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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곳간에 76만원 뿐”…‘위스키 1위’ 디아지오코리아 구조조정

15년차 이상 직원 대상 희망퇴직…고액 연봉자 타깃
5000억 매출서 2000억원으로…고배당 기조는 여전

댄 해밀턴 디아지오코리아 대표와 W윈저 제품. [사진 디아지오코리아, 중앙포토]
 
국내 1위 위스키 업체 ‘디아지오코리아’가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조니워커·윈저·더블유 등을 판매하는 수입업체로 한때 5000억원이 넘는 연매출을 자랑하던 곳. 하지만 위스키 소비 감소와 주류 트렌드 변화로 쇠락기에 접어들었다. 
 
이번 희망퇴직은 2018년 이후 3년만. 지난해 16년 만에 한국인 대표 체제에서 외국인인 댄 해밀턴 대표 체제로 변경되면서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쪼그라든 실적이 큰 배경이지만 영국 본사는 고배당 정책을 이어오면서 비난이 뒤따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8일 입사 1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는 공문을 배포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신청서를 신청받은 뒤 절차를 밟아 8월 중 퇴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희망퇴직자에 한해 퇴직금과 별도의 위로금도 지급된다. 10년 차 이상은 월급 15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15년 차 이상에겐 20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해 위스키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희망퇴직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디아지오코리아의 희망퇴직은 연차가 높은 고액 연봉자를 타깃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처나 회사 입장에서도 연차와 연봉이 높으니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호황기… 10년 이상 마이너스

 
디아지오코리아는 국내 위스키 시장의 ‘맏형’ 격이다. 독주와 접대문화를 지향하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호황기를 누렸다. 당시 연매출은 4000억~5000억원대에 이르렀다.  
 
하지만 주류 트렌드가 바뀌고 핵심 판매처인 룸살롱이나 유흥주점 소비가 축소되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2016년 이후에도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주 52시간 근무제, 주세법 등 각종 ‘악재’가 잇따랐다.  
 
과거 디아지오코리아 사무실 내 와인바. [사진 중앙포토]
 
지난해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지난 회계연도(2019년 7월~2020년 6월) 매출은 2003억원. 전년 대비 32.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3년 1000억원 밑으로 떨어진 뒤 2017년 568억원, 지난해엔 200억원으로 줄었다.  
 
10년 이상 매출 마이너스 행진이 계속되면서 디아지오코리아는 여러 차례 자산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왔다. 희망퇴직은 이번이 4번째로 2009년과 2014년, 2018년에도 인력 구조조정을 한 바 있다.  
 
2009년에는 이천공장을 매각하면서 40여명 직원을 감원했고 2014년과 2018년엔 각각 30~40여 명의 직원을 내보내며 몸집을 줄였다. 2018년엔 사옥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여의도로 옮기면서 임대료 부담을 줄였고 지난해엔 국내 진출 39년 만에 경기 이천 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시장 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다.  
 

계속된 고배당… 이익잉여금 76만원  

 
부침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영국 본사는 이와 상관없이 매년 당기순이익을 상회하는 배당을 챙겨갔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9월 연차배당을 통해 220억원의 배당을 진행했다. 지난 회계연도 기준 순이익인 95억원의 2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배당률은 231.2%.  
 
이 배당 이후 디아지오코리아의 남은 이익잉여금 규모는 총 76만원뿐이다. 지난 2014년 말 기준 1402억원에 달했던 이익잉여금이 불과 6년 만에 바닥을 드러낸 셈이다.
  
 
디아지오코리아 안팎에선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 수백억원을 해외 본사로 내보내면서 국내 직원은 수십명씩 내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수입 위스키 업체의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다. 디아지오코리아뿐 아니라 2위 주류업체인 페르노리카코리아도 ‘고배당 후 희망퇴직’이라는 업계 공식을 여러 차례 반복해왔다.  
 

위스키 업계 ‘구조조정 열풍’ 시작되나 

 
업계에선 이번 디아지오코리아의 희망퇴직을 시작으로 올해 위스키 업계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줄 이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입 주류업체 관계자는 “1위 업체가 시작하면 더 고전하는 다른 업체들도 따라나서지 않겠냐”며 “국내 시장이 너무 안 좋으니 수익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인력 구조조정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위스키. [사진 연합뉴스]
 
그런데도 수입 주류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섣불리 철수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만큼 마진율이 높기 때문. 주류업체 관계자는 “위스키 업체 영업이익률은 10%대로 제조업에서 나오기 힘든 이익률”이라며 “싼 가격으로 위스키를 수입해 와서 비싸게 파는 유통업 회사다 보니 마진이 많이 남는 장사”라고 꼬집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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