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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그룹 지배구조 대해부③] ‘킹메이커’ 사외이사 재연임으로 ‘제왕적 금융지주’ 만드나

회추위 겸하는 사외이사 다수 연임…회장 친정체제 공고화 주목
여전히 높은 유리천장…타 업계 대비 여성 사외이사 비중 낮아

 
 
 
5대 금융지주의 정기주주총회가 지난 3월 말 마무리 된 가운데, 이들 금융지주는 기존 사외이사들의 연임을 통해 친정체제가 강화되는 모양새다. 당초 금융지주 최고전문경영인(CEO) 등에 대한 감시 의무와 금융소비자 보호 등 본연의 역할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일부 사외이사들 대부분이 연임되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특히 회장후보 추천위원회 멤버를 겸하고 있는 사외이사들 다수가 연임되면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체제가 공고히 되고, 큰 이변이 없는 한 회장 연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각사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는 정기주총을 통해 회장 연임과 사외이사 재선임 등을 포함한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일각에선 신한과 우리금융지주에 대해 사외이사 재선임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3월 25일 열린 주총에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기타 비상무이사 재추천과 사외이사 6명(박안순·변양호·성재호·이윤재·최경록·허용학) 재선임 안건, 신임 사외이사 4명(배훈·곽수근·이용국·최재붕)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금융당국에 지적받았던 재일교포 사외이사 비중은 40%에서 33.3%로 감소했다. 재일교포 사외이사는 기존대로 4명을 유지하지만, 사외이사 총 인원을 10명에서 12명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ISS ‘재선임 반대’에도 이변은 없었다…신한, 모든 안건 원안대로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업체 ISS가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목소리를 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ISS는 기타 비상무 이사로 재추천된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임기 만료를 앞둔 박안순, 변양호, 성재호, 이윤재, 최경록, 허용학 등 6명의 사외이사의 연임에 대해 반대하고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인 성재호, 이윤재 이사의 선임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지난해 채용비리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을 허용하고 이사직에서도 해임시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금융지주는 사외이사 6명 중 5명(노성태·박상용·정찬형·전지평·장동우)을 재선임했다. ISS는 우리금융지주 사내·외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 등에 대해서도 “해외금리연계파생상품(DLF) 불완전판매 사태 이후 라임 사모펀드 판매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책임이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고, 회사의 지배 구조와 관리감독의 중대한 실패가 나타났음에도 이사회는 손 회장을 지지했다”고 지적하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으나 이 역시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주총에서도 이변 없이 사외이사 재선임 등을 포함한 안건이 승인됐다. KB금융은 5명(선우석호·스튜어트 솔로몬·최명희·정구환·김경호)의 사외이사 재선임건을 통과시켰고, 하나금융은 6명의 사외이사(박원구·김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백태승) 재선임과 사외이사 2명(권숙교·박동문) 신규 선임건을 처리했다.
 
농협금융지주는 3명(함유근·이미경·남병호)의 사외이사를 새로 발탁했다. 기존의 이진순·남유선 사외이사는 1년 연임하고, 박해식·이준행·이기연 전 이사가 퇴임하면서 이사회의 절반 가량이 교체된 셈이다. 농협금융이 올초 선정한 경영 중점추진 과제에 따라, 추구하고자 하는 사외이사의 전문성 영역이 변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최근 퇴임한 박해식·이준행·이기연 전 이사들의 주요 경력이 각각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증권연구원, 금융감독원 등으로 경제 전문가 및 금융당국 관계자였다면, 올해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디지털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였다는 게 농협금융 측 설명이다. 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3월 지주사 출범 이후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대거 등용해 민간인 출신의 사외이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던 만큼, 최근 ESG와 디지털 전문가 영입으로 관피아 논란을 덜어내려는 행보로 보인다.  
 
농협금융이 이번에 신규선임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전문 공익재단인 환경재단 대표와 수소경제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환경·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로 손꼽히고, 함유근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빅데이터학회 회장직을 겸하면서 빅데이터 경영 관련 저술 활동 등을 통해 국내 디지털 경영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는 디지털 전문가다. 또 남병호 전 KT캐피탈 대표이사는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총괄반장 등 민관 경험을 두루 갖춰 금융정책을 현장에 적용하는데 탁월한 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문제시 되는 안건서도 거수기 역할만 한다면 상당한 문제”

 
이에 농협금융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의 이번 정기 주총에선 임기 만료된 사외이사 26명 중 22명이 재선임돼 사외이사 유임이 대세를 이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중 4명도 상법 시행령에 규정된 재임 가능한 임기 최대 6년을 모두 채워 교체된 점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전원이 유임된 것이라는 얘기다.
 
이사회 안건에 찬성표만 던지는 ‘거수기’ 역할에만 충실했다는 사외이사들에 대한 비판에도 재선임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자, 업계 안팎에선 금융지주 회장들이 한층 더 공고한 친정체제를 구축해 더욱 강력한 리더십을 갖추게 될 것이란 관측과 금융지주 회장들은 책임을 묻지 않는 사외이사들을 연임시키고 이들이 다시 회장을 추천하는 구조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실제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총 20회 열린 이사회에서 모든 안건에 ‘찬성’ 또는 ‘특이의견 없음’ 의견을 냈고, 우리금융 역시 14회 이사회 중 반대 의견이 나온 적은 없었다. 농협금융은 20회, 하나금융은 10회 이사회를 열었지만 반대 의견이 나온 건 각각 1번에 불과했다.  신한금융에서만 16회 이사회 중 반대 또는 보류 의견이 5번 나왔을 뿐이다.
 
또 금융경제연구소가 지난 1월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와 6대 은행 이사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이사회나 위원회서 결의한 안건 3273건 중 원안대로 의결한 비율은 97.3%에 달했다.
 
이에 대해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사외이사의 역할은 견제와 감시, 조언을 담당하는 것”이라며 “이사회에 올라오는 안건 내용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순 거수기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들이 계속 연임되고 있다면 이는 우려가 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5대 금융지주에서 새롭게 선임하는 9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은 하나금융의 권숙교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과 농협금융의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등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의 경우 2018년 지주사 출범 이후 현재까지 여성 사외이사는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매출 기준 국내 100대 상장사에서 올해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 97명은 여성은 31명으로, 신규 선임 사외이사 3명 중 1명이 여성인 것으로 파악된 데 비해 금융지주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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