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쿠팡의 시대, 오프라인 유통사가 살아남는 법 [스페셜리스트 뷰]
- 온라인 유통 3단계 걸쳐 성장...오프라인 유통 압도
오프라인 유통, 체험·가격·신선식품 강화 및 구매 시간 단축 필요

특히 이번 기록은 단지 50%를 달성했다는 것을 넘어, 1990년대 유통시장 개방 이후 오프라인 유통이 국내 시장을 지배해 오다 왕위의 자리를 온라인 유통에 넘겨줬다는 유통의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온라인 유통, 어떻게 발전해 왔나
현대적 유통시장에서 30년간 자리를 지켜온 오프라인 유통은 왜 무너졌을까? 온라인 유통의 발전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1단계는 2010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온라인 유통은 ▲네이버쇼핑 ▲G마켓 ▲11번가 ▲옥션 등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2000년대 오픈마켓과 TV홈쇼핑사, 종합쇼핑몰간의 경쟁은 결국 오픈마켓의 승리로 끝이 난 바 있다. 이후 오픈마켓은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의 온라인 유통 성공요인은 크게 가격과 상품 구색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운영 비용이 적은 이커머스의 상품 가격 경쟁력의 승리다. 사이버 공간에서 판매하는 온라인 유통은 점포와 재고 및 판매사원 비용이 필요한 오프라인 유통을 저렴한 판매 가격으로써 압도했다. 오픈마켓은 하나의 상품을 여러 판매자(셀러)가 판매한다는 점에서 타 온라인 쇼핑몰보다 경쟁이 심해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무한정 진열이 가능한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상품 구색이다. 이커머스에서는 상품 판매를 할 때 상품 이미지와 상세페이지만 있으면 진열이 가능하다. 또 수십만 개의 상품도 보유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오프라인 유통은 점포 공간의 규모에 맞춰 상품 진열을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는 약 5만개, 창고형 할인점은 4000개, 슈퍼마켓은 5000개, 편의점은 1000개 정도다.
오픈마켓은 판매자 및 상품 등록이 간편해 오프라인 유통뿐만 아니라 온라인 유통에서도 상품 수에서 우위를 가졌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국내 오픈마켓 시장 및 사업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대표 4개 플랫폼 매출은 10조원을 기록했고 2014년에는 15조원으로 성장세를 타고 있었다.
2단계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코로나19다. 2010년대 중반기에는 국민 라이프 스타일에 큰 변화가 있었다. 당시 한국은 인구 대비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2010년 스마트폰 보급률이 14%에서 2015년에는 87%로 늘면서 국민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스마트폰의 사용은 상품 구매 행동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에는 직접 매장에 방문해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터치 몇 번으로 구매가 가능해졌다.

당시 새롭게 등장한 온라인 플랫폼은 쿠팡과 티몬, 위메프로 대표되는 소셜커머스 플랫폼이다. 이들은 스마트폰 쇼핑몰에 최적화된 UX(사용자경험)를 제공하며 젊은 고객에게 인기를 얻었다. 이런 변화는 기존 PC 이용 고객을 스마트폰으로 이끄는데 큰 공헌을 했고, 기존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 등 온라인 쇼핑몰도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구축에 뛰어들게 했다.
소셜커머스 초기에는 음식점과 서비스업을 이용하는 여러 소비자를 모아 할인된 공동구매 쿠폰을 판매하는 비즈니스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점차 이용자 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자 소셜커머스들은 오픈마켓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에는 국내 유통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킨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다. 전염병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소비자로 하여금 온라인 유통의 편리함에 눈을 뜨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로켓배송 이전과 이후, 역사가 바뀌다
3단계 성장의 핵심 요인은 빠른 배송과 멤버십 서비스라 할 수 있다. 국내 온라인 유통에서 빠른 배송은 식품 전문 플랫폼 마켓컬리가 '샛별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했다. 이후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아 '로켓배송'을 선보이며 공격적으로 물류센터와 배송시스템을 구축했다.
당시 쿠팡은 적자가 지속됐지만 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이에 언론에서는 비판도 거셌다. 결국 지나고 난 이야기지만 이런 거침없는 투자가 쿠팡이 국내 1위 유통업체로 성장하는 중대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특히 국내 이커머스의 역사는 쿠팡의 로켓배송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켓배송이 있기 전에는 온라인 쇼핑으로 상품을 구매하면 택배를 통해 2~3일 후에 물건을 받았고 고객들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로켓배송 서비스 등장 전에는 소비기한이 있거나 바로 요리를 해야 하는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구매량은 많지 않은 편이었다. 반면 생활용품이나 가전, 의류 등 공산품 구매는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가 생긴 후 오전 주문 시 오후에 배송이 되기 시작했다.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물품을 받아보는 혁신적 서비스의 등장이었다.
