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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장님의 무거운 물류 고민, 대신 들어드립니다”

[직접 가보니] 네이버 물류 파트너 파스토 용인1센터 현장 취재
국내 최초 1등급 스마트물류센터 국토부 인증 받아
슈어소트, 오토스토어, AGV 등 첨단 기술 집약
소규모 셀러 편의 초점 맞춘 솔루션, 센터 설계

 
 

국내 최초로 스마트물류센터 1등급 인증 받은 파스토 용인1센터.[사진 파스토]
제품을 주문별로 고속으로 분류하는 슈어소트, 무게가 상당한 제품도 가뿐하게 들어 옮기는 무인운반차(AGV), 1만4000여 개의 상자 중에 출고 제품을 신속하게 빼내는 20여 대의 로봇이 움직이는 오토스토어, 택배사에 따라 제각각인 운송장을 자동으로 발행하고 박스에 부착하는 고속 송장 라벨러….  
 
파스토의 용인1센터엔 풀필먼트 시스템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최첨단 장비로 차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 창고를 보유한 회사가 문을 연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란 점이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이 축구장 7개 크기, 4만5000㎥(약 1만3000평) 규모의 거대 물류센터를 IT 기술을 통해 운영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더군다나 창업 이후 이룬 과업을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2018년 3월에 문을 연 파스토는 자체 개발한 FMS(풀필먼트 매니지먼트 시스템)를 기반으로 원스톱 온라인 물류 플랫폼을 오픈하고, 고객사를 차츰 늘렸다.  
 

8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 유치 성공 

파스토의 성장 변곡점은 지난해 7월 네이버의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 ‘NFA’의 공식 파트너사로 선정된 거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사업자인 네이버의 물류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아기유니콘200으로 꼽히기도 했고, 최근엔 8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풀필먼트 스타트업 파스토의 가장 눈에 띄는 결실은 물류센터인 용인1센터가 국토부로부터 스마트물류센터 1등급 인증을 국내 최초로 받았다는 점이다.
 
나열한 업적을 보면 하루에 수십만 건의 제품을 팔아치우는 여러 대기업의 물류 시스템을 떠맡고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은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이다. 파스토는 물류를 다루는 게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몸집 작은 사장님들의 해결사다. 상품을 파스토에 전달하는 것만으로 모든 물류 고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고부터 검수, 재고 관리, 배송, 반품까지 파스토가 맡는다.
 
택배사에 따라 운송장을 자동으로 발행하고 부착하는 고속 송장 라벨러.[사진 파스토]
제품을 맡길 때 여러 개의 제품을 맡기거나 보증금을 낼 필요도 없다. 단 하나의 제품을 맡길 때도 ‘OK’다. 두껍고 복잡한 계약서를 쓸 필요도 없다. 탄탄한 물류시스템을 갖춘 유통 대기업의 전유물인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도 파스토의 플랫폼을 통하면 가능한 일이다.  
 
김영근 파스토 경영지원실장은 “온라인 쇼핑몰 사장님이 파스토를 이용하면 하루 평균 2시간의 업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면서 “단순히 빠른 걸 넘어 고객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파스토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통방통한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뜯어보기 위해 본지 기자가 파스토의 용인1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녹색으로 덧칠된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파스토의 브랜드 컬러인 녹색을 반영한 인테리어였다. 물류센터엔 사람이 북적이고 소음이 가득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조용했다. 넓은 공간의 적막을 깨고 박스가 통과할 때마다 도장을 찍듯 쿵쿵 소리를 내는 기계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택배 회사에 따라 제각각인 운송장을 자동으로 발행하고, 박스에 부착하는 장비인 고속 송장 라벨러가 작동하고 있었다. 박스가 컨베이어 벨트 위를 촘촘한 간격으로 통과하면, 고객에 닿아야 할 정보를 담은 송장이 자동으로 찍혔다.  
 
이성공 파스토 용인1센터장은 “박스 높낮이를 고려해 제품에 손상 없이 송장 부착 작업을 할 수 있다”면서 “사람 손으로 하면 오류가 적지 않은 과정인데, 시간당 1000여 개의 박스를 높은 정확도로 송장을 부착해주는 장비”라고 설명했다.  
 
