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각·미트박스'의 ‘성공 방정식’…유통단계 줄이니 투자 늘어
유통단계 적을수록 신선도·가격 둘 다 잡아
‘도축 나흘 내 도착’ 정육각, 300억원 투자 유치 성공
‘고기 직거래’ 미트박스, 누적거래액 1조원 코앞
스타트업계 용어인 ‘푸드테크’는 아직 대중에게 낯설다. 맛있게 먹는 방법을 뜻하진 않을 터다. 콩 단백질이나 세포배양으로 만든 대체육은 첨단 생물학·영양학의 산물이지만, 아직 유의미한 시장을 이루진 못했다.
그렇다면 푸드테크 기업은 기술로 뭘 바꿀까. 현재는 유통이다. 기존 식품유통에선 관여하는 도매상이 많아 소매가격도 비쌌다. 1·2차 도매상을 일일이 거치다 보니 갈수록 신선도도 떨어졌다. 반대로 말하면 식품 가공공장이나 수입창고에서 소매까지 단계를 줄일수록 신선도와 가격 모두 잡을 수 있다. 이 유통단계를 줄이는 데 기술이 필요하다.
창업 6년 차 스타트업 ‘정육각’은 ‘초신선’ 전략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모바일 앱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7시간 내 집에 도착한다. 돼지고기는 도축한 지 최대 4일, 닭고기는 당일 도축한 상품을 쓴다. 마트에선 아무리 서둘러도 도축한 지 5~7일 지난 상품을 파는 것과 구분된다. 가격도 대형마트보다 10~15%가량 싼 것으로 알려졌다.
정육각은 크게 ‘도축-육가공(발골)-세절(세부손질)-소매’로 나뉘는 유통단계에서 세절-소매 단계를 직접 맡아 기간을 줄였다. 매일 주문량을 예측해 육가공업체에 당일 물량을 받고, 실제 주문이 들어오면 손질과 숙성, 진공포장을 거쳐 배송한다. 당일 물량을 예측하고 ‘손질-숙성-포장’ 공정을 최적화하는 데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했다.
이렇게 공정을 최적화한 덕분에 고객 만족도가 높다. 2회 이상 구매한 고객이 1개월 내 재구매할 확률이 70%다. 이런 지표 덕분에 정육각은 이달 초 3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액은 560억원에 달한다.
미트박스, 오뚜기와 협업해 익일 배송
미트박스는 한 발짝 더 나가 배송과 정산작업을 직접 맡았다. 특히 식품 대기업 ‘오뚜기’와의 사업제휴가 결정적이었다. 오뚜기가 지닌 600대 냉동·냉장 탑차를 활용해 전국 익일 배송을 실현했다. 택배업체에 물류를 맡길 수밖에 없는 온라인 커머스나 타 푸드테크 기업과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이런 전략 덕분에 미트박스는 지난 6월 누적거래액 85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 6월은 역대 최고 거래액(26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전국 70만개 식당 등에 납품하고 있다.
접시 위에 올라오는 고기를 둘러싸고 업계에선 조용하게, 동시에 치열하게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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