또한 쿠팡은 다양한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이탈 방지에 나섰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멤버십은 할인 포인트 적립 수준에 그쳤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멤버십에 가입할 유인이 적었다.
쿠팡은 와우회원에 가입한 고객에게 ▲무료배송 ▲와우회원 할인가격 구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무료 이용 ▲쿠팡이츠 무료배달 ▲국제 축구 경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 쇼핑도 쿠팡에 대응하기 위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서비스를 만들어 넷플릭스, 네이버웹툰, N배송, 무료배송 등 여러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3단계에 걸친 이커머스의 성장은 단계별로 강점이 업그레이드되며 쿠팡이라는 거대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을 만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끝났음에도 온라인 유통의 성장은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티메프와 홈플 사태, 위기는 시작됐다
온라인 유통이 성장하는 동안 오프라인 유통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주목할 점은 2000년대 국내 유통시장을 좌지우지했던 대형마트의 몰락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1위를 차지하던 대형마트는 3위로 내려 앉았다. 백화점과 편의점은 간발의 차이로 1~2위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유통 대기업 이마트는 2024년 연 매출 29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쿠팡은 2024년 매출이 4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유통사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오프라인을 상징하던 유통 강자 이마트가 온라인을 상징하는 쿠팡에 자리를 내주게 된 셈이다.
이커머스의 성장은 온·오프라인 유통기업을 가리지 않고, 유통사들을 위기에 빠트렸다. 실제 국내 유통시장은 대형 구조조정에 돌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티몬과 위메프가 갑작스럽게 대금 결제를 미루다, 결국 기업회생에 들어갔다. 티몬과 위메프는 수년간 적자를 지속하면서 자기자본금을 모두 소진한 채 영업을 이어갔었다. 결국 1조3000억원의 판매자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채 현재는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근의 홈플러스 사태는 그 충격이 더 크다. 올해 3월에는 대형마트 2위 유통사인 홈플러스가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홈플러스는 2015년 영국 테스코의 본사 회계 문제로 어수선한 시기를 틈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또한 적자 구조 개선에 실패하며 결국 오너 기업인 MBK가 '기업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심을 받은 채 기업회생에 돌입했다. 연 매출 7조원 규모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은 시장과 소비자에게 충격이었으며, 한편으론 온라인 유통 시대에서 MBK가 대형마트에 대한 비전을 찾지 못했다는 걸 의미했다.
티메프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사태는 '유통 대기업도 망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고, 투자자와 판매자, 소비자 모두에게 유통사 신뢰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향후 국내 유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유통사는 구조조정과 폐업이 이어질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 네 가지 전략 필요
국내 유통시장의 대대적인 변화는 쿠팡이 만들었다. 쿠팡이 새롭게 도입한 빠른 배송과 멤버십 서비스, 다양한 콘텐츠 전략이 주요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쿠팡의 2025년 1분기 매출은 11조4876억원으로 전년 대비 21%나 상승했다. 이는 쿠팡의 성장이 멈추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럼 오프라인 유통사는 어떤 변화와 대응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문제를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변화 ▲가격 경쟁 우위 ▲신선식품 방어 ▲소비자 구매 시간 비용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
첫 번째는 국내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은 쇼핑 시간을 줄이고 즐기는 시간을 늘리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또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개인적인 취미나 자기 계발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개인의 실생활에서 시간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높아진 셈이다.
이런 변화를 반영한 대표적인 비즈니스로는 배달 플랫폼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가족들이 주말에 모여 대형마트에 방문해 쇼핑을 하는 문화가 대중화 됐었다. 하지만 이제는 쇼핑은 집이나 직장에서 간편하게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주말에는 나들이를 가거나 대형 쇼핑몰에서 즐기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를 잘 간파한 백화점은 지역 핫플레이스 전략을 기반으로 맛집, 팝업스토어,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을 도입하며 즐기는 고객을 잡는 데 성공해 오프라인 유통 1위로 올라섰다.
