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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팔 걷어붙인 오너…이통 3사 기술 경쟁 본격화

SK텔레콤서 독립한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 올해 새 칩 공개
KT·LG유플러스, AI 연합 결성해 추격…고객센터에 AI 도입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의 미등기 회장직을 맡는다. SK그룹의 인공지능(AI) 사업과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이동통신 3사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미래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는 기업은 SK텔레콤이다. 오너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앞으로 SK텔레콤의 회장직도 겸직한다. 지난해 출범한 SK텔레콤 내 AI 신산업 태스크포스(TF) ‘아폴로’를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다.  
 
최 회장이 아폴로를 직접 이끌면 전사에 흩어졌던 SK그룹의 AI 역량을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범 후 1년 가까이 아폴로 안에서만 논의한 여러 계획을 실행할 가능성도 커졌다.  
 

AI 연구하다 반도체 칩까지 만든 SK텔레콤

SK텔레콤은 AIaaS(AI as a Service·서비스로 제공되는 AI)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AIaaS는 다양한 AI 기술을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AI 기반 추천 기술을 이용하고 싶은 콘텐트 사업자가 있다면, SK텔레콤이 제공한 솔루션 형태의 AI 기술을 구매하면 되는 식이다.  
 
SK텔레콤은 이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일찍이 AI 반도체 칩 시장에 뛰어들었다. 저렴한 AI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기 위해 사업부를 만들었고, 지난해 계열사로 독립시켰다. 이 조직이 바로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이다. 주력 제품은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사피온 X220’.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딥러닝 속도는 1.5배 빠르고, 전력 사용량은 80%에 불과하다. 가격도 시중 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AI 대중화를 위한 최적의 제품인 셈이다.
 
SK텔레콤 연구원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 X220’ 모형을 손에 든 모습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은 사피온을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와 다양한 협업에도 나선다. 올해 1월 SK스퀘어·SK하이닉스와 함께 가동한 시너지 협의체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5세대(5G) 이동통신과 AI 역량을 기반으로 사피온의 글로벌 진출을 도울 예정이다. 사피온은 올해 새로운 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르면 연내 추론과 학습이 모두 가능한 ‘사피온 X330’을 공개할 예정이다. 전작인 사피온 X220은 추론에 특화한 제품이었다.
 

KT·LG유플러스, 연합체 만들어 SK텔레콤 바짝 쫓아

KT와 LG유플러스 역시 AI를 사업에 접목하는 데 적극적이다. KT는 AI 인재를 육성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사의 디지털전환(DX)까지 완성하기 위한 협력체 ‘AI원팀’을 2020년 출범시켰다. 최근엔 AI 실무자격 인증시험 AIFB(AI Fundamentals for Business)를 만들었는데, 이 시험도 AI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AIFB는 AI원팀에 참여한 여러 기업 소속 전문가가 문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AI원팀을 통해 건설·제조·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적합한 AI 기술을 개발해왔다. 출범 초기에는 현대중공업지주·카이스트·한양대학교·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4곳만 참여했지만, 지난해 11월 기준 참여 기업은 KT를 포함해 11곳으로 늘어났다. 한국투자증권·우리은행·한진·LG전자는 물론 LG유플러스도 AI원팀의 일원이다.
 
KT가 지난해 8월 개최한 ‘AI 원팀 서밋(Summit) 2021’에서 참여 기업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KT]
KT는 AI원팀 참여 기업과 함께 파라미터가 2000억개 이상인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초거대 AI는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것을 넘어 사람처럼 추론하고, 성장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데이터를 보유한 AI다. 파라미터는 AI의 규모를 판단하는 지표로, 개수가 많을수록 AI의 학습 데이터도 정교해진다. 구글이 지난해 공개한 초거대 AI ‘스위치 트랜스포머’도 1조6000억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다.
 
해외 기업이 개발한 초거대 AI는 영어 데이터를 학습했다. 국내 기업이 초거대 AI를 활용하려면 한글에 특화한 모델이 필요하다. 국내 IT 기업이 초거대 AI 모델을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KT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으로부터 받은 한글 기반 AI 기술 ‘엑소브레인’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목표는 사람에 가까운 AI를 만들어 올해 상용화하는 것이다. 초거대 AI 모델은 KT 고객센터에 우선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 국내 AI 스타트업 모레와 손을 잡았고, AI 반도체 칩 개발에도 나섰다. KT는 빠르면 2023년 하반기에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칩을 선보일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 AI ‘엑사원’을 중심으로 AI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엑사원은 글을 그림으로, 그림을 다시 글로 변환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ity)’ 기능이 있고, 3000억개 파라미터를 보유한 초거대 AI다. LG AI연구원은 개발자가 아니어도 웹에서 엑사원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엑사원 플레이그라운드’를 공개해 AI 대중화를 앞당길 계획이다.
 
LG AI연구원은 최근 구글·엘스비어·셔터스톡·고려대의료원 등 12개 기업과 함께 AI 활용 연합체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Expert AI Alliance)’도 출범시켰다. 의료·플랫폼·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 엑사원을 적용하기 위해서다. LG유플러스는 통신 기업 자격으로 이 연합체에 참여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개발 중인 AI 상담사에 엑사원을 적용해 고객센터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 AI를 활용해 인터넷TV(IPTV) 콘텐트 추천 서비스도 강화한다. 스포츠 콘텐트와 아동용 캐릭터 챗봇 사업에 엑사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황규별 LG유플러스 최고데이터책임자(CDO)가 ‘엑스퍼트 인공지능(AI)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을 활용한 서비스 고도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LG AI연구원]
황규별 LG유플러스 최고데이터책임자(CDO)는 22일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 출범식에 참여해 “LG AI연구원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고객 중심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엑사원을 활용한 캐릭터 챗봇을 아이들 나라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AI가 불만을 사전에 파악한 뒤 상담사에게 응답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기능도 고객센터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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