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사태’에도 거침없다, ‘법조판 포털사이트’ 인기
법원, 개인정보 보호 이유로 판례 비공개
검색엔진 ‘리걸엔진’ 인기에 시드투자 성공
새내기 변호사들에게 ‘6대 대형 로펌’은 선망의 대상이다. 연봉은 물론, 사회적 지위도 중·소형 로펌 변호사와 비교하기 어렵다.
그런데 업계 밖에서는 잘 모르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각 로펌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판례가 그것이다. 매해 400만 개가 넘는 판례가 쏟아지지만, 법원은 이를 대부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가 노출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법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판례다. 한 중형 로펌에 들어간 변호사 A 씨는 “어떤 판례를 인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법원이 판례를 공개 안 하는 상황에서, 결국 오랜 역사를 지닌 대형 로펌이 비교 우위에 선다. 반면 작은 곳에서 경력을 시작하는 새내기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공학 박사와 변호사가 함께 설립한 스타트업 까리용은 이런 정보 불균형에 주목, 지난 2019년 법률 정보 검색 서비스 ‘리걸엔진’을 선보였다. 까리용은 법원 판결문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조세심판원·금융감독원 등 행정기관 결정문 및 유권해석까지 350만 건에 달하는 법률 데이터를 모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반응도 나쁘지 않다. 이 업체 최고법무책임자(CLO)인 박성남 변호사는 “현재 대한변협에 등록된 변호사 3만명 가운데 2만명 정도가 리걸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까리용은 7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초기 창업기관) ‘스파크랩’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모든 판례를 리걸엔진에서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원의 비공개 방침 때문에, 대부분의 판결문을 법원에 일일이 공개 신청하거나 사건 당사자에게 요청해 확보하고 있어서다. 이곳의 오경원 대표는 “매달 업데이트하는 판례는 2만~3만 건”이라고 밝혔다. 찾을 수 있는 데이터양이 많지 않다면, 검색엔진으로서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일반인도 필요한 판례 검색할 수 있도록 할 것”
오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말했다. 매달 쏟아지는 판례 중 주목해야 할 것은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예를 들어 폭행 사건의 경우 적용되는 논리는 대동소이하다”며 “복잡한 법리가 적용되는 금융 사건의 판례가 업계에선 더 중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박성남 변호사 등 전문가들과 함께 중요 판례를 선별한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이번에 투자받은 금액을 검색엔진 성능을 높이는 데 쓸 계획이다. 변호사가 아닌 비전문가도 판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자연어 검색’ 기능을 도입하는 게 목표다. 예를 들어 현재는 ‘집행유예’ 같이 정확한 법률 용어를 검색해야 한다면, 앞으론 ‘폭행이 인정될 경우 형량이 어떻게 될까요’ 같은 평범한 문장으로 검색해도 필요한 판례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오경원 대표는 “변호사뿐만 아니라 회계사·변리사·기자, 나아가선 일반인들도 쉽게 필요한 법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검색 기능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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