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철강 등 원자재 관련주를 주목하는 이유 [이종우 증시 맥짚기]
하반기 물가 예상보다 높을 가능성도
코스피 장중 최고치인 3266포인트 넘을 듯
1분기에 기업실적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110% 가까이 증가했는데, 2010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미국 기업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기업 중 1분기에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이 85%에 달했다. 과거 평균이 60%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근래 보기 드물게 좋은 성적을 기록한 셈이 된다. 그 영향으로 1분기에 S&P 500 기업들이 분기별로 사상 가장 높은 주당순이익(EPS)를 기록했다.
1분기 실적이 좋았지만 주가는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다. 코스피의 경우 실적 발표 이전에 비해 대략 5% 정도 상승하는데 그쳤다. 주가가 의외로 부진했던 건 실적이 지속적으로 잘 나올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어서였다. 상반기는 기업실적과 경제지표에 기저 효과가 영향을 주는 기간이다. 지난해 좋지 않았던 영향으로 올해는 이익이 크게 증가했지만 비슷한 숫자가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주식을 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가가 기업이익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듯
이런 상황에서 기업실적에 대한 확신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실적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좋아져야 한다. 구성 요소가 좋아지면 그 결과인 실적도 덩달아 좋아지기 때문인데 인플레와 소비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원자재를 비롯해 부품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는 병목현상 때문인데 그 결과 자동차를 비롯해 해운운임까지 많은 제품가격이 올라갔다. 제품 가격이 높아질 경우 소비를 줄이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올라갔던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애초에 가격을 올리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태가 아니다. 정부의 보조로 소비자들이 상당한 돈을 가지고 있어 제품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증가분을 제품가격에 손쉽게 전가할 수 있어 좋은 경영환경에 놓여있다.
앞으로 기업이익은 공급 병목현상이 먼저 풀리느냐, 아니면 소비 여력이 먼저 떨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병목 현상이 먼저 풀릴 경우 생산 비용이 줄어들고 제품 가격은 높은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반면 소비 여력이 먼저 떨어질 경우 매출이 줄면서 이익이 빠르게 둔화된다. 그만큼 향후 인플레가 이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하반기 물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높은 물가 상승률의 상당 부분이 작년 물가 하락으로 인한 기저효과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하반기에 사라지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다. 반대쪽에서는 기저효과 외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상태에서 서비스 물가 상승과 높은 원자재 가격이 더해지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높은 인플레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주급이 1000달러가 되지 않을 경우 일을 하지 않는 게 일을 하는 것보다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다. 임금 수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많은 경우 임금의 3배에 해당하는 돈을 정부로부터 보조금으로 받기 때문이다. 7월이 지나면 집단면역이 이루어져 야외활동이 활발해질 텐데 이 경우 인력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가 필요할 텐데 인력 확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줘야만 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실업률과 임금간 관계를 봐도 앞으로 임금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과거 미국은 실업률이 5.5% 밑으로 내려올 때부터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졌었다. 5월에 일자리 수 증가가 55만건에 그쳐 두 달 연속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실업률은 5.8%까지 떨어져 임금이 오르는 한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태가 됐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판단할 수 있지만 하반기 물가가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빠르게 내려오지는 않을 걸로 보인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인플레 압력이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2분기 이후 경제지표가 혼란스런 모습이 될 수 있는 점도 실적에 대한 확신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경기가 예상치 보다 얼마나 좋은지를 나타내는 지수가 있다. 경제서프라이즈지수라고 부르는데 지금은 굉장히 높은 상태에 있다. 경제 지표가 좋아질 거라 봤지만 실제치가 생각보다 더 좋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수출이 대표적이다. 3월에 월간 500억달러를 넘은 이후 3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월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가 늘어났다. 이후가 문제다. 지금까지는 기저효과가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그 효과가 사라져 예상보다 실제경기가 못할 수 있다.
국내외 경제 변수와 기업실적의 전망치와 실제치 사이에 조정이 계속되는 가운데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시간의 문제일 뿐 1월에 기록했던 최고치 3266포인트를 넘는데 어려움이 없을 걸로 전망된다. 문제는 넘고 난 이후다. 최고치를 넘은 후 상승 속도가 빨라지던 과거 형태와 달리 주가가 느리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 세 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내시장 성장주 비중 높아
우리시장이 강하게 상승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 시장이 조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스닥의 경우 4개월간, 다우지수는 한 달째 옆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주가 상승이 우리 시장이 올라가는 데 필요충분조건이 아니지만, 미국 주가가 전세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미국시장이 멈춰선 상태에서 우리시장만 오르는 건 한계가 있다. 최근 유럽시장이 미국과 상관없이 올랐지만 이는 유럽이어서 가능했던 얘기다. 미국 시장에는 성장주의 비중이 높은 반면 유럽은 은행을 비롯한 가치주의 비중이 높다. 시장의 내부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차별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우리시장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성장주 비중이 높다. 그래서 미국시장과 떨어져 움직이기 힘들다.
주식 매수층이 두텁지 않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 1월까지만 해도 개인매수가 대규모로 이루어져 매수의 방향이 비교적 뚜렷했었다. 지금은 그런 매수가 없고 기관이나 외국인 매매에 따라 주가의 방향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가의 장기 상승을 얘기하기 힘들다.
주도주도 만들어져야 한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까지 올라왔지만 순환매 외에 어떤 종목도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순환매 덕분에 주가가 조금씩 오르긴 했지만 한쪽이 오르면 다른 쪽은 떨어지는 일이 반복돼 주식시장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시장을 끌고 갈만한 주자가 나오지 않을 때 종목 선택은 다시 기업 이익으로 돌아간다.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 기업 이익이 높게 나올 걸로 예상되는 업종으로 매기가 몰리는 것이다. 정유를 비롯한 에너지 주식이 거기에 해당한다. 유가가 빠르게 상승해 정유기업의 이익이 급증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철강을 비롯한 원자재 관련주도 예상보다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년간 국제 금속가격이 두 배가 돼 이 가격 상승이 이익이 반영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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