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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순혈주의 깨고 미국인 CEO”…어수선한 롯데, 새구원투수 ‘김상현’

P&G→홈플러스→데이리팜에서 롯데 유통 수장으로
마케팅 특화 전문가…미국식 경영 롯데와 시너지 주목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글로벌 유통 전문가로 꼽히는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가 롯데그룹의 유통군 총괄 지휘봉을 잡는다. 본업인 유통의 실적 부진과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어수선한 롯데의 유통 구원투수로 투입되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온라인 부문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파격 인사다. 
 

신동빈 회장의 절박함…‘비 롯데맨’의 과제는?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 BU(사업부문) 체제를 HQ체제로 전환하면서 유통 부문 수장으로 김 전 대표를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롯데가 이 자리에 ‘비 롯데맨’을 임명한 것은 1967년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유통부문에 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절박함이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존 유통 BU를 이끌었던 강희태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1963년생인 김 부회장은 미국 펜실바니아대 정치학·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 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홈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Dairy Farm Group(데이리팜) 동아시아 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했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마케팅에 특화된 전문가로 꼽힌다. 30년간 P&G에 근무할 당시 아시아인 최초로 고위 임원과 부사장, 대표이사직을 역임할 정도로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홈플러스 재직 당시엔 MBK파트너스로 주인이 갓 바뀐 홈플러스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면서 인수 직전 적자이던 홈플러스를 바로 다음 해에 정상화 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부회장이 직전까지 재직했던 데이리팜 역시 국내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동남아 최대 유통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데이리팜은 싱가포르, 홍콩, 중국 등 아시아 11개국에서 대형마트, 슈퍼마켓, H&B 스토어, 편의점 등 1만 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연 매출 규모만 25조원에 달한다.  
 
그의 롯데행을 놓고 업계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쏟아진 배경이다. 그간 김 부회장의 이력과 경력상 롯데보다는 글로벌 유통기업이 더 맞지 않겠냐는 시각에서다. 김 부회장 스스로도 이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고, 특히 이 결단을 내리기까진 신 회장이 적잖게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롯데는 김 부회장이 국내외에서 쌓은 전문성과 이커머스 경험이 롯데의 유통에 진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또 온라인, 데이터 업무에 강하고 미국 월마트 등 글로벌 인맥과도 폭 넓은 교류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미국 국적인 데다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로 경영해 온 그가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롯데 안에서 얼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에 대해 “성격이 온화하고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하는 편”이라면서 “권위의식 자체가 없는 사람이라 롯데랑 스타일을 어떻게 맞춰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글로벌 적으로 어마어마한 경력을 지녔지만 한국에서 오히려 저평가 받던 인물”이라면서 “김 부회장을 선택한 건 그만큼 변화가 필요한 롯데의 절박함으로도 읽힌다”고 덧붙였다.  
 
한편 HQ체제를 도입하는 롯데는 유통을 포함해 화학, 식품, 호텔 등으로 전환된다. 롯데호텔 신임 대표엔 LG그룹, AT커니, 모건스탠리PE 등을 거친 안세진 놀부 대표가 파격적으로 기용됐고, 올해 최고 실적을 거두고 있는 김교현 화학HQ 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 역시 부회장에 올랐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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