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e 시승기] 대표 고급 세단, 전동화로 완성됐다
민첩한 움직임에도 정숙성 탁월
보조금 포함 구매가 7000만원선
제네시스가 대형 세단 G80을 전동화 모델로 내놨다. 엔진을 빼고 배터리에 모터를 더한 전기차다. 2013년 2세대 모델로 출시, 2015년 제네시스라는 현대자동차 고급차 브랜드 탄생을 이끈 G80이 제네시스 전기차 시장 확장 선두에 다시 섰다. 세단 이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으로, 그리고 전동화 첫 모델로 다시 ‘80’을 발탁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이전 파생 모델로 전기차를 출시하며 쌓은 기술을 G80 전동화 모델에 빼곡히 담았다.
7월 7일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이하 G80e)’ 출시 하루 만인 8일 미디어 시승회에서 G80e를 만났다. 전기차 같은 면모는 없었다. 전기차는 닫힌 그릴, 미래지향 디자인을 가미, 전기차로써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G80e는 파란색 번호판만이 전기차(친환경차)라는 특성을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완전변경 모델로 출시한 3세대 G80의 외양과 똑같았다. C필러에서 차량 끝단까지 연결선이 패스트백 형태인 잘 달리는 럭셔리 모델이었다.
제네시스는 G80e가 전기차라기 보다 고급 세단이길 원했다. 고급 세단에 전기차 모델이 추가되길 바랬다. 코나EV, 레이EV, 니로EV 등 파생형 모델에 반드시 부여했던 ‘EV’란 명칭이 빠진 것도 같은 이유다. 충전구도 숨겼다. 2018년 G90부터 차용하기 시작한 커다란 방패 모양(크레스트) 그릴을 그대로 적용하고, 그릴의 우측에 살펴야 겨우 보이는 충전구를 붙였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첫 고급 대형 전동화 세단으로 핵심은 전동화보다 고급에 찍힌다”고 했다.
모터 소음까지 잡은 G80 전동화 모델
주행성능은 탁월했다. 고급 세단에 맞게 중후하게 움직이다가도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빨려들 듯 가속됐다. 전륜과 후륜에 최고출력 136㎾, 최대토크 350Nm의 힘을 발휘하는 모터를 적용한 덕이다. 합산 최고출력은 272㎾(370PS), 합산 최대토크는 700Nm(71.4㎏f·m)이다. 3.5ℓ 터보 엔진을 장착한 G80 가솔린 모델보다 탁월했다. G80 가솔린 3.5 터보 모델 최대토크는 54㎏f·m이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시간)은 4.9초에 불과하다.
87.2㎾h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427㎞(산업부 인증 수치)를 주행할 수 있다. 350㎾급 초급속 충전을 이용하면 22분 이내에 배터리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제네시스는 G80의 전륜과 후륜에 각각 탑재되는 모터, 감속기, 인버터를 일체형으로 구성해 무게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도 높였다. 대신 전기차 전용 모델이 아닌 기존 모델을 전기차로 전환, 차량 하부에 배터리를 깔아둔 탓에 좌석 위치가 비교적 높은 게 흠이다.
전륜 콘티넨탈 모노블럭캘리퍼(4P)와 후륜대구경 브레이크 디스크를 기본화해 안정적인 제동력을 확보했다. 운전 성향에 맞게 브레이크의 제동감을 조절할 수 있는 ‘브레이크 모드’도 탑재했다. 브레이크 모드를 ‘컴포트’에서 ‘스포츠’로 변경하면 일상 주행 구간에서 더욱 민첩한 제동성능을 느낄 수 있다.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는 순간 최대 출력으로 뛰어나가는 가속 성능의 무서움을 잡아내기에도 충분했다. G80 내연기관 모델 대비 차체 강성도 약 17% 높였다.
알아서 차선변경, 판매가격 8281만원
고급 세단에 걸맞은 편의 장치도 채택됐다. G80e에는 현대차 아이오닉5처럼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220V)을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이 적용됐다. V2L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높은 최대 3.6㎾ 소비전력을 제공한다. 다양한 외부환경에서 전자기기를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태양광을 이용해 차량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솔라루프’도 선택 사양으로 적용됐다. G80e는 솔라루프를 통해 연 1150km의 추가 주행 가능거리를 확보한다.
판매가격은 8281만원으로 책정됐다. 3세대 G80 가솔린 모델의 경우 5247만원이지만, 옵션을 모두 넣을 경우 8000만원을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 특히 8281만원은 정부 보조금은 제외한 금액이다. 차량 가격으로 인해 보조금이 줄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통하면 7000만원대 후반 가격이 될 전망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브랜드 첫 번째 전기차인 G80 전동화 모델을 통해 럭셔리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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