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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대란에 고무 가격까지 고공행진, 타이어업계 ‘비상’

한국타이어 10~13일 국내 공장 생산 중단
선복 부족에 오른 해운운임에 운반비 증가
반덤핑 과세 부과에 경쟁 심화 악재 계속

국내 타이어업계가 물류대란으로 수익성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금호타이어 크루젠 HP71. [사진 금호타이어]
글로벌 물류난이 해운운임 상승을 넘어 국내 타이어업계를 덮쳤다. 크고 무거운 타이어의 특성상 컨테이너선에 실어 해외로 내보내야 하지만, 배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다. 국내 1위 타이어업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결국 생산 차질에 빠졌고,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여기에 타이어 핵심 소재인 고무 가격 상승이 해운운임 상승에 더해지면서 타이어업계 전반으로 수익성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이 각각 연간 2400만본, 2000만본 수준 타이어를 생산하는 것을 고려하면 해당 기간 동안 약 36만본 타이어 생산이 중단된 셈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국내서 만든 타이어를 해외로 내보내야 하지만 배가 없어 일시적으로 생산량을 조정했다”면서 “13일부터 일단의 공장 정상가동을 시작한 상태”라고 말했다.
 

타이어 내보낼 배는 없고, 운반비는 계속 상승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생산량 조절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 증가로 미주지역 수출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항만 적체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수출기업의 선적 지연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국내 타이어업계는 생산량의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다”면서 “그동안에는 배편 수급에 차질이 없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괜찮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장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없는 배를 구한다 해도 뱃삯이 만만치 않다. 특히 국내 타이어업체의 주요 수출지역인 유럽과 북미 서안은 선복 부족으로 1년 새 컨테이너선 운임이 3~6배가량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는 올해 1분기 운반비에서만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375억원을 썼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5856억원)의 70%를 유럽과 북미 등 해외에서 올린 금호타이어 역시 전년 동기 321억원이었던 운반비(매출원가 포함)가 606억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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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와 달리 북미 지역에 공장이 없는 넥센타이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넥센타이어는 올해 1분기 교체용 타이어(RE) 판매에서 호조를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7.9% 감소한 132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액의 약 27%를 차지한 북미 시장으로의 운반비가 수익성을 가로막았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적 악화에는 고공행진하고 있는 해운운임이 작용했다”면서 “이대로라면 2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뾰족한 해법마저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 유일 원양 국적선사인 HMM이 이달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2척 투입을 예고했지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빚어진 물류 대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해운·물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순부터 시작한 물류 대란이 악화되며 1년 장기 계약과 스폿으로 보내는 운임 차이가 무려 8배까지 벌어졌다. 물류비용 바로미터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1일 또 사상최고치(3703.93)를 기록했다.
 
최근 불거진 고무 가격 상승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타이어 원료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천연고무 가격이 1년 새 90%가량 올랐다. 타이어를 팔아도 이익이 안 남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실제 천연고무 거래 기준인 일본 도쿄상품거래소의 천연고무 선물가격은 지난 28일 ㎏당 256.8엔(약 2604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5월 말(㎏당 137.4엔)보다 약 86.9% 치솟았다. 이외 타이어 생산 주요 재료인 합성고무와 카본블랙도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천연고무 가격이 상승한 건 지난해 중순부터였다. 정부 주도로 각국의 설비 투자가 속도를 내면서 트럭·건설용 타이어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여기에 대형 타이어를 장착하는 건설용 중장비 판매량도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물류량 증가와 인프라 투자 증가에 따른 트럭용 타이어 수요 증가가 천연고무 가격이 상승 원인”이라면서도 “승용차용 타이어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업체에는 악재”라고 말했다.
 
부산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수출 화물을 담은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있다. [연합뉴스]
‘수익 악화 방어’ 국내외 타이어 가격 줄줄이 인상
 
국내 타이어업계는 가격 상승으로 일단의 수익성 악화 방어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3사는 국내외에서 타이어 가격을 잇달아 인상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이미 지난 3월 국내 시장에서 상품군 별로 각각 3~10%, 5~7%의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양사 모두 오는 7월 독일 등 유럽에서 교체용 타이어 공급가를 기존 대비 3~5% 올린다는 계획이다. 넥센타이어 글로벌 타이어 공급가를 3~8% 상향 조정했다.
 
다만 일각에선 가격 상승만으로 수익성 악화를 막진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용(운반비) 상승, 원가 상승에 더해 미국 상무부(DOC)가 확정한 타이어 반덤핑 관세 최종 판정까지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등 신흥국 타이어업체의 국내 타이어 시장 점유율 상승세도 예사롭지 않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시장 회복으로 수요가 늘고 있긴 하지만, 국내 타이어 업체의 중장기 실적 추정 가시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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