이번엔 배송 박스에 아직 담기지 않은 여러 제품이 놓여있는 공간을 찾았다.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에서 보낸 제각각의 제품이 무질서하게 놓인 것처럼 보였지만, 곳곳에 일정량이 분산돼 있다는 게 이성공 센터장의 설명이었다.  
 
파스토의 FMS 알고리즘이 물류센터 속으로 들어온 덕분이다. 주문이나 입출고 빈도 등을 모두 계산해 물건이 놓일 장소를 치밀하게 계산해 분류한다. 물품 현황과 위치 같은 정보는 센터 직원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덕분에 직원들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제품을 관리하고 출고를 통제할 수 있다. 이런 스마트한 설계는 파스토 용인1센터가 국내 첫 1등급 스마트물류센터 인증을 받을 수 있던 배경이었다. 김영근 경영지원실장은 “정부에서 심사할 때, 최신 IT 기술을 얼마나 설치했느냐만 따지기보단 작업자의 업무를 얼마나 효율화할 수 있고 연결돼 있는지를 꼼꼼히 체크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엔 오토스토어란 팻말이 달린 곳으로 이동했다. 이커머스업계가 분 단위, 초 단위 배송시간 경쟁을 벌이면서 물류센터는 자연스레 혁신의 격전지로 비화했다. 특히 두드러진 특징은 각종 첨단 IT 기술을 도입해 물류의 자동화를 꾀하고 있는 거다. 파스토 용인1센터의 오토스토어는 그런 기술을 집약한 공간이다.  
 

올해 2만개 셀러 확보 목표 

외관은 마치 물류들의 아파트처럼 보였다. 제품을 담은 상자가 수직으로 켜켜이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그 위엔 20개의 로봇이 정렬돼있었고, 쉼 없이 움직였다. 마치 인형뽑기 게임을 하듯 박스를 뽑아내 작업자에게 전달했다. 이 로봇이 특히 기특한 건 반출 빈도가 높은 제품일수록 더 높은 층에 쌓아둔다는 점이다. 로봇의 충전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건 물론, 어떤 제품을 더 빠르고 쉽게 꺼낼 수 있는지 AI를 통해 경험을 쌓는다.  
 
소형 물품 로봇 분류 시스템인 슈어소트도 파스토 용인1센터가 자랑하는 혁신 인프라다. 크기가 작은 제품을 주문별로 분류하거나 자동으로 합포장하는데, 시간당 2400개의 제품을 처리할 수 있다.
  
파스토 용인1센터의 오토스토어에서 로봇이 제품을 피킹하고 있다.[사진 파스토]
슈어쇼트 기계가 분주히 작동하는 대각선 동선에선 사람 대신 물건을 옮겨주는 물류 자동화 로봇인 AGV가 일사불란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언뜻 보면 로봇청소기처럼 생겼는데 무게가 상당할 것 같은 철제 수납장을 가뿐히 들어 운반했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무선으로 명령받고 척척 움직이는 AGV의 동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센터 곳곳엔 각종 친환경 포장재가 놓여있었는데,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4년차 스타트업 파스토가 대형 물류센터를 이처럼 풍부한 IT 인프라로 채운 건 순전히 고객의 편의를 위해서다. 소상공인, 1인 창업자, 소규모 창업자가 파스토에 물건을 맡기는 주요 고객인 만큼 제품의 성격도 ‘다품종 소량’일 수밖에 없다. 종류와 크기, 무게가 제각각인 제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빠르게 출고하기 위해선 최신 IT 기술과 솔루션이 필수다.  
 
현재 1만여 개의 셀러를 확보한 파스토는 올해 그 두 배가 넘는 2만개의 셀러를 이 편리한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김영근 경영지원실장은 “사장님들의 성장이 곧 파스토의 성장”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유통업체의 혁신 전쟁터로 비화한 풀필먼트 시장에서 파스토의 행보가 두드러지는 이유다. 작은 스타트업이 작은 쇼핑몰 사장님의 고민을 해결하면서 크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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