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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위기’ 모다모다샴푸…“식약처 논리면 브로콜리도 금지”

[‘모다모다 샴푸’ 독성논란 그 후①] ‘THB 성분’ 논란과 해명
'개발자 이해신 교수, 스타트업 모다모다 배형진 대표' 인터뷰
‘THB’ 사용 금지 놓고…사전 예방이라는 식약처와 입장차 커
“SCCS 보고서와 전제 조건부터 달라…THB 위해성 납득 못해”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왼쪽) 와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가 15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100 중앙일보 S 인터뷰룸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했다. [신인섭 기자]
 
“사전적 예방 조치라는 명목으로 이제 막 꽃피운 국내 혁신기술을 좌절시켜서는 안 됩니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 1차 기자회견)  
“과학자적 양심을 걸고 문제가 있었다면 아예 출시조차 안 했을 것입니다.” (이해신 카이스트 교수, 2차 기자회견)
 
방점은 정확하게 입증된 사실, 즉 진실에 찍혔다. 최근 모다모다블랙샴푸(모다모다샴푸)를 둘러싼 성분 논란이 불거진 후 잇따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들의 뉘앙스는 분명했다. 모다모다샴푸는 자연 갈변 원리를 이용해 머리를 감으면서 자연스럽게 새치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는 혁신 제품이다. 지난해 8월 출시 후 지난 1월까지 200만병이 넘게 팔려나가며 ‘대란템’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이 샴푸에 포함된 1,2,4-THB 성분을 화장품 사용금지 성분으로 지정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급기야 식약처가 관련 법 개정까지 추진하면서 생산 중단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해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모다모다샴푸는 6개월 뒤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혁신 샴푸에 주어진 6개월 시한부. 모다모다는 지금 무엇과 싸우고 있는 것일까. 개발자인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와 스타트업 모다모다의 배형진 대표를 직접 만났다.  
 

THB 유해성…“박테리아라면 잠재적 가능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성분은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이하 THB)이다. 모다모다샴푸는 폴리페놀과 THB를 배합해 염색 효과를 낸다. 식약처는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의 보고서를 근거로 샴푸에 포함된 THB 성분이 잠재적 유전독성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판단했다.  
 
이 교수는 “식약처의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한다. 수십년간 폴리페놀과 같은 접착 성분을 연구해 온 그는 “THB 성분이 유해하다는 것은, 만약 당신이 박테리아라면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가 15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100 중앙일보 S 인터뷰룸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했다. [신인섭 기자]
 
SCCS 보고서에 따르면 THB는 박테리아 형태에서 유전독성과 피부 감작성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반면 인체를 포함한 포유류 세포, 고등 세포일 때는 위해성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즉 사람은 이 성분에 닿아도 위험하지 않다는 게 모다모다 측의 주장이다.  
 
배 대표는 “브로콜리 역시 포유류 세포엔 위해성이 발견되지 않지만, 박테리아 형태에는 위험한 성분 물질로 분리돼 있다”며 “식약처 논리대로라면 브로콜리 역시 금지돼야 할 식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박테리아 형태에서 보이는 위해성은 성분 위험도를 표시하는 단계 중 가장 낮은 단계인 ‘potential(잠재적인)’로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해로운 성분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표현할 때는 ‘confirm(확정하다)’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SCCS 보고서에 게재된 ‘potential’은 가장 낮은 단계의 ‘그럴 수도 있을 수 있다’는 사전 예방적 내용이 크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사람이 아닌 대장균과 같은 하등동물인 박테리아 형태일 경우에 해당하는 것인데 이를 근거로 모다모다 샴푸가 사람에게 유해한 물질이라고 말하는 것은 식약처가 과대 해석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SCCS보고서는 염모제 연구…모다모다는 ‘샴푸’  

SCCS 보고서의 THB 성분 위해성은 염모제 성분 중 하나인 PPD(파라페닐렌디아민)와 결합했을 때 나타난 결과라는 점도 설명했다. 이 교수는 “화학 성분을 연구할 때 같은 화학 성분이어도 어떤 혼합물과 같이 사용했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천차만별”이라며 “PPD 성분을 빼고 식물성 물질인 폴리페놀을 배합한 것이 모다모다의 기술력이기 때문에 위해성 논란을 겪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모다모다는 염모제가 아닌 기능성 샴푸이고, 자연 갈변은 부수적인 효과로 뒤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염색약을 중심으로 이뤄진 SCCS 연구와 동일 비교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염모제는 기본적으로 머리카락에 성분을 붙이려는 제품이고 샴푸에 있는 세정기능은 기본적으로 씻어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반대인 제품”이라며 “기본적인 기준도 맞지 않은 상황에선 독성의 기준도 다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고서에도 염색제가 아닌 샴푸에 사용되는 THB 성분 내용이 짧게 언급돼 있다. SCCS 말미에 표기된 내용에 따르면 THB 성분은 샴푸 제형으로 최대 0.7%까지 사용하면 안전하다. 또 염모제와 함께 사용할 경우도 최대 2.5%까지만 사용하면 안전하다고 적혀있다.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왼쪽) 와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가 15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100 중앙일보 S 인터뷰룸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했다.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와 함께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흰 머리카락이 갈변효과로 염색도 되는 샴푸인 모다모다를 개발하고 대량생산해 히트를 쳤다. 배 대표가 일반 염색제(아래)와 모다모다 샴푸 이용한 모발의 변색 정도를 비교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배 대표는 “보안 사안으로 구체적인 비율을 말할 순 없지만, SCCS 보고서에서 말한 0.7%보다 훨씬 적은 THB 성분이 배합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쟁점은 THB가 인체에 얼마나 흡수되고 얼마만큼 나쁜 영향을 미치느냐로 귀결된다. 배 대표는 “모다모다샴푸는 국내외 약 150만명의 소비자를 두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제기한 클레임 중 피부과 전문의 진단서 등 객관적인 부작용을 입증할 수 있는 사례는 12건뿐”이라고 강조했다.  
 

