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유력 손경식 경총 회장, ‘무기력’ 과거 넘어 성과 보여줄까
마땅한 후보자 없이 의지 보이며 3연임 전망
전경련 대신해 경제계 소통 창구로 활약
중대재해처벌법 등 社 불리한 법안 줄줄이 통과
새 정부와의 관계 설정 통한 성과 내기 과제
경제5단체 중 하나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오는 22일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열고 신임 회장을 선출하는 가운데 손경식 회장의 3연임이 유력시되고 있다. 2018년 경총 회장에 오른 손 회장이 3연임을 이어갈 경우 6년 동안 조직을 이끌어갈 전망이다.
3번째 임기를 시작할 손 회장에게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는 전망이다. 국정농단에 연루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대신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경총의 위상을 높였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 오는 5월 이후 손 회장이 보여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전경련 대신한 4년…목소리는 냈지만 저지는 못해
지난 4년간 경총을 이끈 손 회장은 조직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는 2016년 전경련이 국정농단 사태에 휩싸이며 위상이 추락한 측면이 크다. 동시에 경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종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일에 자주 등장하면서 대한상의와 함께 경제계 소통 창구로 각인됐다. 이와 함께 손 회장은 경제 현안마다 목소리를 내며 경제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2강’ 대선 후보가 경총을 찾아 기업인들과 소통한 반면 전경련에는 두 후보 모두 찾지 않았다.
기업들은 손 회장의 3연임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재계의 큰 어른으로 꼽히는 손 회장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년을 돌아봤을 때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재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 27일부터 시행되고 있고, 민간 영역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역시 오는 7월부터 운용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총의 본업인 노사관계와 관련된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 제도) 역시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에서 우려한 법안들이 줄줄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경총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며 “취임 초반 약속이 후퇴했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2018년 취임사에서 “노사관계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대·중소, 공공·민간기업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경총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경총을 포함해 재계를 둘러싼 환경이 좋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의 지지를 업고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사용자단체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는 반론이다.
이에 새롭게 들어설 정부와 경총이 어떤 관계 설정을 하느냐가 향후 손 회장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룬다. 여느 때보다 친기업적인 성향을 강하게 주장해온 대선후보들과 적절한 관계를 통해 지난 4년과는 다른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총-전경련’ 통합 논의 다시 지피나
손 회장은 지난 10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경총이 지난 5년간 경제단체장 역할을 해왔는데 이런 단체가 두 개씩 있을 필요가 있는가”라며 통합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는 “기업에 힘든 법안들이 통과했고, 어떻게 보면 경제단체들이 너무 무력하지 않았나 싶다”며 “경제단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경총과 전경련이 통합해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에 더해 두 단체를 통합해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역할을 하는 연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경총-전경련’ 통합론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먼저 지난 2월 손 회장이 통합을 제안했지만, 전경련 측은 “지금은 통합할 때가 아니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4대 그룹이 탈퇴한 이후 축소된 전경련의 변화와 혁신이 우선이라고 통합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입장에서 ‘통합’이라는 자체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며 “전경련에서 떨어져 나간 단체와 다시 합친다는 점과 각자 역할이 분명한 점에서 통합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1961년 설립된 전경련은 노사관계 전담 사용자 단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1970년 경총을 세웠다. 이때부터 전경련은 대기업 의견을 대변하고, 경총은 노동현안에 대한 기업 측 의견을 내는 데 집중해왔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의 통합 주장이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연구기관 운영 목적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타낸다. 전경련은 회비와 임대료, 관리비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지만, 경총은 회비로만 운영예산을 충당하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경총 홀로 연구기관을 운영할 수 없으니 전경련을 끌어드리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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