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홍”…새 출발 ‘남양유업’ 주총, 관전포인트 5가지
‘주인 바뀐’ 남양유업, 한앤컴퍼니 주축 이사회 완성
계약대금 마감일 8월 31일…경영권 넘어온 뒤 본격 변화
남양유업이 새 주인 맞이에 나선다. 오늘(30일) 열리는 주주총회가 그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남양유업 새 수장이 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사내이사와 비상무이사 후보 모두 내부 인사로 채우면서 ‘한앤 체제’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8월 중 계약대금 지급(마감기한 31일)이 모두 마무리 된 뒤 경영권이 넘어오고 나면 본격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관측된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남양유업’이란 이름의 주총,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①새 대표 선임은 누가 될까?
큰 이변이 없다면 사내이사와 기타 비상무 이사진 모두 한앤컴퍼니 소속으로 채워진다. 사내이사에는 이동춘 한앤컴퍼니 전무가 내정됐다. 이 전무는 소니코리아 디바이스 디비전 부사장 출신. 웅진식품과 SK해운 등에서 기타 비상무이사를 역임한 인물이다. 이 전무 외에 남양유업 기타비상무이사에는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과 김성주·배민규 한앤컴퍼니 전무가 선임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특히 사내이사로 내정된 이 전무를 주목하고 있다. 그가 주총 이후 개최되는 이사회 결정에 따라 공석인 남양유업의 대표 또는 본부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대금 지급이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주총이 먼저 이뤄지고 이사회 구성 역시 빠르게 짜여지는 게 놀랍다”면서도 “마감일까지 갈 것 없이 조만간 대금을 지급하고 그만큼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남양유업은 현재 ‘불가리스 사태 파문’과 함께 대표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이사진인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 등 오너일가가 이미 경영에서 손을 뗐고 기존 전문경영인인 이광범 대표도 불가리스 사태 당시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다.
②‘집행임원제도 도입’ 효과 있을까
즉 기업 경영의 집행과 감독의 분리다. 이사회를 감독형으로 구성하고 업무집행 진행은 집행임원에게 맡겨 두 영역을 철저히 분리하는 형태다.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지금까지 기업의 지배구조에서 ‘분리형’이 나은지 ‘통합형’이 나은지 정답이 없고, 천차만별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그만큼 지배구조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업종이나 문화, 연령 등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사례를 대표적으로 집행임원제를 시행한 소니가 이를 도입하지 않은 도요타나 캐논보다 경영실적이 뒤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집행임원제도가 지배구조를 높이고 투명성을 개선한다기보다 기업 실정에 맞는지, 얻게 되는 효과를 가늠해 보는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③‘남양 지우기’ 성공하나
그래서인지 한앤컴퍼니는 그동안 ‘갑질’ ‘비방’ 으로 얼룩진 남양유업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대리점 갑질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국 대리점에 협력이익공유제를 시행했다. 약 2억500여만원의 협력이익금을 지급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을 온라인 상에서 근거 없이 비방했던 사건에 대해서도 최근 홈페이지를 통한 정식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남양 이미지를 변신시킬 지도 주목된다. 남양유업은 2020년에 연결기준 매출 9489억원, 영업손실 771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은 7.9% 줄었고, 적자전환했다. 이에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매출을 견인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④ 마지막 홍家… 거취는 어디?
홍 상무는 2009년 남양유업에 입사해 ‘백미당’ 등 외식사업본부장을 맡았다. 2014년 론칭한 백미당은 매장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현재 85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홍 상무는 백미당으로 남양의 이미지 개선에 큰 공을 세운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홍 상무의 거취는 주총을 기점으로 곧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 임원들의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홍 상무 성과를 인정하지만, 오너일가가 안고 있는 리스크를 감안하면 잔류 여부가 고민되는 지점이다. 홍 상무의 잔류로 ‘남양 오너일가의 잔재’를 떠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⑤ ‘남양 홍씨’의 ‘남양’ 이름 바꿀까?
지배구조 개편만으론 과거의 잘못을 씻고 나빠진 이미지를 회복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다 확실한 이미지 개선을 위해 ‘남양’이라는 이름을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남양’은 기존 오너일가의 성인 ‘남양 홍씨’에서 따온 이름이다. 과감하게 ‘남양’의 흔적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가져오면서 소비자와의 신뢰 회복을 위한 변화의 첫 걸음을 뗄 수도 있다.
다만 한앤컴퍼니가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의 이름까지 바꾼 전례는 없다. 하지만 ‘남양’은 이름과 기업가치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례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오늘 주총은 공시했던 정관변경이나 신규이사 선임건 등에 대한 승인여부 진행 외엔 특별한 사안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계약대금 지급이 완료되고 지분 변경이 완료된 뒤 내부 변화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늘 주총은 한앤컴퍼니 임원들의 경영이수 절차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남양유업으로의 변화의 첫 단추를 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이현정 인턴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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