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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시간에 오히려 잡기 힘든 카카오T…이러다 ‘진짜 위기’

법인택시 3분의 1 줄고, 후발주자 치고 올라와
유료 서비스 한계 부딪치자 법인 일부 매각 고민

 
 
서울 시내를 운행 중인 카카오택시. [연합뉴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둘째 주 금요일인 지난 12일, 직장인 남모(30)씨는 직장 동기들과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모임을 가졌다. 코로나 이후 첫 모임인 만큼 대화는 자정까지 이어졌다. 왁자지껄 즐거웠던 분위기는 귀갓길에서 깨졌다.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T’는 1시간 내내 무용지물이었다.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도 주변에 없었다.
 
남씨처럼 카카오T에 실망하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 택시호출이 몰리는 피크시간대 카카오T가 별다른 역할을 못하고 있어서다. 앱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매해 발간하는 모빌리티 리포트에서 ‘빠른 배차’, ‘승차거부 방지’처럼 타사와 차별화한 서비스 경험을 강조했지만, 현장에선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후발업체가 더 높은 배차 성공률을 보일 때도 있다.
 
이날 남씨 일행을 귀가시킨 건 신생업체의 택시 브랜드였다. 앱 마켓에 있는 택시 앱을 여러 개 설치해 호출한 결과다. 남씨는 “웃돈을 주고 택시를 겨우 잡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택시 떠난 기사, 대리운전·배달에 몰려

카카오T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택시기사 수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 8월 전국 법인택시 운전자 수는 7만7934명으로, 코로나 전인 지난해 1월(10만154명)보다 20% 이상 줄었다(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집계). 택시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개인택시 면허도 코로나 직전 시점의 가격인 5000만원대에서 반등하지 못하는 걸로 알려졌다.  
 
택시업계를 떠난 기사들은 대리운전이나 배달업으로 향했다. 내야 할 비용은 택시기사보다 적고, 버는 돈은 더 많기 때문이다. 송승훈 택시모빌리티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대리운전 호출도 최근 20~50% 늘었다”며 “굳이 10만원 넘는 사납금에 사고 위험도 부담해야 하는 법인택시를 몰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달업 역시 최근 기사 구인난을 겪을 만큼 호황이다.
 
인력 공급은 줄었는데 업체 수요는 늘었다. 코로나 이후를 염두에 두고 후발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새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업체 ‘우버’와 앱을 합친 ‘우티(UT)’는 올해 말까지 가맹택시 기사 수를 1만명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업계에 알려진 우티 가맹기사 수는 1000명 남짓이다. 토스 품으로 간 타다도 기사 섭외에 최대 4100만원 지원금을 내걸었다.
 
문제는 남씨 같은 경우다. 카카오T가 못 잡은 택시를 다른 업체가 잡아내고 있다. 가맹택시 운행 대수(9월 말 기준 2만6000여 대 추정)만 해도 다른 업체보다 크게 많은데도 그렇다. 그 이유로 송 회장은 “피크시간대 카카오T 앱을 꺼두는 카카오T블루 기사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10일 낸 자료에서 “택시 공급은 수요가 집중되는 피크시간대(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왜일까. 송 회장은 “장거리 배차(승객을 태우기까지의 거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사 수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카카오T로 몰리는 호출을 소화하려고 하다 보니 승객으로부터 지나치게 멀리 있는 기사에 배차하려고 한단 것이다. 송 회장은 “호출을 잡고 보면 승객이 7㎞ 거리에도 있다”며 “가장 바쁜 시간대에 그만한 시간과 기름을 바닥에 버려야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탄력 요금제 대책, 실현 어려워

카카오모빌리티에서 말하는 대책은 인센티브다. 10일 내놓은 자료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기사들이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적극적으로 운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사 인센티브 등과 같이 다양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크시간대 승객이 추가 요금을 내도록 하는 ‘탄력 요금제’가 필요하단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여론의 반발을 샀던 방법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8월부터 배차 성공률을 높이는 유료 서비스 ‘스마트호출’ 비용을 1000원에서 시간대에 따라 0~5000원으로 조정하는 개편안을 내놨다가 ‘플랫폼 갑질’이란 비판을 받았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0~2000원으로 비용을 낮췄다.
 
다른 방법도 있다. 앞서 남씨가 탔던 아이엠택시가 좋은 사례다. 
 
이 택시업체는 택시기사를 직접 고용해 피크시간대에 일정량의 택시를 강제로 배차한다. 택시기사에 기본급을 주고,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도 제공하는 게 비결이다. 올해 초 사업을 시작한 이 업체는 코로나에도 기사 수와 앱 다운로드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 말까지 서울에서 1000대 운행하는 게 목표다.
 
반면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그간 인수했던 법인택시업체 아홉 곳 가운데 일부를 매각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들 소속 기사를 대상으로 유료 서비스를 확대하려 했는데, 여론 반발에 무산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그렇다고 직영이 아닌 가맹택시를 강제로 배차할 수 없는 노릇이라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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