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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공요금 동결에 나섰지만 물가 2% 상승률 ‘성큼성큼’

전기요금 시작으로 공공요금 도미노 인상 움직임
정부 서둘러 진화 나섰지만 물가 상승 요인 산적
설상가상 원자재 가격 상승에 ‘밀크플레이션’까지
2011년 이후 10년 만의 최고 상승률 가능성도

정부는 29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통해 공공요금을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9일 서울의 한 주택가의 도시가스 계량기의 모습. [연합뉴스]
 
전기요금 인상에 이어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의 ‘도미노’ 인상 움직임이 일자 정부가 화들짝 놀라 공공요금 동결을 밝히고 나섰다. 
 
정부는 29일 “공공요금은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정을 앞당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개최하면서까지 이 같은 내용을 밝힌 것은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정부의 선제적인 물가 상승 차단 신호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에 9년 만의 연간 물가상승률 2%대를 기록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요금 發 인상 움직임에 정부 서둘러 진화  

매주 금요일 기획재정부(기재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가 열린다. 하지만 이번 주는 달랐다. 예정보다 이틀 앞당긴 29일 물가관계차관회의가 열린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어려운 물가 여건을 감안해 이미 결정된 공공요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공공요금은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공공요금 동결 메시지를 내비친 것은 지난 23일 전기요금 인상이 발표된 후 주요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이 물밀 듯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기재부에 원료비 상승을 내세워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요구한 상태다. 물가안정에관한법률(물가안정법)에 따르면 공공요금 기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재부는 산업부와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9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근거로 도시가스 요금을 15개월째 동결 중이다. 하지만 도시가스 요금의 80%를 차지하는 원료비가 급등하고 있다. 
 
동북아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지표인 JKM은 지난 24일 100만 BTU(열량단위) 당 27.4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말 2.56달러와 비교해 10배 넘게 올랐다. 산업부 측은 가스공사 원료비 미수금이 1조원에 달하는 상황으로 미수금이 쌓일수록 가스공사가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이 커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철도공사와 한국도로공사도 철도요금과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철도요금과 고속도로 통행료는 각각 10년, 6년 동안 동결된 상황이다. 이에 더해 버스·지하철·택시 등 대중교통과 상하수도, 종량제 봉투 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의 인상 압박도 큰 상태다. 
 
이 차관은 “시외버스·고속버스·광역 급행버스 등 철도·도로의 경우 요금 인상 신청 자체가 제기된 것이 없으며 인상 관련 사전협의 절차가 진행된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공공요금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자율결정사항이나 가능한 한 4분기 동결을 원칙으로 행안부 주관으로 지자체와 적극 협의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5개월 연속 물가상승률 2%대, 대내외 인플레이션 작용도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나선 것은 물가 부담 확대 우려 때문이다. 공공요금 인상을 언급하지 않아도 현재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부터 5개월째(2.3%→2.6%→2.4%→2.6%→2.6%) 2%대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연간 물가 안정 목표치는 ‘2%’다. 이를 달성하려면 남은 4개월 동안 2% 이하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3일 중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주요 경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OECD는 해당 보고서에서 “기저효과와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 차질, 경제 재개에 따른 수요 확대가 복합 작용하며 최근 물가가 크게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물가 상승이 전 세계적인 흐름인 것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다음 달 1일부터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5.4% 인상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우유와 유제품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대내적 요인은 정부 정책이다. 11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국민지원금이 이미 풀렸고, 오는 10월부터는 1조1000억원 규모의 상생소비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도 시작할 예정이다. 늘어난 수요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우유 가격의 변화가 전체 물가의 인상을 불러오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23일 오는 1일부터 우유 가격을 1ℓ 흰 우유 기준 5.4% 올린다고 밝혔다. 서울우유 가격 인상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낙농진흥회가 지난달 원유 가격을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린 데 따른 여파다. 
 

10년 만에 물가상승률 최고치 경신 가능성도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가격을 올리면서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등 다른 업체들도 조만간 우윳값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우유를 원료로 하는 버터·치즈 등 유제품을 시작으로 커피·아이스크림·빵 등까지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밀크플레이션 우려는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도 나왔다. 이 자리에서 이 차관은 “우유 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인상 시기를 최대한 분산하고, 기타 가공식품(치즈·빵 등)으로 연쇄적인 가격 인상 분위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며 “가격 인상 분위기에 편승해 가격 담합 등 과도한 인상 징후 발견 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물가 잡기 움직임에도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2%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2.1%로 올렸다. OECD는 1.8%에서 2.2%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8%에서 2.0%로 각각 상향했다.
 
상승 요인이 산재한 상황에서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연간 2%대 물가상승률 가능성도 높아 있고 있다. 만약 올해 연간 상승률이 2.2%도 넘긴다면 2011년(4.0%)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이 차관은 “정부는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기대가 확산되지 않도록 물가 안정을 위해 선제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지속해서 강구하고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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