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지난 18일 오후 망 이용료 지급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을 이어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는 이날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의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변론기일은 넷플릭스가 지난 2020년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며 낸 소송의 일부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심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ISP)가 아닌 콘텐트 제공사(CP)이기 때문에 상호무정산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상호무정산의 원칙은 SK브로드밴드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ISP)가 다른 ISP와 트래픽을 주고받을 때 서로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방식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3월 1차 변론 당시 이 원칙을 들고 법정에 섰다. 넷플릭스가 자체 개발한 기술인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가 ISP의 역할을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을 받아 전송하는 착신 ISP다. ISP는 다른 ISP와 트래픽을 주고받는데, 넷플릭스가 해외 사업자다 보니 국내 ISP는 넷플릭스의 콘텐트를 받아 국내 서비스하는 착신 기능만 한다는 것이다. 송신 기능은 OCA가 맡고 있다는 게 넷플릭스의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CP는 전 세계 인터넷에 대한 접속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가로 국내 ISP에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면서 "넷플릭스는 국내 ISP로부터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받지 않고 있고, 따라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OCA는 데이터를 분산된 서버에 저장하는 시스템에 불과하다"며 "넷플릭스는 기간통신망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ISP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넷플릭스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또한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상호무정산의 원칙은 동등한 수준의 ISP 사이에서 적용되는 정산 방식"이라며 "CP인 넷플릭스와 ISP인 SK브로드밴드 사이엔 상호무정산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는 수년 전부터 넷플릭스에 망 이용료를 내라고 요구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량이 늘자 넷플릭스로 인해 발생하는 트래픽도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시설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트래픽이 폭증했으니, 넷플릭스를 포함한 CP가 일정 부분을 이용대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망에서 발생시킨 트래픽은 지난 2018년 5월 50Gbps에서 2021년 9월 1200Gbps까지 약 24배 늘었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변론기일을 마친 이후 넷플릭스 관계자는 "해외 거주자가 네이버에 접속해서 트래픽이 발생하더라도 네이버가 현지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다른 ISP처럼 SK브로드밴드 망에 넷플릭스의 캐시 서버가 설치되면 트래픽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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