이때 즐기는 쇼핑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선결돼야 하는 조건이 있다.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큰 점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형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이외에는 이러한 전략을 구사하기 쉽지 않다. 한때 대형마트가 체험형 매장을 도입하고도 성공하지 못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두 번째는 가격이다. 소비자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가격이라는 점은 마케팅 연구가 시작된 이래 가장 '진리'로 여겨지는 연구 결과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온라인 쇼핑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소비자는 가격을 최우선 고려 요인으로 선정했다.
이커머스의 기본 전략은 비용을 줄인 저렴한 판매 가격이다. 오프라인 유통사 입장에서는 과연 온라인 쇼핑이 가진 무기인 '저렴한 가격'을 이길 수 있을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온·오프라인을 모두 이용하는 옴니채널 소비로 바뀐 현재 시점에서 가격 경쟁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리고 이 부분을 성공적으로 해낸 곳이 바로 국내 주요 유통사로 발돋움한 다이소다.
다이소는 상품 품질과 재고 문제로 한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초저가를 유지한 채 점포 수를 늘리고 품질 개선을 이뤄내면서 지난해 매출이 4조원에 육박했다.
대형마트 분야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곳으로는 코스트코와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있다. 매장에 선반 형태 진열을 도입해 시설 비용과 상품 수를 줄인 반면 용량은 늘려 객단가를 높이며 운영 비용을 대폭 감소시켰다. 이마트에서 트레이더스 점포 대부분이 매출 상위 점포에 포진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유통 3사는 서둘러 부진한 마트를 정리하고 창고형 할인점으로의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아직 쿠팡이 100% 정복하지 못한 신선식품을 지켜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지난해 온라인 유통 비중은 50.6%로 절반을 넘어섰다. 다만 식품은 오프라인 유통 시장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오프라인 유통사들 사이에서 핵심 시장이다.
더불어 그 범위를 신선식품으로 좁혀본다면 오프라인의 영역은 더욱 공고하다. 신선식품 특성상 냉장 물류 유통 비용이 많이 들고, 선도 관리도 어려운 편이다. 또 소비기한이 짧아 이커머스가 공략하기 쉽지 않은 카테고리다. 대부분의 상품 카테고리가 온라인 유통에 넘어간 데 반해 신선식품만큼은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다.
최근 롯데마트에서는 식품전문유통점 그랑그로서리를 선보였고 이마트에서도 이마트 푸드마켓을 론칭하는 등 신선식품 강화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대형마트는 지체할 거 없이 빠르게 기존의 종합쇼핑 점포를 식품 중심 점포로 바꿔야 마지막 남은 신선식품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소비자 구매 시간과 거리를 잡아야 한다. 쿠팡이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로켓배송 덕분이다. 2일에서 3일 걸리는 택배 기간을 당일로 줄인 게 주요했다. 쿠팡이 쏘아 올린 빠른 배송은 생각보다 빠르게 펴지며, 쿠팡 와우멤버십 가입자 수가 2023년 기준 1400만명을 넘어서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인간은 편함과 즐거움, 행복을 추구한다. 그중에서도 편안함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다. 최근 기업형슈퍼마켓과 B마트가 협업을 통해 퀵커머스(즉시배송) 서비스를 확대했고 두 자릿 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뤄내는 중이다. 당일배송보다 더 빠른 즉시배송에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쿠팡이 사용한 빠른 배송 무기는 경쟁사인 오프라인 유통에서도 무기가 될 수 있다. 오프라인 유통사 쿠팡이 그랬듯, 업체들이 퀵커머스 배송에서 이용자 수와 매출 규모를 확장해 손익분기점을 넘는다면 유통시장의 큰 흐름은 다시 오프라인 유통사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위기는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됐다. 이제 더욱 본격적인 온라인 유통사들과의 경쟁이 기다릴 뿐이다.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서둘러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과 리테일에 대한 니즈 변화를 읽어, 나름의 강점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 자신만의 영역을 탄탄히 지키고 다가올 긴 싸움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하객만 1400명…54세 심현섭, 103번째 소개팅녀와 결혼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하객만 1400명…54세 심현섭, 103번째 소개팅녀와 결혼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개헌하자" 승부수 띄운 李…尹탈당 효과 기대하는 金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SKIET 이어 SK지오센 佛 계열사도…EOD 위기서 기사회생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단독]삼천당제약, S-PASS 특허 출원 철회...후속 특허 기술도 없을 가능성↑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