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결혼식은 되나요?"...'결송' 외치는 예비부부 뿔났다
다중이용 시설마다 다른 제각각 방역지침
4단계에 최대 인원 49인 제한하는 결혼식
방역수칙 지키면 5000명 허용하는 정규 공연
“결송합니다(결혼하다+죄송합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뿔났다. 정부의 형평성 어긋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침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모인 예비부부들이 전국신혼부부연합회를 결성하고, 지난 19일부터 서울시청과 중앙사고수습본부 앞에서 비대면 트럭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결혼식 인원 규제와 예식장과의 분쟁 해결 촉구를 주장하며 23일까지 시위를 지속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예비부부들의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결혼식을 콘서트장에서 하면 괜찮습니까?”라는 글이, 12일에는 “결송합니다(결혼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글이, 20일에는 “결혼식 49인 제한…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글이 올라오는 등 예비부부들의 불만이 담긴 청원이 잇달아 게재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정부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른 결혼식 인원 제한이 다른 시설 규제보다 유난히 심하다며, 형평성을 지적한다.
국민청원에 트럭시위까지 나선 예비부부
국민청원에 “결혼식장이 아닌, 콘서트장에서 결혼하면 하객 모두 들어올 수 있나요?”라며 “제발 예비부부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형평성 있는 방역지침 내달라”는 글이 올라온 것은 이 같은 까닭이다. 10월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 신지윤(34) 씨는 “정부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종교단체나 문화공연단체 등은 비교적 인원제한을 풀어주고, 힘없는 예비부부만 지나치게 규제하는 꼴”이라며 “식사하지 않고, 마스크를 낀 채로 신랑·신부에게 박수만 친다면 그 공간이 뮤지컬 공연장이나 결혼식이나 같은 거 아니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지적에 보건복지부는 “5000명 콘서트가 허용된 적은 없고, 영화관·뮤지컬·클래식 등 정규 공연시설 공연만 방역수칙 준수 하에 허용했다”며 “현재 수도권에서 5000명 공연이 가능한 정규 공연시설은 없고, 기존 시설도 좌석 띄우기 등으로 좌석 활용 등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다중이용시설마다 인원 제한기준이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집단감염이 일어났거나 사업장 특성상 감염 위험이 큰 곳인지에 따라 규제 기준이 정해진다”며 “결혼식은 감염 사례가 많고,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철저한 방역 지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8인 상견례 모임 예외 조항마저도 사라져
49인 인원 제한으로 인한 비용 손실 역시 모두 예비부부가 짊어진다. 정부 지침으로 최대 49인만 입장할 수 있지만, 예비부부들은 결혼식을 예약할 때 계약한 보증인원에 해당하는 식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9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김준호(33) 씨는 “보증인원 없이 계약할 수 있는 결혼식장은 거의 없다”며 “49인을 제외한 보증인원 식대비용을 지불하고, 대신 답례품을 받기로 했는데 해당 답례품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지불한 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와인이라 금전적으로 크게 손해 봤다”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 예비부부는 결혼 전 상견례도 진행하지 못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는 상견례 8인 모임을 예외적으로 허용했으나 4단계에는 상견례 예외 사항도 제외됐다. 올겨울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김지수(35)씨는 “예비부부를 향한 엄격한 방역지침이 앞으로도 변화가 없다면 상견례도 못하고, 양가 부모님이 결혼식에서 처음 인사해야 할 판”이라며 “코로나19 시국에 결혼을 준비하게 돼 안 그래도 속상한데, 정부 지침까지 예비부부들에게만 유독 빡빡하게 세워진 것 같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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