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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바이오 키워드] #백신 오접종 #1차 접종률 #백신포비아

9일 0시 기준 인구 대비 백신접종률 61.8%
접종률 높아지고 있지만 백신 오접종 속출

 
 
대전 서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시민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휴식하고 있다. [중앙포토]
#. A 씨는 “일부러 대학병원을 찾아간 건데 이런 일이 생길 줄 꿈에도 몰랐다”며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근거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A 씨는 백신 접종 후 얼굴에 종기가 올라와 절개 수술을 받았는데, 혹시 이게 백신 이상 반응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불안해했다.  
 
임신을 준비 중이었다는 A 씨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을지 말지 몇 번이나 고민했을 겁니다. 그래도 대학병원을 선택하고 마음 한 구석에 ‘안심’이라는 작은 믿음을 새겼을 것입니다. 오접종 통보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죠.
 
A 씨는 지난 8월 26일 서울 고대구로병원에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이내 그 작은 믿음은 배신감을 넘어 불안감으로 바뀌었습니다. 백신의 유통기한이 지난 것 같다는 보건소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불안에 떨던 A 씨가 보건소 직원을 통해 병원 측과 통화했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씻을 수 없는 없었습니다. 병원 측은 “백신이 오염된 게 아니라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이상 반응이 생기면 응급실로 오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남겼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분노와 불안감을 느낀 이는 비단 A 씨 한 명뿐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 26~27일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해동 후 접종 권고 기한이 임박했거나 초과한 화이자 백신을 140명에게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울산 동천동강병원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91명에게,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은 이달 2~3일 104명에게, 인천세종병원은 지난달 27일 21명에게 유효기간이 지난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나름 규모가 있는 중·대형 종합병원들입니다. 이밖에 강원도, 대구, 구미 등 지역 곳곳에서 오접종 사례가 발견되면서 피해자가 상당수에 달했습니다.  
 
9월 6일 0시 기준으로 국내에서 시행된 1차와 2차 합산 접종 건수 4647만건 중 오접종 사례가 1386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접종 건수 대비 0.003% 수준입니다. 오접종 사례 1386건 중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사용하거나 허용되지 않은 교차 접종을 시행한 '백신 종류와 보관 오류'가 806건 58.1%로 가장 많았습니다.  
 
해당 사례들은 백신 바이알(유리병)에 적힌 냉동 유효기간을 냉장 유효 기간으로 착각해 접종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냉동 상태로 수입되는 화이자 백신은 해동 시작 시점부터 31일 이내에 접종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8월 24일 강원 강릉시 한 의원에서는 교차접종이 허용되지 않는 미국 모더나 백신을 2차 접종 대상 주민 40명에게 접종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교차접종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1차 접종한 뒤 화이자 백신으로 2차 접종하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용량 오류 282건(20.3%) ▶접종시기 오류 141건(10.2%) ▶접종 대상자 오류 108건(7.8%) ▶희석액 오류 45건(3.2%) ▶주입 방법 오류 4건(0.3%) 등이 백신 오접종 사례로 발견됐습니다.  
 
현재로서는 오접종으로 인한 안전성보다 백신에 대한 효과 여부가 문제시되는 듯합니다. 아직까지 오접종 대상자들에게서 특별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백신 오접종으로 인한 항체 형성 등 백신의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당사자들이 겪었을 심리적 고통입니다. 특별한 부작용이 아니더라도 작은 신체적 반응이나 컨디션 변화에도 느꼈을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빨라지는 접종 속도만큼 이러한 백신 오접종 및 아직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부작용 사례도 계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백신포비아(공포증)도 높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백신 접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져 추진 중인 방역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결국 백신 접종 속도 올리기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방역당국이 포비아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질병관리청은 “오접종 사례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의료계와 소통을 통해 방지대책을 강화하도록 전달하겠다"며 각종 개선계획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아직 팬데믹 극복을 위해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9월 9일 0시 기준 총 3170만9767명이 1차 접종을 받았습니다. 인구 대비 접종률은 61.8%입니다. 정부는 추석 전 전 국민 70% 1차 접종 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높아지는 접종률만큼  오접종, 부작용 등의 백신 공포를 줄일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대책, 보상 등도 계속 나아지길 바랍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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