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10년 만의 수장 교체…‘포스트 김정태’에 쏠린 눈
함영주 부회장, 은행·지주 두루 거쳐 리더십 능력 인정받아
다크호스로 박성호 하나은행장 떠올라
이사회 3월 주총 전에 최종 후보 결정
하나금융그룹이 10년 만에 회장을 교체하게 됐다. 최근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 5명을 발표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디지털과 글로벌 등에서 전반적인 변화와 체질개선을 강조해왔는데, 차기 하나금융 수장의 방향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나금융 회추위 차기 회장 후보로 5명 선정
회추위는 앞서 1월 중 11명(내부 후보 6명, 외부 후보 5명)의 후보군(Long List)을 선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번 최종 후보군 선정에 있어 회추위는 변화와 도전의 시기에 안정적으로 하나금융 성장을 이끌면서 디지털 전환, 글로벌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그룹의 핵심 전략을 추진할 적임자들을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향후 회추위는 3월 주총 전에 최종 후보군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 및 심층 면접을 거쳐 새 회장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김정태 회장, 디지털·글로벌에 집중된 변화 강조
김 회장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 “자산 500조원의 ‘금융을 지배하는 공룡’이 무사안일해지고 대마불사의 헛된 희망을 품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시가총액이 당시 하나금융을 뛰어넘은 것을 두고도 “비합리적인 결과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시장이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의 발전을 위해 발 빠른 디지털금융 전환과 빅테크가 보유하지 못한 오프라인 강점을 이용한 경쟁 구도 선점을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은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그룹의 기반부터 재설계하는 차원에서 구축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 리딩 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 또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는 은행 뿐만 아니라 전 그룹사가 협업이 가능한 사업모델을 찾아서 디지털로 무장해 함께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계는 김 회장이 단순한 금융업계의 변화만 아니라 하나금융의 회장이 바뀌는 시점을 맞아 하나금융이 흥망이 걸린 변곡의 갈림길에 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차기 회장 숏리스트 후보 중 함 부회장과 박 행장은 지난해 2월 진행된 회추위에서도 김 회장과 함께 최종 후보(숏리스트)에 올라 두번 연속으로 최종 후보에 들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높다. 이미 충분한 리더십 검증을 받은 바 있다는 해석이다. 또 지난해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경영 능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함 부회장은 2015년 9월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첫 통합 행장을 맡아 2019년 3월까지 하나은행을 이끌며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룬 행장이다. 또 2016년에는 지주 부회장직에 올라 행장만 아니라 지주 부회장으로 김정태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만큼 김 회장의 바통을 무난히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문제는 ‘법적 소송 리스크’가 함 부회장의 차기 회장 선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채용 관련 사건 1심 결심 공판이 내달 25일로 예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함 부회장이 차기 회장에 선출되고 유죄가 나올 경우 하나금융은 10년 만의 회장 교체에 법적 리스크를 안고 가야하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2심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받은 만큼 함 부회장의 1심 판결에 긍정적인 기대도 나오는 분위기다.
박 은행장의 경우 지난해 회추위에서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 포함되면서 차기 회장 유력 후보가 된 데다, 법률 리스크가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3월 하나금융이 주총을 통해 박성호 행장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면서 업계에선 박 행장이 차기 회장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국민은행이 최근 1966년생인 이재근 행장을 선임한 것과 비교해 1964년생인 박 행장이 금융지주 회장직에 오르기에는 비교적 나이가 적다는 점, 은행을 이끈 지 1년도 되지 않아 지주 회장으로는 검증이 부족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은 1960년 생으로 외환은행 마케팅그룹 전무(2015년) 등을 거쳐 하나은행 기업지원그룹 부행장(2016년)을 역임, 2017년 하나캐피탈 사장에 선임됐다. 윤 대표는 하나캐피탈 수장에 오른 이후 최고 실적을 이끌어내는 중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전사적 디지털화도 추진했다. 뛰어난 경영 성과를 인정 받아 2019년과 지난해 두번의 연임에도 성공한 바 있다.
이성용 전 베디앤드컴퍼니 코리아 대표는 1962년 생으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베인앤드컴퍼니 코리아 대표를 역임했고 2020년부터 2021년 말까지 신한DS 대표이사 사장(CDO) 등을 지냈다.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1960년 생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국제통화기금(IMF) 이사 등을 역임했다. 제7대 한국투자공사(KIC) 사장(18.3~21년 3월)에 선임됐다. 현재 SC제일은행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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