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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 강화 ‘재수생’ KT...신설법인 중심 재편 성공할까?

스튜디오지니 통해 콘텐트 벨류체인 구축
콘텐트 업계는 회의적인 반응…과거 실패 되풀이 우려

 
 
윤용필 KT 스튜디오지니 공동대표가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KT 미디어컨텐츠 사업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KT가 올해 본격적으로 콘텐트 강화에 나선다. 지적재산권(IP) 확보→제작→유통에 이르는 콘텐트 벨류체인을 구축하겠단 계획이다. 
 
하지만 콘텐트 업계에서는 KT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콘텐트 강화와 관련해 이미 여러 번 실패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KT의 콘텐트 강화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선 웹툰 플랫폼 ‘케이툰’과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 활성화 등 선결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올해 각 그룹 계열사가 각자 영위하던 미디어콘텐트 사업을 신설 법인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재편해,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스튜디오지니를 중간지주사로 두고 그룹 내 미디어 관련 계열사를 그 아래에 두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P 확보→제작→유통에 이르는 콘텐트 벨류체인 구축

웹툰·웹소설 IP 전문 자회사인 스토리위즈가 원천 IP를 발굴하면 스튜디오지니가 이를 활용해 드라마·영화·예능 등 여러 콘텐트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이후 제작된 콘텐트는 스카이TV, 올레tv, OTT 시즌 등을 통해 유통되는 구조다. IP 확보→제작→유통에 이르는 콘텐트 벨류체인이 구축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KT는 2023년 말까지 최소 4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원천 IP 1000개 이상, 오리지널 드라마 100개 이상을 확보하겠단 목표를 제시했다.  
 
KT의 콘텐트 강화 방향성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KT는 스토리위즈(IP), 스튜디오지니(제작), KT시즌(OTT)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며 “KT시즌 또는 스튜디오지니가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리레이팅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KT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콘텐트 업계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통신 기업으로서, 콘텐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KT의 콘텐트 강화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콘텐트 강화에 나섰다가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KT는 IPTV 시장 진출을 앞두고 안정적인 콘텐트 공급을 위해 지난 2005년 영화 제작·배급사인 싸이더스FNH를, 2006년 드라마제작사 올리브나인을 각각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두 회사는 수익을 내지 못했고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KT는 결국 모두 매각했다.
 

KT미디어허브 사례 등 과거 실패 되풀이 우려

아울러 KT는 지난 2012년 이석채 전 KT 회장을 통해 ‘한국판 파라마운트’를 꿈꾸며 ‘미디어콘텐츠’ 사업본부를 분사해 ‘KT미디어허브’를 설립한 바 있다. 스튜디오지니와 마찬가지로 콘텐트 사업 컨트롤타워로 삼아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KT미디어허브는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룹 내 콘텐트 계열사들과 불협화음이 계속됐고 결국 차기 회장으로 취임한 황창규 전 KT 회장은 경영 효율성을 이유로 2015년 KT미디어허브를 본사로 흡수·합병했다. 이후 KT는 콘텐트 사업과 관련해 직접 제작보다는 투자에 집중했다.
 
스튜디오지니는 과거 미디어허브의 실패를 설욕하겠다는 KT의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KT 내부에서도 콘텐트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강하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는 여러 임원에게 스튜디오지니 대표직을 제안했으나 이들 모두가 해당 자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윤용필 스카이TV 대표가 대표직을 겸임하게 됐다.
 
KT의 콘텐트 강화 전략은 카카오의 콘텐트 전략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카카오 역시 자회사를 통해 IP를 확보한 후, 이를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 유통 채널인 카카오TV도 최근 선보였다.
 
하지만 인기 IP를 다수 확보한 카카오와 달리 KT는 인기 IP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카오와 같은 드라마틱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원천 IP 제공 역할을 하는 웹툰 플랫폼 ‘케이툰’과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의 영향력은 업계에서 상당히 미비하다. 카카오와 네이버로 양분된 웹툰·웹소설 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작가 입장에서도 방문자가 적은 케이툰과 블라이스에 작품을 연재할 이유가 딱히 없다.
 
콘텐트 업계는 KT의 콘텐트 사업 지속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수장이 바뀜에 따라 비통신 분야는 얼마든지 재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콘텐트 업계 관계자는 “KT의 경우 웹툰이 뜰 때 급하게 웹툰 플랫폼을 만들고, 웹소설이 뜰 때는 웹소설 플랫폼을 만드는 등 매번 급하게 관련 플랫폼부터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유통망은 잘 만들어 놨지만, 콘텐트 수급 면에서 과연 네이버와 카카오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특히 이제는 넷플릭스·디즈니 등 글로벌 OTT와도 경쟁해야 하는데, IP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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