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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 대신한 갤럭시Z3…세 번째 ‘갤럭시 위기론’ 접을 수 있을까

중국 쇼크, 갤럭시노트7 발화…고비마다 기술력으로 해결한 갤럭시
세 번째 폴더블 시리즈로 폼팩터 혁신, 위기론 극복할까

 
 
삼성전자 갤럭시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를 둘러싼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징후는 여럿이다. 무엇보다 올해 초 야심 차게 준비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1’의 판매량이 신통치 않았다. 매년 3000만대 중반의 판매량을 기록해온 S 시리즈였는데, 전문 조사기관은 올해 S21의 판매량이 3000만대를 밑돌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적도 위기론에 불을 지피는 한 축이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IM(IT·모바일) 부문 매출은 51조8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올랐지만, 마냥 웃을 순 없는 성적표였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거둔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고사양·고가의 갤럭시S20을 내놨다가 흥행에 실패했다. 그 결과, 2012년 이후 유지하던 IM 부문의 매출 100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갤럭시의 부진은 더 도드라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분기 5G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출하량 글로벌 순위에서 4위에 그쳤다. 샤오미와 비보·오포 등 중국 업체에 밀렸다. 5G 스마트폰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애플이 빠진 조사라는 걸 감안하면, 갤럭시의 실제 순위는 5위에 불과하단 얘기다.  
 
2010년 초반부터 이어진 ‘연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 타이틀도 위협받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올해 2분기 시장 점유율 조사에선 2위 샤오미와의 격차가 2%밖에 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시에서도 찬밥 신세가 됐다. 18일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7만3400원에 그치고 있다. 8월 4일 이후 이 회사 주가가 전일 대비 오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6730만4113주를 순매도했다. ‘9만전자’를 뚫고 ‘10만전자’를 바라보던 올해 초 주식 차트와 견줘보면 형편없는 상황이다.  
 
주가 부진은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 영향이 컸지만, 갤럭시의 장래를 밝게 내다보는 목소리가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IM사업부는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실적을 책임지는 양대 산맥이다.  
 

5G 시장서 뒷전으로 밀려난 삼성전자

아이폰의 위세가 여전하고 중국 제조사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만큼, 갤럭시 위기론을 과장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특히 미래 경쟁력을 가늠하는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내줬다는 점은 뼈아프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의 5G 스마트폰 ‘갤럭시S20’을 출시한 회사다. 이대로라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글로벌 왕좌에서 밀려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반론을 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LG전자 MC사업본부 출신의 한 제조업체 CEO는 “삼성전자는 기술력도 잠재력도 경쟁업체보다 지금도 우위에 있다”면서 “10년이 넘는 스마트폰의 역사에서 갤럭시는 더 큰 위기를 겪었음에도 잘 돌파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실 ‘삼성 스마트폰의 위기’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부터 삼성전자는 위기였다. 당시 ‘피처폰’ 시장에서만 존재감을 뽐내던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대항마로 ‘옴니아’를 출시했지만, 조악한 품질로 혹평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이때만 해도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잡을 것”이라 생각한 전문가는 없었다.
 
그러다 2010년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갤럭시S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반전 스토리를 꾀했다. 이듬해 내놓은 갤럭시S2로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거머쥐게 됐다. 그렇다고 갤럭시 신화가 항상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갤럭시의 첫 번째 위기는 ‘차이나 리스크’였다. 2013년만 해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팔던 회사였다. 당시 20%를 웃도는 시장 점유율이 불과 2년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같은 정치적인 이슈에 발목이 잡힌 데다 화웨이·오포·샤오미 등 현지 업체의 가격 경쟁력에도 밀렸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민첩하게 대처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전 세계를 상대로 확장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인도 등 신흥국 공략을 본격화한 것도 그 무렵이다. 지금은 중국에서 10위권 밖 브랜드가 됐음에도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 점유율 연간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갤럭시의 두 번째 위기인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은 충격이 더 컸다. 2016년 8월 공개된 이 제품은 출시 50여 일 만에 단종이 됐다. 단말기가 폭발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피해가 막심했다. 조 단위의 매출 손실도 문제였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소비자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재빠르게 제품 전량 교체를 진행했고, 교체 후에도 문제가 다시 발생해 결국 판매 중단 조처를 내렸다.
 
브랜드 이미지 회복도 빨랐다. 이듬해 출시한 갤럭시노트8이 큰 호평을 받으면서다. 이 제품을 공개할 당시 고동진 사장은 “지난해 있었던 일은 아무도 잊지 않았고, 결코 잊히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과거 모델의 결함을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그만큼 절치부심해 신제품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글로벌 시장 성장률 둔화, 스마트폰 교체 주기 증가, 기술 상향 평준화 등의 시장 구조의 한계가 거론될 때도 전문가들은 “삼성 스마트폰은 위기임이 틀림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럴 때마다 삼성은 우려를 씻어내고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지금 겪는 세 번째 위기론 역시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 접는 스마트폰, 갤럭시 위기론 끝낼까  

반등의 키워드는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3세대 ‘갤럭시Z 시리즈’다. 그간 하반기 실적을 지탱해주던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대신해 꺼낸 새로운 전략이다. 가격을 낮추고 성능을 끌어올려 폴더블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꾀하겠다는 거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기술력 때문에 다른 제조사가 손쉽게 쫓을 수 없는 시장이다.
 
갤럭시Z3가 얼마큼의 판매고를 올릴지는 알 수 없지만, 상황은 낙관적이다. 사전예약 첫날부터 품절 사태가 이어졌고,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던 외신도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위기론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언론과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면서 “당장 갤럭시 브랜드의 입지를 흔들 수 있는 대체 브랜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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