이미 2018년 석유 수출 순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이라크에 이어 세계 4위의 석유 수출국이다. 캐나다·UAE·쿠웨이트가 그 뒤를 따른다. 미국이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동에 거액의 비용을 들여 정치·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제적 이유가 상당히 줄어든 셈이다. 물론 중동은 석유라는 변수로만 말할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다. 
 
그러는 동안 중국은 지구상에서 석유에 가장 목이 말라하는 나라가 됐으며, 중동 석유 수출국의 가장 큰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의 다국적 에너지기업 BP와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하루 석유 소비 순위는 미국(1940만 배럴)·중국(1405만 배럴)·인도(527만 배럴)·일본(381만 배럴)·사우디아라비아(378만 배럴)의 순이다. 그 다음이 러시아(331만 배럴)·한국(276만 배럴)·캐나다(240만 배럴)·브라질(239만 배럴)·독일(228만 배럴)이다. 미국은 석유에 아쉬울 게 없지만, 중국은 석유 갈증이 심하다는 이야기다.
  
통계를 살펴보면 중국은 1일 10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수입해야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석유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경제는 곧 정치이기 때문이다. 매년 시장에 유입되는 노동력을 고용하려면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유지해야 한다. 경제성장을 계속하면서 새롭게 시장에 유입되는 인력의 고용을 유지해야 체제의 안정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불안은 곧 사회적 불안으로 연결되며 이는 중국의 체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왕이, 이슬람 권위주의 국가 위주 순방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얀 아랍에미리트(UAE) 외교장관이 2021년 3월 2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회담하는 모습.[연합뉴스]
 
중국의 외교 책임자인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외교부 장관)이 3월 24일부터 30일까지 중동을 찾은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치열한 외교전의 양상과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왕 부장은 3월 24일부터 30일까지 1주일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터키·이란·오만·바레인 등 중동 6개국을 순방했다. 강행군이다.
  
왕 부장의 이 순방은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3월 18~19일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격렬한 언쟁을 벌인 뒤 첫 해외 방문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미국의 앤서니 블링큰 국무부 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의 양제츠(杨洁篪)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중국의 외교수장이 그 뒤 처음으로 찾는 순방지로 중동을 선택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외교 수장의 중동 순방이라면 그 핵심 의도로 흔히 석유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중동에 석유만 있는 게 아니다. 중동은 현대 국제정치에서 주요 변수로 자리 잡은 이슬람 정치의 근간을 이루는 지역이다.
  
왕이가 순방한 중동 6개국은 모두 무슬림(이슬람교 신자) 인구가 절대 다수다. 사우디아라비아·UAE·오만·바레인은 이슬람 군주국이고, 이란은 시아파 사제인 최고지도자가 군과  법원을 움켜쥐고 대통령과 국회 등 선출된 권력을 통제하는 이슬람공화국이다. 터키는 세속국가를 표방하지만 이슬람주의자로 통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개헌 등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철권을 휘두르고 있다.
  
이들은 권위주의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왕이는 이들은 상대로 신장위구르·홍콩·대만과 관련한 미국의 압박에 대항해 영토·주권·체제라는 ‘핵심이익’을 지키기 위한 전방위 외교에 나섰다.
  
여기서 중국이 말하는 핵심이익이란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국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을 가리킨다. 영토·주권·체제 등과 관련 있는 사안을 가리키지만 중국 지도자의 의지나 의사, 국제 관계나 중국 역량·관심사의 발전에 따라 변화해왔다.
  
핵심이익이란 용어는 2003년 1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시절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부장이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뉴욕에서 만났을 때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주장하면서 이를 처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탕 부장은 “대만문제는 중국의'핵심이익에 해당하므로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해야 미·중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절대 양보하지 않을 사안이나 이를 받아들여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관계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절인 2009년 7월 다이빙궈(戴秉国) 외교부장은 제1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회의에서 핵심이익을 확대해, ‘중국 공산당과 국가의 기본제도 유지’ ‘국가안보와 영토 및 주권 보호’ ‘경제 및 사회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의 3대 핵심이익을 제시했다. 핵심이익의 수호는 중국이 경제발전으로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한 이래 중국 외교의 건드릴 수 없는 최고 가치로 자리잡아왔다.  
 

왕이 “美, 신장·홍콩·대만 문제 간섭 말라”  

 
왕이가 중동을 순방한 것은 대미 대항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침해하고 위협한다는 판단해 국제사회에 이를 “미국의 일방주의이고 내정 간섭이니 함께 반대하자”고 권유하러 나선 셈이다. 중국이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핵심이익은 바이든 정부가 출범 뒤 계속 강조해온 신장위구르와 홍콩에서의 인권 침해 문제다.
  
중국은 1월 20일 미국에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양한 부문에서 갈등해왔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불붙었던 무역 전쟁은 정권이 바뀌면서도 여전했다. 
 
바이든의 민주당 정권은 인권 문제를 앞세워왔던 전통도 복원했다. 그 결과 미·중 사이에는 기존의 무역 전쟁에 더해 신장위구르·홍콩을 둘러싼 인권 문제까지 불거졌다. 거기에 중국의 대만에 대한 위협까지 더해 미·중 갈등은 더욱 확장되고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미국은 이를 내세우며 전방위로 중국을 압박했다.
 
