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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버블’ 타고 여행·관광업계 이륙 준비…인천공항 북적

방역 잘 된 나라끼리 ‘여행 동맹’
해외여행 상품 출시 줄이어
코로나 재확산 우려 “신중해야”

정부의 트래블 버블 조치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여행·관광·항공 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관련 산업이 고사 위기 직전까지 몰려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해외 출국자들로 북적이는 인천공항 출국장 모습[연합뉴스]
 
정부가 단체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을 추진하면서 여행·항공 관련 업계도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막혀있던 해외여행에 대한 제약이 풀리면 여행객들의 이동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방역 신뢰국 중심으로 자유롭게 여행 추진 

 
정부는 이르면 7월부터 트래블 버블이 가능하도록 방역 신뢰도가 높은 나라와 협정 체결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이런 내용을 담은 트래블 버블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트래블 버블은 상대 국가와의 협정을 통해 해당 국가의 여행객에 대한 격리 조치를 면제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방역이 잘 된 나라를 중심으로 이 나라 국민이 타국에서 자유로운 관광을 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다. 한 나라를 ‘거품(Bubbles)’에 비유하면 이 안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되 외부와는 왕래를 차단한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방역 관리를 위해 트래블버블 시행 초기에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을 대상으로 단체여행만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행사는 방역 전담관리사를 두고 방역계획도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행사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면 여행 허가 승인이 취소될 수도 있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여행·관광·항공 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관련 산업이 고사 위기 직전까지 몰려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코로나19 피해 현황에 따르면 2020년 관광업종의 피해 규모는 13조원으로 추산됐다. 국내외 관광수요 급감, 소비지출 감소로 여행업은 7조4000억원, 호텔업이 4조3000억원 등의 손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한국여행업협회와 서울관광협회를 주축으로 한 여행업 생존 비상대책위원회는 여행업 생존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성명서에는 4차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법 확대, 대출조건 완화, 입·출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14일 기준 완화와 과학·합리적 기준 설정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샌타모니카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미국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가 시작된 28일 이후 미국 공항· 도로는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AFP 연합]

여행업계는 이미 해외 여행 상품 출시 릴레이

 
이번 트래블 버블 추진을 통해 여행을 허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싱가포르·대만·태국·괌·사이판 등이다. 정부는 해당 국가나 지역과 트래블 버블 추진 의사를 타진해 왔고 향후 상대국과 본격적인 합의에 나설 방침이다. 국토부·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여행안전권역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의 항공·관광산업이 더욱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행·항공업계는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참좋은여행은 정부의 트래블 버블 추진 발표 직후 다음 달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5박 7일 프랑스 파리 단체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인터파크투어 역시 백신 접종자 대상 ‘스위스·동유럽 5국 8일’ 여행 상품을 내놨다. 노랑풍선도 곧바로 안심 여행 상품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국제공항도 본격 대응에 나선다. 현재 방역을 위해 특별입국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트래블 버블을 위한 별도의 '클린 존'을 마련할 계획이다. 트래블버블 여행자는 따로 입국 절차를 거쳐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다른 입국자들과 동선을 원천 분리한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내·외국인에 대해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등의 방침도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하루 이용객 20만명 이상을 수용했던 인천공항이 코로나19 사태 후 이용자가 3000명대까지 떨어지면서 고전했는데, 트래블 버블을 계기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전망이다.
 
면세업계와 보험업계의 기대감도 크다. 면세업계는 그동안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이라는 특이 상품을 통해 가까스로 버텨왔는데, 트래블 버블이 현실화하면 어느 정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업계도 여행자 보험 상품을 통해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나 질병 등 보상 치료액 한도를 늘리는 여행사가 늘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있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제기되는 만큼 신중한 정책 결정이 요구된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안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변이 바이러스로 확산 등의 변수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트래블 버블이 본격화하면 여행·관광업계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 기대한다”며 “다만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아지고 재확산 문제가 터지면 다시 여행길이 막힐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방역과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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