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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 사태’로 또 불붙은 정규직화 논란과 불편한 시선

효성ITX·제니엘 소속 건보 고객센터 노조 “직고용 전환” 요구
2년 전에도 ‘인국공 사태’ 논쟁으로 근로자·취준생 간 대립
김용익 이사장 대안 없이 단식 농성…노조 “개인 홍보” 비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는 고객센터 상담사 노동조합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나선 가운데 젊은 건보공단 직원과 취업준비생 사이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사진은 10일 강원도 원주 건보공단 내부 모습. [독자 제공 중앙포토]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에서 제2의 ‘인국공 사태’ 논란이 재현됐다. 지난 10일 건보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민간 영역에 있던 고객센터 업무에 대한 직영화를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들어갔고, 이에 일부 건보 정규직과 취업 준비생들이 공정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반발한 것이다. 
 
김용익 건보 이사장은 고객센터 노조 파업과 관련해 14일 “고객센터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기 바란다”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혔지만,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건보 측이 과거 김 이사장의 국회의원 시절 단식 이력을 알리면서 공단의 악재를 이사장 홍보용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현 공단을 출범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김 이사장은 19대 국회의원시절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장기간 단식투쟁을 벌였었다.

 
현재 건보 고객센터 업무는 효성ITX·제니엘 등 민간 기업이 맡아 하고 있다. 이곳 소속으로 일하는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핵심은 “건보 정직원으로 채용해달라”는 것이다. 과거 건보에서는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따라 청소·시설관리·경비 등을 담당했던 용역 노동자 700여 명을 직접 고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런데도 고객센터 노동자는 여기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파업을 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건보공단 직원 일부와 취업 준비생 등은 “이들이 정규직 전환 요구라는 과도한 혜택을 요구한다”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자신을 건보공단 직원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무조건적인 직고용은 공정의 탈을 쓴 ‘역차별’”이라며 “공정한 채용을 진행하려 애쓰는 건보공단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훼손시키지 말아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콜센터 직원은 2년 이상 근무하면 서류전형에서 우대사항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절차를 이용해 기회의 평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던 사회갈등이 이른바 ‘인국공 사태’로 불렸던 인천국제공항 보안 검색 근로자들의 직고용 논란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 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이어지자 힘들게 공공기관에 취업한 이들과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반발한 사건이었다. 당시 불공정 논란이 커지자 비정규직도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채용방침을 정했고,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원 일부는 그나마 일자리마저 잃을 수 있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결국 다양한 이해관계, 공정에 대한 관점과 해석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만을 세간에 알린 채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도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직원들이 직접 고용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나선 가운데 김용익 이사장이 문제를 대화로 풀자며 단식 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김 이사장의 의원시절 단식 이력까지 보도자료에 넣고 배포해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인국공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건보공 사태’에서도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김용익 건보 이사장은 단식 농성을 벌이며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파업을 풀기만을 바라고 있다. 건보 한 직원은 “최근 공단이 낸 보도자료에서 ‘김 이사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때 그 철회를 요구하며 두 차례 장기간 단식 투쟁을 벌이다 건강을 크게 해친 바 있다’는 내용을 적어 놓은 것을 봤다”며 “이런 게 파업과 공단 정상화를 위해 얼마나 도움이 되는 내용인지 모르겠다. 이사장이 개인 홍보를 위해 파업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이 정책이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건보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부가적인 설명이 들어갔을 뿐 (이사장님에 대한) 피알(PR·홍보)은 아니다, 문제 해결 위한 의지의 피력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고객센터 직원들의 처우 개선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의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공단과 계약한 민간업체들이 고객센터 직원들의 상담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면서 응대 시간을 상담능력으로 평가하는 방식부터 고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건보 측은 “고객센터 상담사의 전면파업으로 (생긴) 전화 상담 등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민원대책을 마련했다”며 “노조원을 제외한 650여 명이 전화 상담을 진행하고 넘치는 대기 콜은 가입자가 속해있는 전국 178개 지사에 근무 중인 공단 직원에게 직접 연결해 상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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