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석탄발전 수주, 정의선 '탈탄소 기후경영' 흔들린다
현대차그룹 재생에너지 전환과 대척점
현대차 등 5개 계열사 RE100 가입 선언
노르웨이 국부펀드 투자 중단·회수 검토
“경영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
그룹사 ‘RE100(Renewable Energy 100%)’ 가입 주도를 통해 드러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탈탄소 기후경영’이 위기에 빠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그룹 5개 계열사가 지난 7일 사용 전력 전체(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선언한 사이 현대건설이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본격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은 지난 6월 17일 베트남 전력청이 발주한 베트남 중부 꽝빈성 내 1400㎿ 규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기후위기 대응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자리하면서 삼성물산 등 건설업계가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수주 중단, 탈탄소 선언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당장 정 회장의 현대차 RE100 가입 추진 등 기후위기 대응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게 됐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가 20.95%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임에도, 현대차의 RE100 가입 탈탄소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외 현대건설 지분을 보유한 기아(5.24%), 현대모비스(8.73%) 등도 RE100에 가입했다.
실제 석탄화력발전소는 RE100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전환과 대척점에 서있는 발전 방식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9년 3월 낸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현황 보고서’에서 “2018년 기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가 석탄화력발전에서 나왔다”면서 “석탄은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가장 큰 단일 요소”라고 밝혔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RE100에 먼저 가입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자사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수준을 넘어 부품 납품 등 관련 기업 전체의 재생에너지 100% 전환까지 추진하고 있다”면서 “현대차그룹과 같이 한쪽에선 RE100을 추진하고 한쪽에선 반대의 길을 걷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RE100은 이미 무늬만 RE100이라는 비판에 놓였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현대제철, 현대비앤지스틸 등 철강계열사는 이미 RE100 가입 회사에서 제외됐고, 2050년까지 RE100 달성을 목표했다.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이 밝힌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 연도가 평균 2028년인 것과 비교해 22년 늦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 5월 P4G 서울 정상회의 특별 세션에서 “자동차 제조·사용·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용(운행)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대응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9388만1255t)의 80%가 운행 중 배출에서 나왔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의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수주는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과도 어긋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정부는 기후정상회의에서 신규 해외 석탄산업 투자 중단을 약속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소경제 실현, 전기차 보급 등에서 정부와 보조를 맞춘 정 회장이 현대건설의 석탄화력발전 수주를 왜 막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건설의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수주가 그룹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석탄 투자 중단을 뜻하는 ‘파슬 프리 캠페인 (Fossil Free Campaign)’ 참여 투자기관만 해도 현재까지 1327곳(자산 규모 14조58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6일 세계에서 가장 큰 기관투자자 중 하나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현대건설을 관찰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현대차그룹으로의 투자 중단을 고려하고 나섰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현대건설의 석탄사업 참여가 현대차의 친환경 브랜드 인지도에 미치는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룹사 ‘RE100(Renewable Energy 100%)’ 가입 주도를 통해 드러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탈탄소 기후경영’이 위기에 빠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그룹 5개 계열사가 지난 7일 사용 전력 전체(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선언한 사이 현대건설이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본격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은 지난 6월 17일 베트남 전력청이 발주한 베트남 중부 꽝빈성 내 1400㎿ 규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기후위기 대응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자리하면서 삼성물산 등 건설업계가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수주 중단, 탈탄소 선언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석탄발전에 RE100 목표 미달, 무늬만 기후경영
실제 석탄화력발전소는 RE100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전환과 대척점에 서있는 발전 방식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9년 3월 낸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현황 보고서’에서 “2018년 기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가 석탄화력발전에서 나왔다”면서 “석탄은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가장 큰 단일 요소”라고 밝혔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RE100에 먼저 가입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자사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수준을 넘어 부품 납품 등 관련 기업 전체의 재생에너지 100% 전환까지 추진하고 있다”면서 “현대차그룹과 같이 한쪽에선 RE100을 추진하고 한쪽에선 반대의 길을 걷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RE100은 이미 무늬만 RE100이라는 비판에 놓였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현대제철, 현대비앤지스틸 등 철강계열사는 이미 RE100 가입 회사에서 제외됐고, 2050년까지 RE100 달성을 목표했다.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이 밝힌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 연도가 평균 2028년인 것과 비교해 22년 늦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 5월 P4G 서울 정상회의 특별 세션에서 “자동차 제조·사용·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용(운행)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대응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9388만1255t)의 80%가 운행 중 배출에서 나왔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의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수주는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과도 어긋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정부는 기후정상회의에서 신규 해외 석탄산업 투자 중단을 약속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소경제 실현, 전기차 보급 등에서 정부와 보조를 맞춘 정 회장이 현대건설의 석탄화력발전 수주를 왜 막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석탄 투자 중단 확대, ‘블랙리스트’ 오른 현대건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6일 세계에서 가장 큰 기관투자자 중 하나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현대건설을 관찰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현대차그룹으로의 투자 중단을 고려하고 나섰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현대건설의 석탄사업 참여가 현대차의 친환경 브랜드 인지도에 미치는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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