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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요소' 수입에 품귀 사태 진정 국면…파업에 물류대란 불씨는 ‘여전’

화물연대 이달 말 총파업 예고에 우려 확산
2~3개월치 물량 확보에 중장기 안정 수급이 관건

 
 
10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요소수 공장에서 요소수가 생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2~3개월치 요소 물량을 수입하기로 하면서, 요소수 품귀 사태가 당분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소 사태와 별개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이달 말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물류대란에 대한 우려의 불씨는 완전히 진화되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이번 요소수 품귀 사태가 중국에 대한 요소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기형적 공급망 때문에 촉발된 만큼, 수입처 다변화 등의 과제는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요소수 품귀 한숨 돌렸다” 산업계 안도  

외교부는 10일 “최근 요소 수급 차질과 관련, 중국산 요소 수입 절차의 조속한 진행을 위해 다양한 채널로 중국 측과 소통한 결과, 우리 기업들의 기존 계약 물량인 요소 1만8700톤에 대한 수출 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현지 공관은 우리 기업이 수출 전 검사를 신청한 일부 물량의 검사가 완료됐음을 확인했다”며 “정부는 중국으로부터의 요소 수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외교 채널을 포함,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긴밀히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에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요소 물량으로 차량용과 산업용 요소수를 생산하면, 올해까지 사용 가능한 요소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요소수 품귀 사태도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디젤(경유) 화물차량 운행에 필요한 요소수가 없어 멈춰선 화물차량들도 운행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요소수 품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물류마비 등으로 직간접적 피해가 예상됐던 철강‧석유화학업계 등의 관계자들도 “요소수 품귀 사태가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에선 차량용 요소수뿐만 아니라 산업용 요소수도 부족해 최악의 상황 땐 화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이번 요소 수입과 함께 자체 요소수 확보 등으로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에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요소와 별개로 중국 외에 다른 수입처를 통해 12월까지 사용할 수 있는 요소수 물량을 계약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화력발전소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산업용 요소수나 암모니아수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의 요소 수입에도 물류대란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우려도 있다. 화물연대가 전날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전면 확대 등을 요구하며 이달 말에 총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3년 일몰제로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화물차량 기사가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하거나 과적·과속하는 것을 방지하게 위해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다. 일몰제는 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을 말한다.  
 

中에 손 벌려 해결…수입처 다변화 과제로  

정부가 중국산 요소 수입을 통해 요소수 품귀 사태를 어느 정도 진정시킨 것은 맞지만, 국내서 소비되는 사실상 전량에 가까운 요소를 중국에 의존해온 왜곡된 공급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7000리터, 베트남으로부터 요소 5000톤을 확보하긴 했지만, 사실상 중국 정부가 요소 수출을 열어주면서 요소수 품귀 사태가 일단락 됐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원료에 한해 수입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한국무역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제 품목분류 코드(HS코드 6자리) 기준 수입품 1만2586개 가운데 3941개(31.3%)의 특정 국가 수입 의존도가 8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한국의 전체 요소 수입액에서 중국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로 나타났으며, 마그네슘잉곳은 100%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알루미늄잉곳은 자동차 차체, 차량용 시트 프레임, 항공기 등의 부품 경량화 작업에 필요한 알루미늄합금의 필수 원료다. 이 외에도 의료기기와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산화텅스텐 수입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4.7%에 달했으며, 전자제품 경량화에 활용되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86.2%,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의 83.5%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에너지 원자재 수입의 상당 부분은 미국산에 의존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운송‧난방‧발전 등에 사용되고 있는 액화석유가스(LPG) 연료의 대미 수입 의존도는 93% 이상이며, 같은 기간 프로판과 부탄에 대한 미국산 의존도는 각각 93.4%, 93.3%로 집계됐다. 반도체 제조를 위한 3대 핵심 품목인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일본산 의존도도 각각 81.2%, 93.1%로 조사됐다.  
 
대기업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등 때문에 일부 품목에 대한 특정 국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현상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면서도 “이번 요소수 품귀 사태 등을 감안하면, 정부가 나서 특정 품목에 대한 수입처를 다변화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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