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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도입 추진에 긴장하는 경제계…학계도 우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멤버로, 발언권‧의결권 인정
이재명 “패스트트랙으로” 발언에 여당도 지원 사격
경제계·학계 "대립적인 노사 교섭 갈등만 심해질 것"

 
 
지난 2월 한국노총·전국공공산업노조·전국금융산업노조·전국공공노조 등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경영계가 정치권의 ‘노동이사제’ 도입 추진과 관련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노동자 대표를 이사회 의결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면 노사 교섭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전국 4년제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한 ‘노동이사제 도입에 관한 전문가 인식 조사(노동이사제 전문가 인식조사)’를 통해 학계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25일 발표했다.
 
노동이사제 전문가 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61.5%가 노동이사제를 민간기업에 도입할 경우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25.5% 수준이었다.
 
노동이사제란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멤버로 인정받아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를 기업에 적용하면 노동자가 기업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 논란이 갑자기 터져 나온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서라도 신속하게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데 이어, 최근 여당에서도 제도 도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노동계에서 요구해왔던 것”이라며 “결단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공공기관과 준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에서 노동이사제를 먼저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해외에서는 독일·스웨덴·프랑스·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가 공공‧민간부문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게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경영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에 노동이사제가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노동이사제 전문가 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17%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40%는 ‘다소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했다. 긍정 평가한 응답자는 23%로 나타났다. 경총은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시스템)와는 다른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인 우리나라와의 차이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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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공공’에 도입해도 민간으로의 확대 압력 커질 것”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결국 민간 부문까지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이사제 전문가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는 국회에 계류 중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의무 도입 법안이 통과되면 민간기업에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정치적·사회적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는 25일 노동이사제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경제계 공동입장’을 발표했다. 
 
경제단체들은 “국내의 대립적인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노동이사제 의무화로 이사회가 노사 교섭과 갈등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경제단체는 또 “노동이사제는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보다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과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여당이 추진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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