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자동차보험 적자 9조원…"올해 잘했다고 보험료 내릴 수는…"
손보사 3분기 호실적 내며 보험료 인하 압박 커져
11년간 차보험 누적 적자액 8조9000억…20년간 흑자는 딱 두해
"코로나 일시적 영향 빼면 의미없다"는 손보사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올 3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 속 역대급 실적을 내며 순항하고 있지만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해 주요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모처럼 흑자가 예상되지만 그동안 쌓인 누적 적자 때문에 보험료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손해율 '뚝' 실적은 'UP'…차보험료 인하는 '글쎄'
삼성화재는 올 3분기 누적 1조222억원의 당기순익을 내며 유일하게 1조원대 순익을 기록했다. 실적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5% 증가했다. 같은기간 현대해상과 DB손보의 당기순익은 3877억원, 6455억원으로 각각 23.2%, 46% 상승했다. KB손보와 메리츠화재도 순익이 2656억원, 4673억원으로 각각 77.2%, 44.4% 늘었다.
손보사들의 이같은 호실적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이 한몫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올 9월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삼성화재 79.1%, 현대해상 79.5%, DB손보 78.1%, KB손보 78.9%, 메리츠화재 76.7%를 기록했다.
5개사 평균 손해율은 78.4%로 지난해(약 84%)와 2019년(약 90%) 대비 약 6~12%포인트 낮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와 올해 차량 운행이 감소해 교통사고도 줄며 손해율이 떨어졌다. 손보사들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호실적을 기록하는 이유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중 가입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의 비율이다. 손해율이 80%면 100원의 보험료를 받아 80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보험료에서 운영 및 사업경비 등을 차감한다고 가정했을 때 손해율이 80% 수준을 기록하면 보험업계에서는 손보사들이 큰 손해를 입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이에 올해 9월까지 주요 손보사 5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70% 후반대로 하락했기 때문에 '내년엔 보험료를 내려도 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내년엔 대선이 예정돼 있어 정치권의 자동차 보험료 인하 압박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70%대 손해율을 유지 중인 주요 손보사 5곳은 올해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남은 기간 동안 큰 변수가 없다면 흑자가 예상된다. 10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각사별로 취합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서는 10월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9월과 비교해 큰 폭의 변화는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0~2020년 차보험 적자만 9조…'근본적 대책' 필요
특히 손보사들은 지난 10년간 누적 적자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보업계 자동차보험 영업 흑자가 난 해는 최근 10년간으로 보면 2017년(266억원)이 유일하다. 이는 2001년 흑자 이후 16년만에 자동차보험에서 영업 흑자가 난 해다.
최근 20년간으로 보면 자동차보험에서 18년 동안 적자가 났다. 2019년에는 자동차보험 적자가 1조6445억원에 달하며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0~2020년 사이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액은 8조9530억원에 달한다.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가입자가 2000만명을 넘어서며 공적 보험처럼 다뤄지지만 사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엄연히 이익을 내야하는 사업이다"며 "보험사의 단일 사업부문에서 이렇게 크게 적자가 난 분야는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추이는 다년간의 데이터가 쌓이며 어느 정도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며 "올해 손해율이 많이 떨어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영향이 컸다. 내년 손해율은 80%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이득이 조금 낫다고 바로 보험료를 내리면 회사 입장에서는 상품 운용이 너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낮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같은 일시적인 영향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손해율을 낮춰야 보험사도 보험료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보험사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적발된 보험사기 중 자동차보험 관련 보험사기 비중은 적발금액 기준 41.8%(1890억원)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과 2019년에도 자동차보험 사기 비중은 40%대 수준이었다.
또한 사고가 나면 무조건 병원에 드러눕는 '나이롱 환자' 퇴치도 중요한 과제다. 이에 정부는 지난 10월, 2023년부터 나이롱 환자 근절을 위해 본인 과실은 본인 보험금으로 부담하는 '과실 책임주의'를 도입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보험금 누수를 막을 다양한 정책들이 나와야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감소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기 예방이나 적발을 통한 자동차보험금 누수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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