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희 대표 “30호 국산 신약 케이캡, 글로벌 피크 매출 ‘적어도 1조원’”
[인터뷰] 강석희 HK이노엔 대표
컨디션 초창기 모델했던 직원이 대표로 취임…오픈이노베이션으로 신약 개발
국산 30호 신약 기록 케이캡 1000억원 매출 눈앞…중국 이어 미국 진출 준비 중
“수액은 돈 보다 전략적 사업”…충북 오송 공장에 1000억원 투자 수액 신공장 완성
헬스·뷰티 기반의 HB&B 사업 키우려, 모기업 한국콜마와 시너지 기대
“워낙 변수가 많아 숫자로 말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1조원은 해야지 않겠습니까. 그 정돈 돼야 글로벌 시장에서 명함 내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석희 HK이노엔 대표이사는 올해 국내에서만 1000억원 매출 돌파가 확실시된 ‘케이캡’(K-CAB‧성분명 테고프라잔)의 글로벌 피크(최대) 연매출 규모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의약품의 매출이 아니라 로열티 수익 등 실제로 HK이노엔의 실적에 반영되는 매출 규모다.
숙취해소음료 ‘컨디션’으로 잘 알려졌던 CJ헬스케어는 CJ그룹에서 한국콜마로 인수되며 HK이노엔으로 이름을 바꿨다. 새로운 이름으로 기업공개(IPO)까지 마친 HK이노엔엔 국산 30호 신약 케이캡이란 새 얼굴이 떠올랐다. 연 매출이 100억원만 넘어도 ‘블록버스터’로 구분하는 국내 신약 시장에서 1000억원 매출이란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30호 국산 신약 ‘케이캡’의 아버지
HK이노엔(당시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문)은 2010년 해외 벤처기업으로부터 개발초기단계의 위산펌프길항제(Acid Pump Antagonist) 후보물질인 IN-A001(테고프라잔)을 도입했다. 당시 제약사업부문장이던 강 대표가 외부 후보물질 도입을 추진했고, 최종 결정도 내렸다.
강 대표는 당시 테고프라잔의 기술 도입이 ‘절박한 심정’에서 이뤄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로 6년간 떠나있다가, 2010년 초 제약 분야로 돌아왔더니 제약 시장의 변화가 크게 일어나고 있었다”며 “다국적 회사의 약품을 도입해 판매하는 게 국내 제약사들의 주된 사업이었는데 글로벌 파마들이 한국에 지사를 만들고 본인들이 영업을 시작하더라”고 말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살아남을 길을 모색했다. 회사의 장기 생존을 위한 답은 ‘신약’ 뿐이었다.
하지만 신약개발 경험이 없는 회사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자체적으로 나서는 건 무모했다. 고차원의 방정식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결론은 ‘오픈이노베이션’이다. 국내 제약업계에선 개념조차 낯선 시기였다. 테고프라잔 뿐 아니라 가능성이 있는 몇 개의 파이프라인을 이 때 도입해 개발을 시작했다.
2012년 그는 다시 CJ E&M 대표이사로 발령났다. 그는 당시 후배들에게 “테고프라잔은 잘 될 것 같다. 잘 되면 소주 사라”고 말하며 떠났다.
2015년, 그는 운명처럼 CJ제일제당에서 독립해 출범한 CJ헬스케어 대표이사로 돌아오게 됐다. 돌아오자마자 테고프라잔의 개발 상황부터 물었고, 2018년 중순 허가를 마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서자 프리마케팅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강 대표는 “케이캡의 매출 목표를 너무 보수적으로 잡았길래 늘리라고 지시해서 피크매출 800억원 수준으로 잡았는데, 출시 3년차인 올해 이미 이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케이캡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도 이 때다. 케이캡과 같은 위장약의 작용기전을 P-CAB(칼륨경쟁적위산분비차단‧Potassium Competitive Acid Blocker)이라고 한다. 기존에 널리 쓰이던 PPI(양성자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기전 약품에 비해 빠르게 약효가 나타나며 복용편의성이 높다. 실제 의료환자들의 수요가 높아 PPI 의약품 시장이 결국 대부분 P-CAB 의약품으로 넘어올 것이란 게 제약업계의 시각이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P-CAB이 되겠다는 의미로 지었다”며 “케이컬쳐가 들어가면 글로벌 마케팅에 강점이 생길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케이캡은 올해 1000억원의 매출 기록이 기정사실화 됐다. 출시 초기 실적을 빠르게 키워야 한다는 강 대표의 지론으로 영업조직이 강한 종근당과 영업 협력을 한 결과 빠르게 매출규모를 늘릴 수 있었다.
