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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TPP의 개방 파고에 농업계 ‘먹거리 주권’ 지킬수 있을까

[CPTPP 가입하면 ③] 취약산업 붕괴 우려
기반 약한 국내 보호산업 피해 악화 근심
농업계엔 농업강국과의 무관세 경쟁 부담

 
 
지난달 3일 국민과 함께 하는 농민의 길과 전국민중행동이 공동 주최한 CPTPP 가입논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의사를 공식화했다. 미국이 탈퇴하자 중국과 대만이 가입을 신청했다. 그러자 문 정부도 가입 추진으로 입장을 바꿨다. 해외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어 제조·수출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엔 기회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만큼 국내시장도 개방해야 해 농업 등 취약분야에선 또 희생양을 삼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CPTPP를 통해 얻는 득실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 [CPTPP 가입하면] ① 정부 가입추진 배경 ② 해외시장 확대 기대 ③ 취약산업 붕괴 우려
 
우리나라의 CPTPP 가입은 무역시장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개방성이 높은 CPTPP 가입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CPTPP에 가입하면 회원국들에게 국내시장을 개방해야 하는데 시장 자유화 수준이 많게는 95~100%에 달해서다. 거의 무관세나 마찬가지다. 시장을 폭 넓게 개방하면 국내 수출기업에 이득이 되지만, 국내 취약한 산업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에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하면 기존 회원국에 대한 시장접근성 개선 이외에 국내 산업의 민감성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PTPP 가입은 일본과의 FTA 체결이라는 의미가 커 제조업 분야 양허(관세를 일정 세율 이상 올리지 않는 것)에서 일본에 대한 민감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겹치는 수출 품목이 많아 국산 상품이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대 일본산 수입품에 대한 국내 시장의 개방 정도가 커 무역수지가 악화할 우려도 있다. 인도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입을 손해를 고려해 RCEP 가입을 포기한 바 있다. 
 
특히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은 우리나라에 민감한 주제다. 우리나라가 CPTPP 회원국과 이미 체결한 FTA의 농식품 분야 자유화율은 평균 78.4%다. 그러나 CPTPP는 관세 철폐율이 최대 96%로 사실상 완전 개방에 가까운 데다, 가입국 상당수가 농업 강국이라는 점이 국내 농축수산업계엔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중국의 가입까지 이뤄지면 국내 농업계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10월 14일 전북 김제시 공덕면 논에서 콤바인이 벼를 거둬들여 포대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의 농축수산물 추가 개방 요구에 대비해야”

농민단체는 정부가 CPTPP 가입 의사를 밝히자 즉각 반발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13일 성명을 내고 “CPTPP 가입은 수입 농산물 추가 개방이 불가피하다”며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농산물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국내 농업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정부의 CPTPP 가입 선언은 먹거리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농업인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호주·캐나다·뉴질랜드·칠레로부터의 농축수산물 추가 개방 요구의 가능성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일본이 방사능 오염이 의심되는 후쿠시마 농수산물에 대해 한국에게 수입 규제 해제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낙농강국은 국내 우유·소고기·유가공 등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쌀은 한번 뺏기면 되찾기 어려운 식량안보 자원이다. 
 
과거에도 외국과의 무역협정을 두고 정부와 농민단체가 수 차례 충돌했었다. 그 때마다 역대 정부는 제조산업과 해외수출의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협상하는 모습을 보여 농축수산업을 매번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994년 다자간 무역협상인 우루과이라운드(UR)가 타결되자 농민단체는 “농촌 인구 급감과 무역적자 급증으로 농촌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2003년 한국·칠레 간 FTA를 맺을 때도 농민단체는 칠레산 농산물 수입 시 국내 농작의 피해를 우려하며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그렇게 맺은 무역협정들이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오늘날의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CPTP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자, 의장국인 일본을 중심으로 뉴질랜드·말레이시아·멕시코·베트남·브루나이·싱가포르·칠레·캐나다·페루·호주 11개국이 참여해, 2018년 12월 발효된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자유무역협정이다. 협정 주요 내용은 농수산물과 공산품 역내 관세 철폐, 데이터 거래 활성화, 금융·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이동 자유화,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등 지원 금지 등이다. 산업연구원 보고서(CPTPP 미래와 우리의 대응방안)에 따르면 CPTPP 11개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2019년 기준 11조2000억 달러(세계 GDP의 12.8%)에 이른다. 차지한다. CPTPP 11개국의 무역 규모는 5조7000억 달러(세계 무역액의 15.2%)에 달한다. 11개국의 인구는 총 5억여명(세계 인구의 6.6%)이다. 한국의 수출액에서 CPTPP 11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2%, 한국의 수입액에서 11개국의 비중은 24.8%를 차지한다. 최근 중국과 대만에 이어 영국도 CPTPP 가입을 신청해 경제동맹 영역이 태평양 너머 유럽으로 확장하게 된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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