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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중국 배제' 시작…美는 인텔에 제동, 日은 핵심시설 중국산 배제

경제 안보로 떠오른 반도체·통신장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작되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문제로 떠오른 핵심 기술과 시설이 대상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했고, 일본은 반도체 국내 확보 및 기술 해외 유출 방지 등을 내세우며 핵심 설비에서 중국산을 제외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유는 ‘경제안보’다.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을 막고 핵심 공급망을 내제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 한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내세워 인텔의 중국 청두공장 생산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인텔은 미국내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하자 최근 중국 청두 공장에서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생산을 늘리려 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막아섰다. 미국 기업의 기술 이전 우려가 있고 중국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최근 열린 G20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을 주제로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단일망에 의존해선 안된다"고 했다.  
 
반도체는 모든 산업에 필수인 공급망의 핵심 고리다. 반도체 부족으로 다른 산업까지 타격을 받고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자 미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안보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인텔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재고,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 설문지에 대한 답변을 지난 8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반도체 산업을 넘어 대(對)중국 전략적 투자 자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국가 안보를 해치거나 경쟁자들의 기술력 향상을 도울 수 있는 미국의 대외 투자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는데, 최근 정부가 해외 투자 심사를 위한 장치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어떤 부문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채 “정부는 중국이 미국 기술, 노하우, 투자를 이용해 최첨단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했다.
 
인텔은 반도체 공급 확대를 위해 중국 생산 확대를 노리는 동시에 미국 내 파운드리 시설 투자 등 연방정부의 지원을 구하고 있어 백악관의 규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업계에 520억 달러(약 61조3000억원)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법안(CHIP Act)은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에서 몇달째 의결되지 못하고 있다.
 
인텔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혁신과 경제에 필수적인 반도체에 대한 많은 수요에 부응하는 데 도움이 될 다른 해법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인텔과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산업 전반에 걸쳐있는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는 공동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정부와 함께 여러 접근법을 탐색했다는 것이다.
 

일본, 반도체 패권 강화·핵심시설 중국산 제외 

일본 차량용 반도체 업체 르네사스일렉트릭스에서 근무자들이 일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일본 정부도 반도체 등 공급망 강화와 더불어 첨단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특허 비공개 등을 담은 경제안보법안을 추진한다. 여기에는 안보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통신과 에너지 등 핵심 시설에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는 안이 담겼다.  
 
14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의 경제안전보장추진법안(가칭)을 내년 정기 국회 제출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복수의 정부·여당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법안은 크게 ▶공급망 강화 ▶기간 산업(인프라) 기능 유지 ▶특허 비공개 ▶기술 기반 확보 등 4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와 기술 분야에서 패권을 다투는 가운데, 자국 내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고 기술의 해외유출을 방지하겠다는 게 골자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제국’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반도체 생산 기지를 유치해 공급망을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일본 생산기지 지원을 위해 “필요한 예산 확보 및 수년에 걸친 지원시스템을 신속하게 구축하고 싶다”고 공언까지 한 상황이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2021년 통상백서'에서도 반도체 산업 부활을 경제 안보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백서는 “코로나19 감염 확대와 미·중 갈등을 계기로 기존 공급망의 취약함이 드러나면서 각국이 경제안전보장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물자 확보를 위해 생산거점을 다양화하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과의 신뢰를 축으로 공급망을 새로 재편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을 경제안보의 핵심으로 보고 반도체 산업 전성기 시절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의 반도체 수입 의존도는 64.2%에 달한다.  
 
기간 산업(인프라) 기능 유지 측면에서는 사업자가 통신과 에너지, 금융 등 중요 설비 도입 시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외국 제품이나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도록 정부가 사전 심사하는 제도가 담긴다. 특히 이때 인프라의 안정적 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설비는 중국산 도입을 배제하는 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미 정부도 반도체 공급망 및 디지털 협력을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오는 18일 서울을 방문한다. 미 통상장관 방한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한창이던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는 타이 대표와의 면담에서 반도체 협력을 공고히 하고 파트너십 대화 회의의 세부 의제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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