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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전시 리뷰] 여성 사진가들이 남긴 흔적을 찾아서

‘2021 서울사진축제: 한국여성사진사1’
8월 22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려

 
 
송영숙 한미사진미술관 관장의 ‘무제’(1981), 딥틱(부분), 폴라로이드, 21 x 45cm [사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소장]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사진가는 누구일까. 1907년 10월 29일자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광고 한 편에 그 실마리가 있다. “포덕문 밖 신작로 변 김규진 집에 천연당사진관을 건설하고 부인네 사진을 백히옵는데 값도 (저)렴하고 사진 정교하오며 내외 엄숙하고 부인 사진은 여인이 백히오니 사진 백히기 원하시는 부인네는 본당에 왕림 면의 하시옵. 부인사진사 향원당 고백.”  
 
여기서 김규진은 영친왕의 서화 스승으로 빼어난 글과 그림 실력을 자랑하던 당대 최고의 서화가 해강 김규진(1868~1933)을 지칭하는데, 그는 대한제국 유일의 황실 전속 사진사이기도 했다. 그가 1907년 7월 개관한 ‘천연당(天然堂) 사진관’은 한국 최초의 사진관으로, 광고 속에 등장하는 ‘부인사진사 향원당(香園堂)’은 한국 최초의 여성 사진사라 할 수 있겠다. 일설에는 향원당이 해강의 처 김진애라는 주장도 있으나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1 서울사진축제: 한국여성사진사1’은 190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선구적으로 활동한 여성 사진가들에 초점을 맞췄다. 실명과 활동이력이 확인된 첫 여성 사진가는 이홍경이다. 그는 초상화가인 남편 채상묵에게 사진을 배워 1921년 서울 종로구 관철동 우미관 앞에 ‘부인사진관’을 열었다. 1926년까지 경성에서 활동한 유일한 여성 사진가다.  
  
한국 최초의 사진학 석사인 이혜숙의 삶을 발굴한 것도 이번 전시의 성과다. 1954년 이화여대 미대에 입학해 사진을 전공한 이혜숙은 대학원에 진학해 임응식 선생의 지도로 1961년 석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 제목은 ‘사진론-특히 창작이론에 관하여’였다. 졸업 후 조선일보, 덕성여대, 이화여대에서 일하며 후학도 양성했다.  
 
이은주 작가의 이매방 승무(1980)
 
대중잡지를 통해 활동했던 여성 사진기자들의 다양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1950~6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시대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여성사진가 10인의 시선’에서는 1983년 개최된 ‘여류사진가전’에 참여한 6인의 작가(김민숙·류기성·박영숙·송영숙·이은주·임향자)와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동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한 김테레사와 정영자, 미국 유학 후 1990년대 여성사진운동을 전개한 홍미선 등 10인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전시장을 꾸몄다. 매주 월요일 휴관. 무료.  
 

정형모 전문기자/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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