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 3세 주지홍 부회장, 고속 승진에 가려진 아킬레스건은?
지주사 사조시스템즈 지분 확대에 이어 고속 승진
‘편법 승계’ ‘배임 논란’ 꼬리표 떨칠 수 있을까
지난해 갈등 빚었던 소액주주와의 관계 회복도 관건
“배당성향 10%로 확대하고 전자투표제 도입해라”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아들인 주지홍 부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조그룹은 최근 올해 정기인사에서 주지홍 식품총괄 본부장(부사장)이 식품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3세 경영을 대내외적으로 알린 셈이다. 하지만 주 부회장이 사조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조그룹은 이번 승진 인사에 대해 “그룹의 성공적인 사업 재편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 창출과 신제품 개발 및 제품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주지홍 신임 부회장은 1977년생으로 2011년 사조해표 기획실장으로 사조그룹에 입사했고 2015년부터 사조그룹 식품총괄 본부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지주사 역할 사조시스템즈, 연말에 잇따라 지분 매입
현재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사실상 ‘주지홍 부회장→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기타계열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조시스템즈의 사조산업 지분 확대는 주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조시스템즈의 사조산업 지분 확대로 그룹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한 다음 이번 부회장 승진으로 사조그룹이 사실상 3세 경영을 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주 부회장의 3세 경영 앞날에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를 둘러싼 ‘편법 승계’, ‘배임 의혹’ 등이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주 부회장은 2014년 동생인 주제홍 이사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자 주진우 회장의 사조시스템즈 지분 53.3%를 상속받고 상속세(30억원)는 사조시스템즈 주식으로 대신 납부한 바 있다. 조세 납부를 위해 현금 마련이 어려운 경우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상속·증여세법의 허점을 이용했다.
문제는 회삿돈으로 사조시스템즈 주식을 다시 손에 쥐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당시 공매를 통해 사조시스템즈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5번 유찰됐다. 결국 6번째 입찰에서 사조시스템즈가 자사주 방식으로 27억원에 다시 매수했다. 주 부회장은 자신의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사조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사조시스템즈의 대주주가 되는 동시에 세금으로 납부했던 주식조차 사조시스템즈 회삿돈을 들여 자사주로 만든 셈이다.
주 부회장 개인 회사 부실 떠안으려다 주주 반발로 무산
이에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2019년 당시 자본총계 –206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인 캐슬렉스제주를 캐슬렉스서울과 합병해 주 부회장의 개인 회사 부채를 덜어주는 동시에 캐슬렉스서울 지분을 확보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 부회장이 주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을 때 캐슬렉스서울의 지분을 매각해 증여세 납부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캐슬렉스서울은 사조산업의 자회사다.
더 나아가 캐슬렉스서울이 보유한 부동산의 택지 개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개발 이익을 온전히 주 부회장에게 넘겨주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소액주주가 반발한 이유 중 하나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합병은 무산됐지만,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지난해 9월 사조산업 경영에 참여해 대주주의 의사결정을 감시하겠다는 목표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때 주 회장은 소액주주연대와의 표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소액주주연대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회계장부 등 열람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이마저도 기각됐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이번 인사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사실상 경영권 지분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오는 3월에 개최될 주주총회에서 사조산업의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주주들과 계속 갈등을 빚는 건 주 회장은 물론 주 부회장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취해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 수준 배당성향, 10%로…무산 시 행동 나설 것”
소액주주연대 측은 ‘전자투표제’ 도입도 요구하고 있다. 주주들의 원활한 주총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3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투표제를 이미 도입했다는 기업은 308개 상장사 중 46.1%였다. 지난해 3월 주총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거나 향후 검토하겠다는 응답도 29.9%에 달한 바 있다. 사조산업은 아직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오는 3월 주총을 대비해 꾸준히 확보한 주주 명부를 바탕으로 주주들에게 주식 소유자 증명서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달 중으로 주주들의 의견을 종합해 사측에 주주 제안을 진행할 방침이다.
송 대표는 “만약 배당성향 확대나 전자투표제 도입 등 주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지난해처럼 강하게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먼저 주주 친화적으로 변화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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