왕이 외교부장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중동에 급히 날아간 기본적인 배경이다. 왕이는 무역전쟁에서 발화한 미·중 갈등이 신장위구르·홍콩의 인권 문제와 대만 문제까지 전선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우군을 확보하거나, 최소한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는 말아달라는 ‘핵심이익’ 수호 외교전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제시할 당근으로 일대일로와 관련한 경제협력을 제시했다. 2022년 베이징 겨울 올림픽 협력 이야기도 있었지만 중동은 겨울올림픽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왕이는 상당한 순방 성과를 홍보했다. 3월 24일 가장 먼저 찾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왕이는 이 나라의 파이살 빈 파르한 외무부 장관과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왕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신장·홍콩·대만 등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에서 중국을 이해하고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순방의 가장 큰 이유를 처음부터 강조한 셈이다. 그러면서 “일부 서구 국가가 거짓말에 근거해 신장 문제로 중국을 제재하는 것은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자 신장 제재를 구실로 중국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근도 잊지 않았다. 왕이는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제안을 사우디아라비아의 발전 계획과 연계해 무역·투자·5G·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아랍권 정상회의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석유 시대가 끝날 때를 대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추구하는 신경제 계획에 중국이 교역과 투자, 그리고 기술협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대화는 덕담 수준에서 벗어나진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이란에 425조 투자 계획  

중국이 개발한 시노팜 백신[연합뉴스]
 
왕 부장의 방문 일정 중 가장 주목을 받은 나라는 이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를 거쳐 3월 27일 방문한 이란에선 굵직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중국은 이란과 적대관계인 미국이나 중동권의 다른 나라들이 보란 듯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통 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란에 25년에 걸쳐 무려 4000억 달러(약 452조원)에 이르는 거액을 금융·에너지·항만·철도·5G 등의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25년이라는 기간, 그리고 유엔안보리 제재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긴 하지만 액수만으론 중국의 중동 지역 최대 투자다.
 
중국은 이란에서 원유와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앞으로 25년 동안 포괄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로 하고 협정에 서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협정으로 중동에서의 중국 영향력이 커지는 대신 국제사회에서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은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왕 부장은 이어 찾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선 백신 외교에 주력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UAE에선 중국 국영 제약사인 시노팜이 아부다비의 그룹42가 합작기업을 만들어 아부다비에 현지에 연 2억 회분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워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왕 부장은 아부다비의 왕족인 UAE의 압둘라 빈자이드 알나흐얀 외교국제협력부 장관과 함께 3월 28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압작회사 설립 화상 행사에 함께 참석했다. 
 
아부다비는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가장 영토가 넓고 석유 생산의 98%를 차지하는 중심 국가다. UAE는 아부다비의 에미르(이슬람 세습군주)가 당연직 대통령을, 두바이의 에미르가 총리를 맡는다. UAE의 수도도 아부다비다.
  
왕 부장은 양국 사이 여행 재개를 촉진하기 위해 건강코드의 상호 인증에도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UAE와 이웃 나라에 있는 중국인들이 자국산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접종소를 UAE 내에 설치하는 것도 합의했다.
  
UAE는 중국의 우방인 파키스탄과 더불어 중국산 시노팜 백신의 주요 해외 소비처다. UAE 정부가 운영하는 코로나 백신 사이트에 따르면 이 나라는 시노팜과 더불어 미국·독일의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그리고 스웨덴·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왕이는 바레인과 오만을 거쳐 귀국한 다음 격리 규정 때문에 베이징에 바로 돌아가지 않고 3월 31~4월 2일까지 남부 푸젠(福建)성에 머물며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의 외교부 장관을 차례로 초청해 회담했다. 왕이는 4월 3일엔 한국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대만이 차지하고 있는 진먼다오(金門島)가 보이는 푸젠성 샤먼(廈門)에서 만나 회담했다. 왕이 외교부장이 3월 24일 시작한 기나긴 출장 일정의 끝이었다.
  
이번 출장으로 중국이 신장위구르·홍콩·대만 문제와 관련해 얼마나 상대국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냈는지는 불분명하다.
  
2011년 아랍의 봄과 같은 국민 저항과 민주주의 요구를 두려워하는 권위주의 국가의 특성상 홍콩 민주화 억압과 관련해선 순방국가들의 입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영국·유럽연합(EU)이 지적하는 신장위구르의 무슬림(이슬람 신자) 탄압과 관련해선 이슬람권의 입을 얼마나 막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무리 군주국가이거나 권위주의 국가라고 해도 해당 국가들이 대다수가 무슬림인 국민의 반응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는 인터넷을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통제하는 중국과 달리 디지털 미디어가 열려있다. 해외나 국내 매체에서 비판적 보도를 얼마든지 접합 수 있다. 이런 나라들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아무리 당근을 제시한다고 해도 무슬림 탄압 주장과 관련해 지지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중국의 대응 방식이 20세기 멘탈리티, 또는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다만 왕이의 중동 순방은 미·중 갈등과 관련해 중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앞으로도 내내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핵심이익 수호를 위한 중국의 거친 대응이 2021년의 국제사회를  더욱 복잡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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