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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양극화 심화 조짐?…'철옹성' 서울 알짜 지역 불패는 계속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대치동 일대 모습 [연합뉴스]
 
# 서울 올라간 친구는 직장구하고 자리 잡아서 서울에 집도 장만했어. 그 집 가격이 지금은 얼마라지. 여기 지방 집값은 몇 년 동안 별로 오르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어느덧 중년이 훌쩍 넘은 김 씨는 물 좋고 공기 좋은 강원도에 살고 있는 삶이 좋다. 하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죽마고우 박 씨가 오른 아파트 값 이야기만 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가업을 물려받아 일을 하고 있지만, 오래 전 서울에서 자리 잡고 집을 마련한 그 친구의 집값 상승분은 열심히 일한다고 벌 수 있는 그런 가격이 아니었다.  
 
최근 김 씨처럼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에 상대적 박탁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시장 관망세과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양극화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은 물론, 서울 안에서도 강북과 강남지역 집값 격차도 벌어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하위 아파트 값이 떨어질 때 상위 아파트값은 역대 급으로 뛰는 등 부동산 자산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지방 아파트 가격 격차 심화  

 
9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집권 직전 해인 2016년 말부터 2021년 11월 말까지 서울의 가구당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호가 기준)은 6억3445만원에서 13억2363만원으로 108.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전(91.5%) ▶경기(85.1%) ▶인천(67.6%) ▶부산(55.4%) ▶대구(41.9%) ▶광주(34.5%) 등 주요 광역시와 ▶강원(19.4%) ▶제주(15%) ▶경남(14.8%) 등 지방을 압도하는 상승률이다. 세종시만 138.2%로 서울 상승률을 앞섰다.
 
서울 가격 대비 지역 가격 비율을 따져보면 5년간 서울과 지방의 격차 증가는 확연하다. 부산은 서울 가격 대비 비율이 해당 기간 동안 52.9%에서 39.4%로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이라고 하면 부산은 5년전 5억2900만원이던 게 현재 3억94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54.2%→48.1%), 대구(46.7%→31.8%), 광주(29.8%→19.2%) 등도 서울 대비 가격 비율이 급감했고, 전국적으로는 58.9%에서 51.3%로 줄었다. 특히 강원도는 24.3%에서 13.9%로 줄었다. 강원도 아파트 7채를 팔아야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수준으로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다는 얘기다.

 
아파트 값 양극화는 다른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KB부동산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9.3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17년 5월(4.7)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를 가격 순으로 5등분해서 상위 20%(5분위)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높을수록 아파트 값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다.

 
저가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은 반면, 고가 아파트는 가격은 급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규제에 따른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함께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영향이 고가 주택에는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의 5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10월(15억307만원) 이미 주택담보대출 한도인 15억원을 넘었다. 
 

서울 강남권 신고가 행진…규제에 ‘똘똘한 한 채’ 선호  

서울 지역 내에서도 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강북권이나 외곽지역에서는 매물이 쌓이고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이지만, 강남권 등 고가 단지에서는 신고가 행진이 이어진다. 대출이 금지된 서울 강남권의 15억원 초과 단지는 애초부터 자체 자금 조달이 가능한 수요층 위주로 거래됐기 때문에 대출 한도 축소의 영향이 적다. 최근 다주택자를 향한 종부세 강화, 양도세 중과 등에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짙어지며, 강남권 등 서울 알짜지역 상승세는 계속 될 수 있다.  
 
실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는 11월 15일 45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국내 ‘국민 평형’ 아파트 중에선 최고가다. 앞서 11월 6일에는 같은 단지 129㎡ 매물이 60억2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9월 거래건과 비교하면 7억2000만원 뛴 가격이다. 이밖에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145㎡·56억원),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94㎡·38억5000만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117㎡·43억5000만원),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82㎡·32억7880만원) 등 주요 단지에서도 11월 신고가 거래가 성사됐다.  
 
반면 서울 중저가 단지 밀집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둔화했다. 강북구는 유일하게 보합 전환해 1년 6개월 만에 상승을 멈췄고, 관악구는 0.01% 오르는 데 그쳐 사실상 보합권에 들었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8월 11억3000만원(1층)에 신고가를 찍었다가, 지난달 10억8000만원(1층)으로 5000만원 내린 가격에 거래됐다.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전용 84제곱미터가 11억 6000만원 신고가를 찍었지만 한 달 만에 10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1억원 이상 하락했다. 금천구와 구로구에서도 실거래가 하락이 관측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매매시장의 경우 서울은 일부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 진입 직전 수준까지 안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철옹성’ 같은 서울 알짜 지역 불패 행진은 언제까지 계속 될지 모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회장(경인여대교수)은 “서울과 지방간의 양극화와 지역 간의 양극화는 심화 될 것”이라며 “1가구 1주택자를 강화하다보니까 똘똘한 한 채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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