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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됐지만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

방통위 ‘거래상 지위’·’부당성’ 따져봐야
“규제 사각지대 발생 없도록 부처 논의”
에픽게임즈 “나는 한국인이다” 해외 반색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 로고. [AFP=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구글 갑질 방지법’이 오랜 진통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효력을 발휘하기까진 보완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법망을 피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구글과 애플의 또 다른 속셈에 대한 대응책 강구도 숙제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를 통과한 통과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의 개정 내용은 ‘앱마켓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트 등 제공 사업자로 하여금 특정한 결제 방식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모바일 콘텐트 등의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구글과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갑질’ 수단인 인앱 결제(in-app billing system) 강제 정책을 규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인앱 결제는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 안에서 구글과 애플이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으로 유료 앱·콘텐트를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법안은 향후 정부로 이송돼 15일 이내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후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개정안에 담은 문구인 ‘거래상 우월한 지위’와 ‘부당성’ 등이 적합한지를 따져야 한다. 방통위는 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위반행위에 대해선 신속하고 엄중하게 법을 집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개정안의 부족한 부분은 향후 법 집행 등의 과정에서 관계부처와 협력해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1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수수료 체계가 합당하다고 항변했다. 구글 측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단순한 결제 처리 이상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며 “구글플레이 서비스 수수료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계속 무료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개발자가 전 세계 소비자에게 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다만 현재 사업을 유지하면서, 법률을 준수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글은 “고품질의 운영체제와 앱마켓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향후 수 주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같은 입장문 발표에 관련 업계는 구글이 규제에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간 법안 통과 가능성에 대해 정책의 부당성보다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를 내세운 데다 통과 직후에도 자사 비즈니스 모델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것 구글의 입장이 수익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라는 분석이다.
 
또 법안이 인앱 결제 강제를 막는다고 한 것이지, 다른 수익화를 추가로 제지할 방안은 없기 때문에 구글이 10%의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정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해당 법안이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지만, 구글보다 애플이 더 ‘진퇴양난’이란 분석도 나온다.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는 원래 모바일 게임에만 인앱 결제와 수수료 30%를 강제했다가 오는 10월부터 모든 콘텐트앱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애플 앱스토어는 진작부터 모든 콘텐트에 인앱 결제만 허용해왔고 한국에선 수수료 30%를 적용해왔다. 한국에서 구글의 점유율이 72%였던 것에 반해 애플은 약 9%여서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가 이번 법안이 통과하면서 구글과 함께 대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 구글이 모든 앱에 수수료 30%를 부과하는 정책 시행을 오는 10월에서 내년 3월 31일로 미뤄둔 상태에서 애플이 이 기간에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포함해 한국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기존 시스템을 지킬 수 있는 묘수를 모색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정한 수수료가 매겨지려면 플랫폼 자체가 경쟁 상태여야 하는데 앱마켓은 독점시장이라 법이 인앱결제 정책에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입법, 미국·유럽의 규제 움직임에 ‘시금석’    

해외에선 한국의 이번 입법이 거대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갑질을 규제하려는 세계적인 흐름을 한국이 앞장서서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구글갑질방지법을 통과시키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거대 기술 기업들의 지배력을 약화시킨 세계 최초 법안”이라며 “구글과 애플의 수익성 높은 디지털 매출 수수료가 위협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애플과 구글의 수익성 높은 사업 운영에 대한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선례가 됐다”고 보도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세계 최대 데이팅 앱 ‘틴더’를 운영하는 미국 매치 그룹은 CNBC를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매치그룹은 “역사적인 법안(구글갑질방지법)과 한국 국회의 대담한 리더십은 공정한 앱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싸움에서 기념비적인 발걸음을 남겼다”며 “전 세계의 비슷한 법안들이 신속히 통과되길 기대한다”라고 했다.
 
포브스 기준 재산 74억달러(약8조5618억원), 인기게임 ‘포트나이트’와 게임 엔진 ‘언리얼엔진’의 개발사 에픽게임즈를 이끄는 팀 스위니(Tim Sweeney) 에픽게임즈 대표도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 개발자에게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됐다”며 트위터를 통해 법안 통과를 반겼다.  
 
이는 1963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유명 연설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Ich bin ein Berliner)’를 패러디한 것이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독일이 동서로 분열됐을 당시 서베를린 시민들을 응원하고자 베를린이 자유 세계의 최첨병이라는 의미로 “자유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말은 단연 ‘나는 베를린인이다’ 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에픽게임즈는 구글과 애플의 플랫폼이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 결국 애플과 올해 5월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은 앱 수익 30%의 결제 수수료를 떼가자 에픽게임즈는 이들 플랫폼에 자신들이 서비스하는 게임 포트나이트의 별도 결제 시스템을 추가했다. 이에 구글과 애플은 포트나이트를 아예 플랫폼에서 퇴출시킨바 있다.  
 
이에 해외 정치권은 빅테크 기업의 인앱 결제라는 독점 행위를 갑질로 보고 규제가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월 앱마켓 경쟁 방해 혐의로 애플을 기소했고, 유타주·뉴욕주 등 미국 36개 주와 워싱턴DC도 최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심지어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AGCM)는 안드로이드 오토 시스템에서 전기차 충전 앱을 차단한 구글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1억 유로(한화 빅 1370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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