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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벗은 장남, 지분 판다는데”…아워홈 '남매대첩’ 불씨는 여전

여동생 구지은에 밀린 오빠 구본성…횡령·배임 혐의로 조사
아워홈 최대주주…“보유 지분 전량 매각, 경영에서 물러날 것”
7년 끌어온 남매의 난 마무리?…또 다른 분쟁 시작이란 분석도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회사로부터 고소 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아워홈 ‘남매의 난’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구지은 부회장의 안방 복귀로 정리되나 싶더니 이번엔 구본성 전 부회장의 횡령‧배임 혐의가 화두로 등장했다. 구 전 부회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할 당시 회삿돈을 불필요하게 빼돌렸다는 게 골자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자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날 뜻을 밝혔다. 최대주주가 지분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7년째 이어온 아워홈 ‘남매의 난’에 마침표가 찍히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다른 관측을 내놓는다. 둘 사이에 분쟁의 불씨가 여전하고 법적 절차도 남아 있어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횡령‧배임 혐의 장남, ‘지분’ 카드 들고 나온 배경은?  

구본성 전 부회장, 구지은 부회장. [사진 아워홈]
 
우선 갑작스러운 ‘지분 매각’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다.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아워홈은 사실상 오너 일가가 장악하고 있는 회사다. 아워홈 창립자인 구자학 전 회장은 자식들에게 일찌감치 지분을 넘겨줬고 1남3녀가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유일한 아들이자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이 38.56%로 최대주주로 있고, 장녀인 구미현씨가 19.28%, 차녀인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가 19.60%를 보유 중이다. 막내인 구 부회장 지분은 20.67%다.  
 
구 전 부회장은 보복 운전 등의 논란으로 지난해 6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됐지만 여전히 최대주주다. 전체 지분의 3분의 1 이상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세 자매의 합산 지분율은 59.6%에 그친다. 그가 대표이사 옷을 벗고도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지배구조는 오빠 대신 경영권을 확보한 구 부회장에겐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구 전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고 최대주주인 만큼 언제든 경영권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서다.  
 
업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유상증자나 기업공개 등을 통해 주식 수를 많이 늘리면서 구 전 부회장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방식으로 이사회에서 퇴출시키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번에 구 전 부회장이 ‘지분 매각’ 카드를 쓴 것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 전 부회장의 법률대리인 측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법률대리인은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구지은 부회장이 구 전 부회장을 견제하느라 경영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서 “구 전 부회장의 보유지분 전부를 매각할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시적인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한 시점과 대상이 누락돼 있어 향후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구 전 부회장 측이 횡령‧배임 혐의로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구지은 달래기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 매각 의사에 대한 입장도 아워홈 측에 먼저 전달된 게 아니라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진 것으로 안다”면서 “가족 화합을 외치면서 사전 협의나 의사를 밝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절차상 맞지 않아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고 말했다.  
 

“자체적인 감사”vs “구지은 입지 강화용”

최근 논란을 둘러싸고도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아워홈이 물러난 구 전 부회장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은 지난해 11월. 자체적으로 실시한 아워홈 내 감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적발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감사를 통해 밝혀낸 구 전 부회장 혐의는 급여와 성과급 부풀리기다. 경영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급여를 기존의 2배 가깝게 대폭 인상한 점이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구 전 부회장 고소장에는 임원에게 지급해야 할 상품권을 임의로 현금화해 사적으로 이용하고, 골프장 회원권도 사유화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이 같은 혐의를 전면 반박하고 있다. 구 전 부회장 법률대리인은 “구지은 부회장은 자매들의 지속적 지지 획득과 아워홈 내 입지 강화를 위해 최대주주인 구 전 부회장을 횡령‧배임혐의로 고소한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문제될만한 사안들을 모두 꺼내어 고소한 것인데, 이 사실들은 대부분 절차적 부분이 문제고 일부 고소 사실은 사실관계를 완전히 오인한 것도 있다”고 해명했다.  
 
또 구자학 회장이 2020년까지 회사에 출근해 주요 경영사항을 모두 챙겼다는 점도 강조했다. 임원 보수와 관련한 인사규정 모두 회장 승인을 받아 개정했고, 구 부회장과 분쟁 상황이 계속된 시기엔 경영상의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형 로펌과 고문계약을 체결해 준법경영을 해 왔다는 설명이다.  
 
 
실적을 바탕으로 거둔 성과를 어필하기도 했다. 2016년 취임 이후 1조2000억원 안팎에 정체된 매출을 2019년 1조7300억원까지 성장시키는 등 경영성과를 쌓아왔다는 것이다. 2020년 전례 없는 코로나19 충격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을 때도 영업손실을 최소화했다고도 주장했다.  
 

21년 만에 적자에도…배당으로 300억 챙겨   

하지만 이 기간 실속 경영은 이루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 전 부회장 취임 첫해인 2016년 816억원이던 아워홈의 영업이익은 2018년 657억원으로 감소했다. 2019년 매출이 증가하며 715억원으로 반등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설립 21년 만에 적자를 냈다.  
 
그럼에도 구 전 부회장은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2016년 300원이던 아워홈 배당금은 2018년 750원으로 올랐고 2019년 2000원, 적자로 전환한 2020년에는 3400원으로 급등했다. 적자 기간 구 전 부회장이 배당으로 챙긴 금액만 3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핵심 논란을 놓고 양측 대립이 큰 만큼 분쟁 이슈가 사그라 들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구 전 부회장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이 인정과 반성보다는 회피하는 형국을 띠고 있어 구 부회장의 또 다른 반격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감사를 통해 급여와 성과급 부분이 높게 책정된 사실을 발견했고 이에 따른 고소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면서 “업계에서 다양한 예측을 내놓고 있는데 이 사건이 종결될지 더 불거질지에 대해선 지켜봐야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구 전 부회장 측이 강조하는 구자학 회장의 경영 관여에 대해서는 “그런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면 고소까지 갈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적과 관련된 부분은 “2019년 매출의 증가는 전적으로 대표의 성과로 논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당시 타사들도 비슷한 성장세를 보였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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