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호 대표 "올해도 그간 뿌린 씨앗 거두는 해가 될 것"
[인터뷰]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
나보타·펙스클루 쌍끌이 시작…당뇨치료제도 더해져
미래 추수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씨앗 뿌리기 활발…이미 싹 틔우기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간 뿌린 씨앗을 계속 거두는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겁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회사의 고성장을 자신했다. 두 자릿 수의 매출 성장을 올해도 이어가고, 영업이익도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기겠단 목표다. 해외 사업을 본격화하는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와 작년 말 식약처 승인을 받은 위장약 ‘펙스클루’, 두 번째 당뇨병 신약으로 올해 승인을 기대하는 ‘이나보글리플로진’이 자신감의 근거다.
지난해 최대이익 확실, 올해 더 크게 성장할 것
잠정 실적이 공시되진 않았지만 증권가는 대웅제약의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고, 영업이익도 역대 최대인 9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두 자릿수 매출 성장에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다. 전 대표가 2018년 대표이사로서 첫 임기를 시작한 뒤 4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대웅제약의 최대 실적은 ‘우연’이 아니라고 전 대표는 강조했다. “나보타와 관련한 리스크가 모두 해소되며 매출이 본격 상승세로 진입했고, 지난해 식약처에서 승인받은 펙수프라잔의 기술수출료가 반영되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장의 한 축인 나보타는 지난해 1~3분기 매출만 595억원에 달한다. 4분기를 더하면 8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 올해에는 ‘중국 승인’이라는 빅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전 대표는 “올해 4분기 중국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 앨러간의 보톡스에 이어 FDA의 승인을 받은 두 번째 톡신제로 출시 전부터 현지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나보타는 올해 유럽에서도 출시된다. 2019년 이미 승인을 획득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출시 시점이 다소 늦어졌지만 팬데믹의 영향이 줄어 빠르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릴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기대다. 전 대표는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수년 내 1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나보타는 상위 업체의 지위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웅제약의 올해 또 기대주는 ‘펙수프라잔’이다. P-CAB(칼륨경쟁적위산분비차단‧Potassium Competitive Acid Blocker) 계열의 위장약으로 지난해 말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전 대표는 수년 안에 펙수프라잔이 글로벌 매출(처방기준) 1조원을 가볍게 넘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펙수프라잔은 출시 이전 이미 미국과 중국, 중동, 중남미 등으로 기술 수출돼 수출금액 1조원을 넘어섰다. 업프런트 계약금만으로도 이미 실적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P-CAB 위장약은 기존 위장약 시장의 주류였던 PPI(양성자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시장을 빠르게 대체해나가고 있다. 펙수프라잔 이전에 HK이노엔이 이 계열의 ‘케이캡’을 내놨는데, 지난해 국내시장에서만 매출 1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대표는 “새로운 의약품의 시장 초기에는 경쟁제품이 있는 것이 시장 전체 카테고리를 부각하고 파이를 키운다”며 “케이캡과 선의의 경쟁하면서 P-CAB 계열 의약품의 가치를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또 “PPI 계열 의약품에 비해 펙수클루는 기존에 알려진 복용편의성과 빠른 작용은 물론, 가슴쓰림과 기침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도 나타났다”며 “위장 관련 질환에 적응증을 확대하고 제형 다양화 전략으로 P-CAB 분야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임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새로 ‘추수’에 들어갈 파이프라인도 있다. 당뇨병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14일 제2형 당뇨병(성인 당뇨병) 치료제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 대표는 “상반기 중 허가를 신청해 연내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소변에서 포도당을 혈액으로 재흡수시키는 역할을 하는 SLGT-2를 억제하는 기전의 의약품이다. 전 대표는 “SLGT-2 억제제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주목하는 ‘핫’한 약”이라며 “출시가 이뤄지면 국내에서만 연매출 1000억원은 능히 갈 수 있고, 적응증 확대에 따라 매출규모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부전, 신부전, 비만 치료제 등 다양한 적응증 확대를 모색 중이다.
오픈이노베이션 결과물, 미래 먹여 살릴 것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통한 회사의 미래먹거리 확보는 그에게 주어진 가장 막중한 임무다. 전 대표는 “오픈이노베이션, 오픈컬래버레이션은 제가 가장 잘하는 분야”라고 자신했다.
이런 근거는 전 대표의 독특한 이력에서 찾을 수 있다. 학부에서 약학을 전공하고 제약학 석사까지 취득했지만 ‘연구’가 아닌 비즈니스 영역에서 활약해왔다. 대웅제약 입사 초기부터 라이선싱과 글로벌전략 등의 분야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고, 재직 중 MBA 학위도 땄다.
전 대표가 2018년 제약업계에서 가장 젊은 전문경영인으로 파격 선임된 것도 ‘적극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겠다’는 회사의 의지 때문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로서 국내 제약회사 최고경영진 중 사업개발과 커머스, 연구개발, 오픈이노베이션 모두를 세세하게 챙길 수 있는 건 전 대표가 유일하다. 전 대표는 “대표이사가 R&D를 몰라선 그 어떤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젝트도 주도적으로 하기 어렵다”며 “하루에 적어도 두 개의 논문 혹은 저널을 읽는다”고 말했다.
그는 “첫 임기에 다양한 시드(씨앗)를 뿌렸고 이제는 조금씩 거두기 시작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나온 결과물들이 앞으로 회사를 먹여 살릴 기반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 대표가 뿌린 씨앗 중 일부는 이미 싹을 틔우고, 묘목으로 자라났다. 대표적 사례는 아피셀테라퓨틱스, 아이앤테라퓨틱스, 대웅테라퓨틱스다. 전 대표가 설립을 진두지휘했고, 현재 대표이사 혹은 사내이사를 직접 맡고 있다.
세 기업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설립됐다. 전 대표는 각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먼저 줄기세포치료제 기업인 아피셀테라퓨틱스는 영국 바이오텍 아박타와 공동출자해 만든 조인트벤처 회사다. 지난해 시리즈A로 80억원을 유치했다. 이온채널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인 아이앤테라퓨틱스의 경우 사내 스핀아웃 기업으로 역시 지난해 시리즈A로 140억원을 유치한 바 있다.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가진 대웅테라퓨틱스는 옛 대웅제약 연구원들이 규합해 회사와 공동창업한 사례다.
전 대표가 스타트업을 투자하고 육성하는 전략은 확실하다. 그는 “연구자들이 가진 혁신적인 기술과 우리가 가진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지향점”이라며 “철저히 대웅제약의 전략과 부합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기업들로 관심이 집중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털 등 재무적투자자(FI)와는 지향점이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 대표가 추진하는 대웅제약의 오픈이노베이션은 이제 시작이다. 대웅제약은 앞서 지난 2020년 중기부에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했다. 전 대표는 “유망한 스타트업을 직접 인큐베이팅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들을 위한 무대 마련에도 나선 상태다. 2024년 마곡에 완성될 DIC(대웅이노베이션큐브)가 그것이다. 전 대표는 “DIC에 대웅제약 혁신연구소와 외부 혁신스타트업을 입주시킬 것”이라며 “협업을 통한 혁신의 장을 만들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최근 미국 보스턴에 마련한 ‘대웅 이노베이션 홀딩스’는 글로벌 바이오 허브에서 글로벌 사업 기회를 탐색하기 위한 거점이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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