손톱 변색은 미적 부작용… 단백질에만 달라붙는 폴리페놀

소비자 주요 불만 사항으로 거론되는 ‘손톱 변색’과 ‘머리카락 뿌리 쪽은 갈변하지 않는 현상’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배 대표는 “폴리페놀 성분은 단백질에만 달라붙는 성분인데 이 성분이 손톱과 손가락 사이에 있는 단백질 성분의 각질에 반응한다”면서 “이 때문에 샴푸를 사용하다 보면 단백질 부분이 이염될 수 있지만, 각질이 탈락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말했다. 건강상 부작용이 아닌 미적 부작용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뿌리 쪽 갈변이 되지 않는 것 역시 THB가 가진 성질 때문이라고 한다. 이 교수는 “두피 위에는 기름이 껴 있어 두피와 가까운 머리카락 뿌리 쪽은 THB 성분이 달라붙지 않기 때문에 갈변되지 않는 것”이라며 “단백질인 머리카락에만 성분이 붙어 갈변현상을 일으키고 뿌리 쪽 염색이 안 된다는 불만사항만 봐도 THB 성분이 두피를 통해 흡수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THB가 인체에 잔류하는지 여부를 테스트한 결과에서도 99.9%가 두피 쪽에선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가 15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100 중앙일보 S 인터뷰룸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했다. [신인섭 기자]
 
이 교수와 배 대표는 THB가 인체에 잔류하지 않는다면 가능성일 뿐인 독성에 대한 우려도 없다고 보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점을 근거로 식약처의 규제가 과도한 접근이라고 보고 있다. 신기술을 사용한 제품이 등장했을 때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해 검증하고 결정 내리는 것이 식약처의 책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명확한 방법과 기준 없이 무조건 규제부터 하는 것은 혁신 기술을 고사시키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명확한 근거 없이 규제 먼저…“식약처 결정 납득 못해”

실제 이번 THB 성분 규제의 경우 해외의 규제 과정과 비교해서도 차이가 크다. 해외의 경우 규제시 근거가 명확하고, 지금의 THB 성분처럼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의견이 나온 경우라면 그것을 입증할 연구가 먼저 시작된다. 의견이 나오고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산업에 갈 피해를 우려해 적정 수준에서 충분한 예고와 협의 기간도 마련된다. 
 
이 교수는 “THB 사용을 금지해야겠다는 식약처의 결정 혹은 중론이 있었다면 훨씬 이전에 이에 대한 예고와 연구가 수반됐어야 했다”며 “적어도 우리가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을 납득하기 위해서는 우리 제품을 두고 테스트를 해달라는 요청을 드리고 싶다”고 항변했다. 배 대표도 “한 회사의 존폐가 달린 규제를 내리면서 선행되어야 할 상황과 절차를 누락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2~3개월 사이 이후의 행정 절차 중 소명할 기회가 두 번 정도 남아있는 것으로 아는데 왜 모다모다가 이렇게까지 우리의 다름에 관해 이야기하는지 귀 기울여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모다모다샴푸 이미지. [사진 모다모다]
 
끝으로 이 교수는 용량이 독을 만든다는 독성학의 기본을 언급했다. 용량과 사용법을 배제하고 성분에 대한 사용 금지부터 내리는 것은 과학적 원리와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식약처는 약사들과 의사들의 주장을 근거로 위해성을 판단하는 데 왜 수십년간 해당 화학 성분만 연구해 온 과학자의 말을 귀기울여 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샴푸는 일상에서 거의 매일 쓰는 제품이지 않나. 이런 제품을 두고 과학자가 이렇게까지 주장을 하는 데 좀 더 정성을 가지고 재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식약처는 올해 상반기 규제 심사 등 후속 절차를 밟아 고시 개정절차를 완료하고 법적으로 THB 성분을 제조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다모다 측은 고시 개정이 완료되면 정부의 규제개혁위원회 문을 두드려 볼 생각이다. 
 
행정소송 절차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국내에서 모다모다샴푸에 대한 제조와 판매가 금지될 경우 공장과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THB 원료의 생산과 판매가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혁신기술을 국가가 규제로 막아버리면 아무리 하고 싶어도 국내에선 더 기술 개발을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냐”며 “제2, 제3의 모다모다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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