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돈 1만원이면 제주 간다” 제 살 깎아 항공권 파는 LCC
국제선 운항 중단에 국내선 공급 과잉
1분기 이어 2분기도 적자 계속 전망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제 살 깎기’ 경쟁에 돌입했다. 1만원대 항공권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제선 하늘길이 막히자 그나마 숨통이 된 국내선에서의 여객 확보를 위해서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영향으로 여름철 특수마저 사라지자 이대로라면 LCC들의 계속 경영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포를 출발해 제주로 향하는 LCC 국내선 항공권 가격은 1만원대(편도 기준)가 됐다. 지난 7월 초 김포~제주 노선 평균 항공권 가격이 2만원대였던 것과 비교 50% 이상 하락했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김포~제주 노선 편도 항공권을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신생 LCC 에어프레미아는 김포~제주 노선 예약 사이트에서 1+1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포~제주 노선뿐만이 아니다. 국내 LCC업계 1·2위로 꼽히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을 타면 국내 어디든 1만원에 떠날 수 있다. 제주항공은 내달 15일까지 국내선 전 노선의 항공권을 1만6200원부터 판매하는 특가 행사를 내놨다. 티웨이항공은 이달 15일까지 제주를 포함한 노선을 평일(화·수·목)에 출발할 경우 최대 15% 할인율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LCC들이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선 정상화가 요원해지면서 화물 운송이 없는 LCC들은 앞다퉈 국내선 운항에 집중했는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용객이 줄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일부 LCC들은 마감이 임박한 평일 오후 시간 국내선 항공권을 2900원~8000원대(유류할증료 및 제반요금 미포함)에도 내놓고 있다.
여름철 특수도 사라졌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300만 명을 돌파, 5월까지 꾸준히 증가했던 국내선 여객 수는 6월 306만4318명으로 꺾였다. 델타 변이 확산이 여행 수요를 붙잡았다. 특히 7월은 여름휴가 성수기 시즌이었음에도 300만 명(294만6588명)선이 무너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7월 제주행 항공권이 1만대로 나온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초저가 운임은 당장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어서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CC들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제주항공이 769억원 영업손실로 적자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역시 각각 562억원, 39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다.
자금난마저 심화하고 있다. 대부분 LCC는 자기자본(자본총계)이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올해 1분기 기준 에어서울과 플라이강원은 자본잠식률이 100%를 넘었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의 자본잠식률은 각각 28.7%, 42.5%, 34.4%까지 높아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 간 경쟁으로 운임이 낮아 좌석을 채워도 손실을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출혈경쟁을 멈추고 LCC가 정상화하기 위해선 국제선 재개가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정부는 지난 6월 30일 사이판과 자가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여행안전권역(트래블버블) 첫 번째 협약을 맺었었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실질적인 여행 수요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 노선 재개는 더욱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이 절실해졌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경영학부)는 “LCC들은 국제선에 썼던 항공기를 국내선으로 돌렸고, 국내선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면서 “LCC들도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대로라면 국내 LCC는 모조리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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