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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옵티머스 피해자에 원금 전액 지급 결정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대신 수익증권 양수 형태 제시
“구상권 보전 위해 고객과 사적합의 형태 선택”

25일 여의도 NH금융타워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정영채 대표가 답변하고 있다 [사진=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펀드 사고와 관련해 일반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100%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원금 반환 권고 사유로 제시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형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일반투자자들이 보유한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NH투자증권이 양수하면서 원금을 돌려주는 형태를 선택해 향후 관련 회사들과 구상권 소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5일 오전 NH투자증권은 임시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분조위 조정결정의 기본 취지를 존중하고 고객보호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옵티머스 펀드 일반투자자의 원금 100%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월 5일 분조위의 조정안이 나온 이후 2개월 간 금융회사의 핵심가치인 고객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심사숙고했다”며 “분조위 조정결정의 기본 취지를 존중하고 고객 보호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고객보호와 주주가치 사이에서 최선의 결정

 
이번 결정으로 투자원금을 반환받게 되는 투자자는 전체 고객의 96%에 해당하는 총 831명이며, 총 지급금액은 2780억원이다. NH투자증권은 고객과의 개별 합의서가 체결되는 대로 투자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중지 직후에도 NH투자증권은 1차적인 고객보호 조치에 나선 바 있다. 이에 펀드 잔고의 45%에 해당하는 1779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지원했다. 이번 이사회 결정은 NH투자증권이 이미 지급한 유동성 선지원 금액에 추가되는 부분이며, 지급이 완료되면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은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받게 된다.  
 
피해자들에게 원금을 전액 돌려주기로 결정했지만, NH투자증권은 금감원 분조위 반환 권고 사유로 제시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형태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말 그대로 판매사와 투자자 사이에 착오가 있어 해당 판매 계약을 없었던 일로 하는 결정이다. 따라서 이를 받아들이면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판매 계약에 착오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    
 
옵티머스 펀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펀드의 운용을 맡고 NH투자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해당 상품을 판매하며, 수탁은행인 하나은행이 운용지시에 따라 자금을 집행하는 구조였다. 또 사무관리사는 예탁결제원이 맡았다. 이 때문에 NH투자증권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아직 검찰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회사들을 제외하고 홀로 책임을 지기에는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더구나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계획대로 투자하다 손실이 발생한 것이 아니었고, 금융 사기 범죄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NH투자증권은 분조위 결정 이전부터 줄곧 펀드 운용에 대한 감시의 책임이 있는 수탁은행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 한국예탁결제원 등 관련 기관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이사회에서도 구상권 청구 등을 시도도 하지 않은 채 단순 판매사였던 NH투자증권이 모든 책임을 진다면 향후 배임 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NH투자증권은 고객에 원금을 반환하면서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양수하는 형식을 선택했다. 계약 취소를 받아들이면 구상권을 청구할 계약조차 사라져버리지만, 고객들로부터 제반 권리를 받아와 NH투자증권이 수익증권의 소유자가 되면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다. 정영채 대표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적인 원금 반환에 나서기로 했지만 옵티머스 사태는 사기 범죄의 주체인 운용사 외에도 수탁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의 공동 책임이 있는 사안”이라며 “구상권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사적합의 형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향후 하나은행·예탁원과 구상권 소송 예고

 
NH투자증권은 고객들에게 원금 지급이 끝나면 고객으로부터 양도받은 권리를 근거로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 예탁결제원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 및 구상권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일에는 구상권 소송 등 법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하나은행과 예탁원을 고발 조치했다. 향후 진행될 구상권 청구 소송이 민사 소송이라면 이번 고발의 사유는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이 주요 내용이다.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에 대한 고발 사유로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자 의무위반’을, 예탁결제원에는 ‘일반사무관리회사 의무위반’을 지적했다.  
 
박상호 NH투자증권 준법감시본부장은 “하나은행은 실제 펀드에 편입된 자산을 알 수 있었던 유일한 회사였지만, 공공기관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투자제안서와 달리 정체가 불확실한 6개 회사 사모사채에 펀드자금을 투자하는 기형적 운용 지시를 수용했다”며 “2018년에는 3차례에 걸쳐 펀드의 환매자금 부족분을 지급준비금으로 무상 대여해 펀드의 환매중단을 막는 식으로 개입했기에 금감원에서도 사기방조 혐의로 하나은행을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탁결제원도 운용사 요청에 따라 자산명세서상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변경해, 판매사와 투자자들을 오인하도록 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NH투자증권은 이번 옵티머스 사태를 반면 교사로 금융상품 심의 기준을 대폭 높이고, 사후관리 체계도 크게 강화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영채 대표는 “옵티머스 사태는 많은 당사자들에게 고통스러운 사건이지만, 한편으로 우리의 펀드 생태계가 투자자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고객 중심의 경영철학을 지키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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