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루마니아로부터 공여 받은 화이자 백신 105만3000회분의 포장상자가 제조사인 화이자가 정식 인증한 제품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백신을 맞고 이상반응을 보인 사례도 약 4000건 나타나면서, 국내 도입과정에서 콜드체인(온도에 민감한 의약품을 최적 상태로 유지·유통하기 위한 온도 제어 환경)이 정상 유지됐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아 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루마니아에서 인천공항으로 백신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정부가 별도 사설 운송업체가 제공하는 백신 포장 상자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정식 포장재가 아닌 상자에서도 백신 품질이 유지됐는지 여부다. 화이자 백신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제작돼, 품질을 유지하려면 초저온(20~70도)의 콜드체인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화이자 백신은 골판지에 고분자화합물을 입히거나 플라스틱 신소재를 사용해 수분에 강하고 단열에 뛰어나도록 특수 제작한 상자로 옮기도록 돼 있다. 이렇게 한번 포장한 상자는 다시 이중 포장되고 사이사이 냉매가 채워진다.  
 
루마니아 정부가 사설 포장재를 사용한 이유는 화이자를 직접 구매한 뒤 포장상자를 다시 제조사에 반환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화이자 백신의 포장상자는 일반적으로 재사용된다. 우리나라도 빈 포장상자를 벨기에에 위치한 화이자 생산 공장에 다시 보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백신 품질 유질·제조사 사후 보증 등을 위해 화이자에 특수 포장상자를 받은 다음 운송했어야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질병관리청이 추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루마니아로부터 받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이상반응을 신고한 건수는 지난 5일 기준 국내 4031건에 달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인과성을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면서 국내 도입 과정에서 온도 유지에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하는 한편, 해당 백신의 품질이나 사후 관리 문제 등은 제조사인 화이자와의 비밀계약 사항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백 의원은 “루마니아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인과성 조사에 최초 콜드체인에 문제가 없었는지 특별히 원인 분석을 해야 한다”며  “백신 품질 문제에 대해서도 제조사 사후 관리 처리가 확실히 되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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