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곰, 고간지 만든 '브랜디드 콘텐츠'...소비자를 '찐 팬'으로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소비자가 브랜드를 찾을 수 있는 '콘텐츠' 제작하는 시대
상업적 메시지는 최소화하고 유쾌한 콘텐츠 중심으로
브랜드가 소비자의 길목을 지키던 시대는 갔다. 소비자가 스스로 브랜드를 찾을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브랜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다. 고객의 시간은 유한(有限)한데 그들의 시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전방위적으로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객들의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콘텐츠들은 차고 넘친다. 광고는 유튜브의 무료 콘텐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웹툰, 웹 소설, 심지어 게임 콘텐츠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더구나 인터넷상에 이용자들이 남긴 흔적을 추적해 필요한 구매자와 판매자를 정확히 연결하던 소위 맞춤형 광고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애플은 앱 추적 투명성을 높이며 광고주의 사용자 추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광고주들의 사용자 추적성을 어렵게 만들었고, 구글도 2023년 말부터 제삼자에 대한 쿠키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 한 바 있다.
이러한 소비자 환경의 변화를 이겨내기 위해 브랜드는 이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브랜드가 상업적 메시지가 최소화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고객이 브랜드가 만든 콘텐츠를 찾게 하며, 브랜드는 그들을 ‘찐 팬’으로 만드는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 시대가 오고 있다.
상업적 메시지는 최소화한 브랜디드 콘텐츠
하지만 코트에서의 워밍업이 끝나자, 그는 돌변한다. NBA 선수도 어려운 고도의 기술을 펼치며 농구코트의 있던 모든 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마치 오래된 홍콩배우 청룽영화 ‘취권’의 주정뱅이 사부가 술 취한 듯 비틀거리며 상대방을 압도하는 것을 농구로 보는 듯한데, 이건 화면 조작을 하고 서로 짜고 하는 무술이 아닌, 진짜 화려한 드리블을 그대로 보여주는 농구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노인은 NBA 역사상 최고의 드리블러로 평가받는 보스톤 셀틱스의 ‘카이리 어빙(Kyrie Irving)’이었다. 노인 분장을 한 당대 최고의 농구 선수가 출연한 4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해당 영상은 몇 년 전, 유튜브 기준 무려 5100만 뷰를 기록했던 팹시콜라의 브랜디드 콘텐츠 ‘엉클 드루’다. ‘펩시’없는 가장 성공한 펩시 광고로 알려진 이 영상의 성공에 힘입어 펩시는 이 스토리를 다시 장편 영화로 만들어 쏠쏠한 재미를 본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형태의 콘텐츠를 광고계에서는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한다. 브랜드의 이념이 들어 있지만, 관객에게 상업적 메시지는 푸쉬하지 않으며 완성도 높은 감동과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말한다. 관객은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이념에 동조화되고 브랜드는 고객을 팬덤으로 확보하며 지속적 관계를 만든다.
펩시의 사례가 드라마 형태의 브랜디드 콘텐츠라면, 우리나라의 브랜디드 콘텐츠는 예능프로 같은 형태가 새로운 트랜드다. GS25의 공식 유튜브 채널 ‘2리5너라’는 구독자가 92만 명인, 가장 예능에 진심인 편의점 채널이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브랜드 노출도 없고 고집스러운 정도로 예능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내에서는 디지털 콘텐츠로 호응 얻어
마켓컬리의 ‘일일칠-117’도 브랜디드 웹 예능의 성공 사례다. 여기에 들어가면 100만 조회 수의 콘텐츠가 수두룩하다. 어디에도 마켓컬리의 흔적이 없는, 출연진의 냉장고를 보여주면서 마켓컬리 제품을 살짝 노출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다. 누가 뭘 먹는지를 궁금해하는 시청자가 바로 마켓컬리의 타겟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콘텐츠는 유명 셀럽은 아니나 매회 다른 전문성을 가진 출연진이 등장하고 대부분이 SNS인플루언서들이라 이들의 팬덤들이 다시 구독자로 유입되고 있다.
롯데 홈쇼핑의 ‘벨리곰’은 브랜드가 만든 새로운 브랜디드 콘텐츠다. 2018년정도부터 모바일 커머스와 라이브 커머스가 유통의 화두가 되면서 기존의 홈쇼핑 채널은 중장년 여성들이 선호하는 유통 채널로 인식이 굳어가자 MZ세대에게 홈쇼핑 채널에서의 브랜드 경험을 새롭게 제안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벨리곰이라는 캐릭터 IP다. 벨리곰은 직업이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초기부터 이 곰의 정체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다. 이 귀여운 핑크색의 곰은 길거리에 나타나, 인형인 줄 알고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움직이며 다가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가 하면, 주말엔 소외당한 아이들을 위한 시설에서 이들과 같이하며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지난봄 롯데월드타워에서 전시된 벨리곰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만 200만명이 넘어, 주말엔 그야말로 이 일대가 인산인해가 된 적이 있다.
110만명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한 관련 SNS에 게시글이 2만여개가 올라왔으며, 롯데월드몰 일일 방문객도 해당 기간 30% 증가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 콘텐츠 역시 상업적 의도를 철저히 배제하고 롯데라는 브랜드를 접목을 시키기보다는 캐릭터 자체의 친근함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기획을 했다. 이렇게 확보된 팬덤을 기반으로 캐릭터 굿즈사업을 ‘벨리곰 닷컴’통해 시작했고, 엠블러라는 의류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고, 어프어프라는 디지털기기 액세서리 제조기업과 휴대폰 케이스, 그립톡 콜라보를 시작했다. 최근엔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최근 ‘D to C’ 자사몰을 통해 플랫폼들과 경쟁하는 브랜드들 역시 콘텐츠가 고객 유입의 핵심 전략이다. 마약 베개와 필터 샤워기를 히트시킨 블랭크 코퍼레이션이 만든 ‘고등학생 간지 대회’(이하 고간지)가 대표적이다. 10대 고등학생 중 패셔니스타를 뽑는 오디션으로 TV 오디션 프로그램 수준의 높은 완성 도로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브랜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간지’를 통해 우승한 유명 출연자들의 패션브랜드를 만들어주고 그들의 SNS를 통해 마케팅하는 등 비즈니스의 확장에도 도전했는데. 출연자 이창빈이 만든 ‘리차드빈’은 성공 사례로 무신사에 입점하기도 했다. ‘고간지’ IP의 확장에도 관심을 두고 ‘시골로 간 고간지’(시바고)등 고간지 외전을 만들어 브랜드 10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크게 만들어 브랭크의 팬덤을 늘리는 데 일조를 했다.
마인드 마이너로 알려진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의 ‘디지털 시대의 브랜딩은 알리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이제 브랜드는 소비자의 길목을 지키고 서서 보여주는 브랜딩의 시대는 갔다. 브랜드는 스스로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한다. 고객의 관심사를 상업적 목적이 아닌 수수한 진정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한 진정성은 알려지기보다 고객에게 발견되어 질 때 더 빛나기 때문이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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