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상생의 묘안 “데스밸리 넘듯 불신과 갈등의 골짜기 넘어라”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라④]
모토브·반반택시·아이엠 민감한 택시기사 상대 소통에 집중
모노랩스·케어닥…투명하고 합리적인 수익공유 시스템 도입
확전 양상을 보이던 플랫폼 규제 갈등이 한풀 꺾였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카카오가 상생안을 발표하면서다. 골자는 골목상권을 침탈하지 않겠다는 건데, 카카오는 논란이 되는 사업의 일부를 철수하고 혁신 사업 중심으로 향후 사업 방향을 재편할 계획이다.
다만 논란이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업계는 카카오의 독보적인 플랫폼 지배력을 고려하면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카모아, 렌터카 업체와 상생 전략 펼쳐 성장
신산업과 전통산업의 상생을 추구하는 관점의 조화가 시급한 시점, 갈등을 마주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한 스타트업이 여럿 있다. 먼저 렌터카 플랫폼 카모아의 창업 스토리를 보자. 카모아엔 전국 472개 렌터카 업체가 제공하는 3만9000여 대의 차량이 등록돼있다. 그동안 렌터카 시장은 정보 비대칭 때문에 품질이 낮은 상품이 많은 ‘레몬마켓’으로 꼽혔는데, 카모아가 가격과 서비스의 실시간 비교를 통한 투명화를 꾀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이 회사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시장을 투명하게 하는 걸 모든 렌터카업체가 달가워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업체의 입점 없인 사업 규모 확장이 불가능했던 카모아는 정공법을 택했다. 홍성주 카모아 대표의 설명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꾸준하게 렌터카 업체를 설득했다. 세차도 해주고 경조사에도 참여하고,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고충을 들었다. 업계 출신의 임직원을 영입해 눈높이도 맞췄다. 우리 회사를 소개하기보단 렌터카 업체가 진짜 필요한 게 뭔지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함께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생 전략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카모아는 입점 업체에 확실한 이점을 줬다. 렌터카 회사 운영에 필요한 전산시스템(ERP) 제공했고, 업체들의 홍보와 마케팅 활동도 지원했다. 덕분에 카모아에 입점하고 매출이 수배 상승한 렌터카 업체도 있었다.
모토브 역시 플랫폼을 대하는 시선이 날카로운 택시기사를 타깃으로 비즈니스를 벌이는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택시 상단 표시등에 스마트 미디어 기기를 설치하는 게 모토브의 과업이다. 광고판에 30여 개의 IoT 센서를 탑재해 재난·환경·안전·교통 등의 빅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신통방통한 기기였지만 선뜻 설치하는 기사는 없었다. “모토브 광고판을 달면 배터리가 더 빨리 닳는다”, “기름을 더 많이 소모한다” 같은 유언비어가 떠돌기도 했다.
모토브는 먼저 지자체를 공략했다. 대전시와 대전시 택시조합을 설득해 시범 사업을 전개했고, 7대의 대전 택시에 모토브 광고판이 달렸다. 택시기사에게 운행시간에 따라 월 5만~20만원을 지급했는데, “의외로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900여 대의 택시가 모토브 광고판을 달고 대전·인천·서울 등지를 누비고 있다. 김종우 모토브 대표는 “광고 매출을 못 올리던 사업 초반에도 택시기사와의 수익 공유만큼은 빼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택시 동승 호출 서비스 ‘반반택시’의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가 상생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과거에 축적된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큰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기 마련이다. 기존 시장 참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로부터도 배워야 한다. 산업의 문제점을 기존 산업 플레이어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없인 진짜 혁신도 어렵다.”
진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플랫폼 ‘아이엠’을 운영하고도 원성을 듣는 일 없이 업을 전개하고 있다. 플랫폼에 속한 드라이버를 모두 정직원으로 채용했기 때문이다. 진모빌리티 관계자는 “고객의 이용 편의성에만 사업의 초점을 맞추면 갈등이 불가피하다”면서 “혁신도 기존 시장에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는 여러 방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통하면 열리는 상생의 길
하지만 스타트업이 만든 건기식을 선뜻 “팔아주겠다”고 나설 약국이 많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상품을 분석하고 일일이 추천하는 일 역시 약사로선 번거롭기만 한 일이었다.
모노랩스는 이 문제를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풀어갔다. 약사와 협의하는 자리엔 대표가 직접 참석해 이들의 고민사항을 듣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납품 위주의 거래 관계를 구축하는 게 아닌 수평적 협업을 강조했다.
모노랩스 관계자는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윈윈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한발 먼저 움직이자 우리 플랫폼이 약국의 수익에 도움이 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약을 조제할 뿐만 아니라 식습관을 통해 지역 주민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약사 몇몇이 플랫폼에 동참했다. 모노랩스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독수리약국에 최초로 입점한 이후 서울·경기·대전 지역까지 제휴 약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전국 4만3000개의 요양시설의 정보를 한데 모아 간병인과 요양보호사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케어닥 역시 기존 요양시설 업계와 날카롭게 대치했다. “너희가 뭔데 요양시설을 평가하느냐”며 으름장을 놓는 원장도 있었고, 고소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성난 업계의 민심을 일일이 설득했다. 박 대표는 “전국의 요양시설은 복잡한 이권 관계로 얽혀있었는데, 직접 찾아가 대응하면서 사업 규모를 확장해왔다”면서 “결국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비스 질 향상’이란 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기에 우리 편이 됐다”고 설명했다. 케어닥이 올해 8월 기준 누적 71만 시간의 돌봄을 어르신에게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처럼 상생을 꾀하는 스타트업은 모두 “서두르지 말 것”을 강조했다. 신산업과 기존 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으면 자칫 공멸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사업자와 시장의 성장 없인 플랫폼의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있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론 업계 출신의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수익 공유를 확실히 하라고 조언했다. 플랫폼 갈등의 시대, 성장과 상생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묘안이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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