그는 “대표이사의 자리에 있을 때 국산 30호 신약 K-CAB을 출시한 것은 매우 기적이고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오랜 시간동안 K-CAB을 개발하고 영업마케팅을 해온 연구소, 임상, 사업개발, 생산, 영업, 마케팅, 지원조직 모든 임직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케이캡의 매출을 “아직 매화 꽃봉오리 수준”이라고 봤다. 2019년 말 중국에 기술수출이 이뤄졌고, 중국에서 선호하는 주사제형으로도 기술 수출했다. 중국시장에 직접진출이 아닌 기술 수출을 결정한 것도 강 대표인데, 이 결정 과정에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 봐도 잘 한 결정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P-CAB 기반 약을 개발한 일본 다케다 제약은 직접 개발해 중국에 수출했는데, 중국내에서 수입완제품처럼 여겨져 여러 마케팅 저해요소들이 있다”며 “우리는 중국 뤄신이 직접 개발한 것처럼 인식돼 다케다에 비해 여러 이점들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화(開花)’에 대한 기대감은 중국 뿐만이 아니다. 2023년부터 동남아시아와 남미 지역에 완제수출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최대 시장 미국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내년 1분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3상 진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걸 목표로 한다. 다만 완제수출 방식과 기술수출 방식 중 고민이 큰 상황이다. 그는 “많은 협의를 진행중이며, 머지 않은 시일 밝히겠다”고 말했다.
기술수출을 택할 경우 개발 리스크가 줄지만 로열티 수익만이 반영돼 HK이노엔의 글로벌 피크 매출 규모는 적어질 수 있다. 강 대표는 “기술수출 하더라도 2030년엔 조단위 매출은 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제약 기업 역할은 스타 육성과 같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은 R(Research)보다 D(Develop)에 방점이 찍혀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능성이 높은 후보 물질을 라이선스 인해 약으로 만드는 게 기업의 역할이고, 신약후보물질을 연구‧발굴하는 일은 학계‧벤처의 영역이란 것이다.
이를 위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가져야 할 역량은 ‘셀링 포인트’다. 강 대표는 “대형 기획사에 노래 잘하는 인재들이 제발로 찾아오듯, 글로벌 빅파마는 가만히 있어도 개발사들이 훌륭한 후보물질을 개발해 달라고 찾아온다”며 “글로벌 빅파마가 아닌 이상 ‘셀링 포인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마련한 셀링포인트는 얼리스테이지 약물을 빠르게 전임상‧임상 1상, 2a상까지 검증해주겠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초기 파이프라인의 검증은 글로벌 빅파마보다 우리가 잘 한다는 자신이 있고, 산‧학‧관 협력이 뛰어난 한국 시장에서 검증을 진행한다는 것도 강점”이라며 “다국적기업과 네트워킹을 통한 후기 시프팅(shifting)에도 훌륭한 역량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에서 임상 2상을 진행중인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IN-A010도 벤처기업인 퓨처메디신으로부터 도입한 약물이다. 이밖에 소화 자가면역 감염 암 등 16개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강 대표는 “케이캡 개발하며 소화기계 약품 분야에선 고속도로를 깔았다. NASH 치료제도 소화기계와 유사하다”며 “이밖에 감염성질환과 항암, 면역 분야에서 넥스트 케이캡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레드바이오 분야에선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로도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혈액암 치료제 파이프라인 구축을 필두로 향후 차세대 기술 분야 확대 및 신규사업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HK이노엔의 전문의약품 분야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수액’ 사업이다. HK이노엔은 최근 충북 오송 공장에 1000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감행해 수액 신공장을 완성했다. 수액 사업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돈이 되지 않는 사업’으로 통한다. ‘사업을 영위하는 것만으로도 사회 공헌하는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강 대표는 “수액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중하는 전략사업”이라며 “전문의약품 브랜드로서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확립하고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전개 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억지로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 과장 시절 HK이노엔이 막 시작한 수액사업의 PM(프로젝트매니저)를 맡았던 그는 ‘적자 사업을 접자’는 상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액사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버텼다. 강 대표는 “보험 약가가 낮아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일단 적자를 감수하고 마켓쉐어를 늘리면 약가 정상화를 주장할 수 있다고 버텼다”며 “결국 1994년도에 약가가 정상화되며 이익이 나는 사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HK이노엔은 종합영양(TPN)수액을 통한 수액의 프리미엄화로 수익성을 더 키울 방침이다. 고령화에 따라 중증질환 환자가 늘어나, TPN 수액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론 해외 수출까지 도모하고 있다.
HB&B 매출 15%까지 끌어올릴 것
헬스와 뷰티를 기반으로 HB&B 사업을 키울 방침이다. 회사를 인수한 주체가 국내 최고 화장품 R&D와 생산능력을 가진 한국콜마라는 점은 뷰티 분야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 강 대표는 “건기식은 앞으로 더 중요해 질 것”이라며 “B2C 역량과 제품의 힘을 키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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