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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 K바이오 차별화된 전략으로 치매 정복 나서

작용기전 차별화한 신약 임상 2~3상 진행 중
줄기세포 치매치료제 글로벌 주도

 
 
미국 바이오젠이 출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애드유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빅파마들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치매 치료제’ 개발에서 한국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인상적인 성과를 보인다. 이고 있다. 지난 6월 아두카누맙이 치매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가운데, 다양한 기전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 치매 치료제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가장 잔인한 질병’ 치매… 치료제는 ‘미완’

치매는 사람의 지적 능력과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소실 시켜 인류에게 ‘가장 잔인한 질병’이라고 불린다.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인구는 약 5000만명에 달하며 오는 2050년에는 1억5200만 명으로 3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60세 이상 인구 중 5~8%가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치매 질환을 앓고 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사회적 비용은 2015년 8180억 달러(971조3000억원)에서 2030년에는 2조 달러(2375조원)로 늘어날 것이란 게 WHO의 전망이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 역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추정 치매 환자는 74만8945명(평균 치매유병률 10.0%)으로 2024년 100만 명, 2039년 2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의 종류는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많은 건 노인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 중 71.3%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환자 수도 많은 만큼 치료제의 필요성은 절실하지만 아직 완전한 치료제는 개발되지 못한 상태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까지 허가된 치매 치료제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아두카누맙을 비롯해 5종 밖에 없다.
 
이 중 알츠하이머의 원인에 직접적으로 다가선 치료제는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이 출시한 아두카누맙이 유일하다. 도네페질 등 아두카누맙 이전의 치료제는 질병의 원인이 아닌 증상 완화를 위한 ‘대증치료제’였다.
 
최초의 원인 치료제인 아두카누맙도 치매치료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효능에 대해선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유력 학술지에서 아두카누맙에 대한 효능과 부작용 우려 등을 내놨다. FDA는 추가적인 임상연구를 통해 효능을 입증할 것을 전제로 아두카누맙을 승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아두카누맙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치매치료제 시장을 가장 주목할 신약 시장으로 바라본다. 확실한 효능을 입증한다면 ‘퍼스트 신약’으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준비하거나 진행하고 있는 치매 원인 치료제만 약 3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건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도나네맙’이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는 최근 도나네맙의 현재가치를 약 123억8100만 달러(약 14조6000억원)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모든 의약품 파이프라인을 통틀어 세 번째로 높은 가치다.
 

아리아비오, 젬벡스앤카엘 등 한국 바이오기업도 도전

국내 신약개발 회사들도 글로벌 치매 치료시장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플레이어다. 일부 바이오 기업들은 상당한 연구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아두카누맙과는 차별화된 작용기전을 통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아리바이오 ci
 
가장 진척된 성과를 보이는 건 아리바이오다. 아리바이오는 자체 신약개발 플랫폼을 이용해 개발한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의 글로벌 임상 2상을 마치고 이달 말 톱라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내 FDA에 임상3상 시험계획(IND)을 제출한다는 목표다. FDA로부터 혈관성 치매 치료제 개발에 대한 임상 2상 시험계획승인신청(IND)도 승인을 받은 상태다.
 
주목할 점은 AR1001의 작용기전이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 공간에 있는 표면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신경세포 안에 있는 타우 단백질이 응집되거나 엉키면서 신경세포를 죽이는 독성 단백질로 변해 발생한다는 게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이 때문에 최초의 원인 치료제인 아두카누맙은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개발됐다. 도나네맙 역시 베타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다. 현재 임상 3상 단계에 있는 약물 중 대부분이 베타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다.
 
이와 달리 AR1001은 ‘PDE-5(Phosphodiesterase 5)’라는 물질을 억제해 뇌신경 생장인자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의 증가를 유도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베타아밀로이드 타깃 약품과 전혀 다른 기전으로 확실한 효능을 입증한다면 치매치료제 시장의 완전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아리바이오는 임상 2상을 마친 뒤 휴온스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상용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젬벡스앤카엘도 치매 치료제 GV1001 개발로 주목받는다. 지난해 GV1001의 국내 임상 2상을 마친 젬벡스앤카엘은 3상 IND가 한차례 반려됐지만 최근 다시 식약처에 IND를 제출했다. GV1001은 뇌 신경세포 표면의 베타아밀로이드 침착, 뇌 신경세포 안의 타우 단백질 엉킴, 신경 염증을 모두 막는 ‘복합기전’을 가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젬벡스앤카엘 CI
 
일동제약이 개발 중인 치매치료제 ID1201은 베타아밀로이드 생성 억제 기전이지만 ‘천연 물질’이라는 차별점을 가졌다. 멀구슬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천연물이 이미 생성된 베타아밀로이드로 인한 신경세포 손상을 막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2019년 이미 3상 IND 승인을 받았다.
 
이와 함께 차바이오텍‧메디포스트‧네이처셀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매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어 주목받는다. 현재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는 줄기세포 치매 치료제 파이프라인 9개 중 3개가 한국 기업들의 파이프라인이다.
 
물론 연구에 나선 모든 약물이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의 약물만이 블록버스터로 독식하는 상황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양한 기전과 방식을 통한 연구가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이유다.
 
박기형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는 2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이 주최한 치매치료제 연구개발 동향 및 지원방안 세미나에서 “현재 개발되고 있는 다양한 기전의 약물들이 병용요법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치매 환자뿐 아니라 치매 예방 분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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