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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내고 벤츠 용품 받는다”...20분 만에 1만명 몰린 기부 행사

벤츠 마크 그려진 용품 주는 ‘기브앤 레이스’
물통 주는 NGO 월드비전 ‘글로벌 6K 포 워터’
주최사 기념품 받고 기부 행위 밝히는 MZ세대

 
 
벤츠 '기브앤 레이스' 기념품인 캠프 웨건. [사진 기브앤 레이스 홈페이지]
 
“참가 접수 신청이 마감됐습니다”  
9월 2일 오전 10시 21분, 메르세데스 벤츠가 진행하는 ‘기브앤 레이스’ 온라인 홈페이지에 뜬 공지 내용이다. 이벤트 참가 신청을 받기 시작한 9월 2일 오전 10시로부터 단 20분 만에 참가 인원 1만명 신청이 모두 완료된 것이다. 오전 10시부터 참가 신청을 준비했지만 온라인 신청에 실패한 직장인 송수연(33)씨는 “한 달 전부터 기대하던 기부 달리기 행사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며 “선착순 1만명이라고 해서 기회가 많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9월 2일 오전 10시 20분에 기브앤 레이스 신청자 마감 완료를 알리는 공지. [사진 화면캡처]
 
일정 비용 기부금을 내고, 행사 주최사가 제작한 기념품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부 방식이 바뀐 것이다. 종전까지 단순 현금이나 물건만 내고 기부를 끝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엔 기부금을 내고 이에 대한 증표와 같은 ‘굿즈(상품)’를 받아, 이를 들고 다니거나 사진을 촬영해 SNS에 올려 자신의 기부 행위와 가치 소비를 당당하게 보이고자 한다.  
 

벤츠 마크 달린 티셔츠와 캠프웨건 제공  

벤츠 '기브앤 레이스' 기념품인 운동복. [사진 기브앤 레이스 홈페이지]
 
기부금을 내고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기부 행사로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진행하는 ‘기브앤 레이스’를 꼽을 수 있다. 2017년부터 진행해온 이 행사는 참여자가 기부금으로 일정 참가비를 내고 달리기를 하면, 메르세데스 벤츠가 제작한 벤츠 용품을 제공한다. 9월 2일부터 참가자를 모집한 올해 행사에는 참여자가 기부금이자 참가비인 5만원을 내면, 벤츠 마크가 더해진 운동복 두 장과 캠프 웨건, 메달 등을 기념품으로 받을 수 있다.  
 
기부도 하고, 고급 자동차 마크가 그려진 용품도 얻게 되는 셈이다. 특히 이 용품들은 기부 달리기를 위한 이벤트성 제작 제품으로, 희귀성도 지닌다. 이 행사는 신청자 접수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더니, 신청자 접수를 시작한 지20분 만에 선착순 신청자 1만명이 모두 접수됐다. 달리기는 비대면으로 진행돼, 대회 기간 중 참가자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GPS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일정 거리를 달리면 된다.
 
월드비전이 ‘글로벌 6K 포 워터' 참가자들에게 제공한 물병. [사진 월드비전 인스타그램]
 
지난 5월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이 진행한 ‘글로벌 6K 포 워터 비추얼런’도 기념품으로 투명물병과 물병을 꾸밀 수 있는 스티커 등을 제공했다. 이 기념품은 식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 아동들에게 기부금을 전달하는 행사 취지에 맞춰 기획됐다. 참가자들은 참가비이자 기부금인 2만원을 내고, 물을 담은 물통을 들고 각자 집 근처 공원 또는 산책로 등에서 6㎞를 걷거나 달리며 이 모습을 사진 촬영해 SNS에 올리며 기부 행사에 참여했다. MZ세대의 호응은 좋다. 이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SNS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6kforwater’를 달고, 행사에 참여한 모습을 올린 사진만 9월 2일 기준으로 3만500장이 넘는다.  
 

겸손은 옛말, SNS에 기부 인증샷 올린다    

월드비전이 진행한 ‘글로벌 6K 포 워터'에 참여한 참가자들. [사진 월드비전 인스타그램]
 
참여자가 기부 행위를 알릴 수 있는 ‘기념품’을 중요시하는 요즘 기부 모습은 자신의 소비 활동으로 개인의 신념을 보여주는 ‘미닝아웃(Meaning out)’ 흐름과도 이어진다. 남몰래 기부하는 것이 아닌, 기념품을 지니고 다니거나 SNS에 게시하며 더 많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기부 행동을 알리고자 한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유교적 관념을 지니고 있는 기성세대는 조용히 기부하고 잘난척하지 않는 겸손함이 미덕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1020세대는 다르다”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개인 SNS에 일상을 모두 공유하며 자신의 장점을 과감하게 보이는 1020세대 입장에서는 기부 행위도 자신만의 특별한 개성이고 차별성이므로, 기부 기념품을 챙기고 SNS에 게시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행위이고 앞으로도 확산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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