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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년간 지적에도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 규모 늘려

[2021 국감] 2016년부터 119곳 투자, 1000억 이상도 5곳
누적 투자금액 2016년 1조1934억원→2021년 1조5706억원
김원이 의원 “강제징용은 인권문제…책임투자 고려해야”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 “투자제한 전략 정리해 논의할 것”

 
 
지난 13일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라는 수년간의 지적에도 국민연금공단은 도리어 투자를 계속 늘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자산을 운용하는 정부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투자가 필요하다는 비판에 공단은 투자제한 기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공단의 지난 2월 투자 규모(누적 기준)은 2016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국정감사에선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투자 원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 13일 국회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에게 일본 전범기업 투자를 배제해야 한다고 국회에서 수년간 지적했지만, 오히려 투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6년부터 일본 전범기업 119개사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119개 전범기업은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전범기업 299개사에 속해 있다. 119개 전범기업 가운데 31개사에 대해서는 2016년부터 지난 2월까지 6년간 투자를 이어온 것이 확인됐다.  
 
투자규모는 매년 1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연도별 일본 전범기업 누적 투자 현황을 보면 ▶2016년 71개사 1조1934억원 ▶2017년 75개사 1조5551억원 ▶2018년 75개사 1조2273억원 ▶2019년 64개사 1조6001억원 ▶2020년 68개사 1조5797억원을 투자했다. 2016년과 비교해 투자규모는 약 32% 증가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전범기업 수와 투자 금액도 4년 전과 비교해 증가했다. 국민연금이 1000억원 이상 투자한 전범기업은 2016년 2개사(신에츠화학·토요타자동차)로 총 3683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지난 2월 기준으로는 5개사(구보다농기계·신에츠화학·스미토모금속광산·다이킨공업·토요타자동차)에 1조281억원으로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미쓰이·쓰미토모 그룹과 자회사에도 투자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태평양 전쟁 당시 군용기·군함 등 군수물품을 조달하면서, 한국인 10만 명을 강제노역 시켰다. 미·중 강제노역 피해자에게는 사과한 반면, 한국에는 “조선인 노역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사과하지 않고 있다. 쓰미토모금속광산은 올해 국민연금으로부터 10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곳에 포함된다.
 
국민연금공단 일본 전범기업 투자 현황. [자료: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한편, 김원이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은 지난 2016년부터 2021년 2월까지 연평균 13.5%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6.51% ▶2017년 17.41% ▶2018년 -7.05% ▶2019년 7.69% ▶2020년 25.9%다. ▶2021년 2월 24.5%다. 2018년 -7%대 투자 수익률을 기록한 뒤에는 꾸준히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국민연금(-0.92%)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0.18%) 이후 두번째로 기금 운용 수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해 체면을 구긴 바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국민연금 기금의 금융부문 운용 수익률은 9.58%며, 최근 5년간(2016~2020년) 연평균 수익률은 6.31%로 나타났다. 
 
김원이 의원은 국정감사 질의를 통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지침 제17조에 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책임투자’가 명시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민연금이 현재까지 사과조차 않고 있는 전범기업에 투자금액을 늘려 배불려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장의 수익성과 관계 없이 강제노역은 인권 문제”라면서 “개선책을 찾아 투자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은 “도박산업 등 전반적인 죄악산업과 전범기업에 대해 네거티브 스크리닝(투자제한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차원의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투자제한 전략이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산업군·기업군을 국민연금의 투자 종목군이나 포트폴리오 등에서 배제하는 정책이다. 국민연금은 탄소중립·친환경에너지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현재 석탄 등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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