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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국보 사자” 코인 운동 벌어진다…100억 모금 가능할까

간송재단, 국보 2점 경매 부쳐…27일 출품
블록체인기업 아톰릭스랩 “경매 참여할 것”
코인 100억원어치 모금, 낙찰시 NFT 발행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에서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을 전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한 블록체인기업이 국보 문화재 경매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돈은 투자자를 모아 마련한다. 최근 인기를 끄는 미술품 공동구매와 발상은 같지만, 방식은 다르다. 법인이 아니라 블록체인 상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조직을 만들어 모금하기 때문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소장품 두 점이 목표다. 재단은 지난 14일 재정악화를 이유로 소장하고 있던 국보 문화재 두 점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각각 고려시대와 삼국시대 불교 유물인 국보 제72호 금동삼존불감과 제73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이다. 두 점을 합친 예상 낙찰가는 100억원 안팎이다.
 
블록체인기업 ‘아톰릭스랩’의 정우현 대표는 이 돈을 블록체인 상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조직인 ‘탈중앙자율조직(DAO)’를 만들어 모금한다고 19일 밝혔다. 만들어지는 조직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DAO에선 투자자가 낸 암호화폐의 양만큼 의결권을 지닌다. 이런 점에서 주식회사와 유사하다.
 
그러나 주식회사와 다르게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산한다. 정 대표가 만드는 DAO는 국보를 낙찰 받고, 낙찰 받은 국보로 대체불가능토큰(NFT)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일 낙찰 받지 못하면 투자했던 암호화폐는 다시 돌려받는다. 거래 내역을 모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먹튀’ 위험이 덜하다.  
 
정 대표는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엑스에서 발행한) 암호화폐 ‘클레이튼 코인’으로 모금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만들어진 ‘컨스티튜션(헌법) DAO’가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나온 미국 헌법 초판 사본을 공동구매 하자며 만들어졌다. 사흘 만에 1만7437명이 참여해 약 4000만 달러(478억원)어치 암호화폐(이더리움)를 모금했다.
 
낙찰에는 실패했다. 한 헤지펀드에서 이들이 모금한 금액보다 더 많은 4320만 달러(517억원)을 써냈기 때문이다. 만일 100억원을 모아 국보 문화재를 낙찰 받으면, 전 세계 블록체인업계로서도 드문 성공 사례로 남게 된다.
 
만일 이들이 낙찰에 성공하면, 국내 미술계도 새 장을 맞는다. 고가 미술품을 매각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수의 투자자가 참여하는 만큼, 공공의 유산을 팔아넘긴다는 비판도 피해갈 수 있다. 이런 여론 때문에 간송에서 2020년 재정난을 이유로 보물 두 점을 내놨을 때 민간 갤러리에선 입찰하지 않았었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2억원에 매입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유찰된 소장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싸게 샀으니 세금은 아낀 셈”이라며 “당시 간송에서 보물을 제값에 팔았다면 이번에 다시 국보를 내놓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왼쪽)과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 국립중앙박물관이 2020년 간송미술문화재단으로부터 매입했다.(가운데 이미지는 잔상이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실물과 무관한 NFT, 가치 있을까

문제는 경매일까지 남은 시간이다. 경매는 이달 27일 열린다. 당장 내일(25일)부터 모금을 시작해도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물론 미국에선 불과 사흘 만에 500억원 가까운 돈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선 낙찰에 성공했을 때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 계획이 있었다. 문화재를 소재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발행해 판매하겠다는 것이었다. 증권처럼 실제 문화재의 소유권을 나눠서 NFT에 부여하는 식이다. NFT를 사는 사람은 실제 문화재의 일부를 갖는 셈이라 가치가 있었다.
 
정 대표가 추진하는 DAO도 NFT를 만든다. 그러나 국보의 소유권과는 무관한 기념품에 가깝다. 정 대표는 “NFT를 발행하더라도 실제 문화재의 소유권과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19일 올린 글에서 낙찰에 실패하더라도 기념 성격으로 NFT를 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실제 문화재의 소유권을 포함시키면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규제를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상장기업이 기업공개를 준비할 때 증권신고서를 먼저 내야하는 것처럼 관련 절차가 까다롭다. 
 
과거 간송재단에서 일했던 한 미술계 관계자는 “성공하면 간송 측도 재정난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자산으로서 가치가 불분명한 NFT를 갖고 단시간에 투자자를 모으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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