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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와 교회의 투명성 [김형중 분산금융 톺아보기]

효율성보다 투명성 중요시하는 금융·교회에서는 블록체인 ‘스마트계약’ 유용해

 
[사진 게티이미지]
 
 
‘초대교회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크리스천들이 많다. 그런데 굳이 초대교회로 돌아가지 않아도 초대교회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블록체인의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이라는 첨단기술을 쓰면 된다. 일단 초대교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소위 초대교회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가 있다. 신약성경 사도행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집 있는 자는 팔아 그 판 것의 값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두자 그들이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누어 주니 그 중에 가난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그들의 소유를 팔아 얼마를 감추고 일부만 사도들의 발 앞에 두었다. 이에 베드로는 아나니아가 하나님께 거짓말을 했다고 질책하자 아나니아가 죽었다. 남편이 죽은 줄 모르고 세 시간쯤 후 삽비라가 들어와 베드로에게 거짓으로 답하고 난 후 역시 숨이 끊어졌다.
 
초대교회에서 서로 재물을 팔아 공유했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이어지더니 아니나니와 삽비라가 처분한 재산의 일부를 숨기고 나머지만 사도들 발 앞에 두었다가 죽었다는 스토리로 끝을 맺었다. 교회에서는 가끔 드는 예화가 연보에 손을 대면 그들처럼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연보에 부정하게 손을 댈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있다. 연보를 낼 때와 연보를 집행할 때 부정이 일어날 수 있다. 초대교회 당시에는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재산을 처분한 가격을 베드로가 알았을 것이다. 그 부부는 사실 집을 팔아 연보를 낸 선행을 하고도 죽음을 당했으니 억울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들이 나쁜 사람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아무튼 초대교회 성도들이 연보를 바치면 사도들이 투명하게 배분하여 공평하게 집행했다고 쓰여 있다.
 
교회에서는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죽음을 강조할 게 아니고 연보를 투명하게 관리한 사도들의 태도를 강조해야 한다. 아울러 사도들이 투명하게 연보를 관리하지 않았다면 그들도 아나니아와 삽비라처럼 벌을 받게 것이라고 강조해야 한다.
 
일부 교회에서 연보를 부정하게 집행하고 투명하게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사회적 질타를 받는 일이 있다. 그런 교회의 특징은 교회의 권한이 목사에게 집중되어 있고, 재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중세 교회는 더 심했다.
 

블록체인 활용하면 교회도 투명성 있게 관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다. 교인들이 암호화폐를 스마트계약 주소로 보내 연보를 내면 된다. 그렇게 하면 연보 내역이 투명하게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그래서 언제든 누구나 블록체인의 기록을 살필 수 있으니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다.
 
목회자가 필요한 금액만큼을 요청하면 스마트계약을 통해 즉시 목회자에게 코인을 보낸다. 그 기록 역시 블록체인에 쓰여져 투명하게 공개된다. 신도들도 필요하다면 마찬가지로 그리할 수 있고 그 기록 역시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그래서 회계감사가 사실상 불필요하다.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교회는 교회 재산을 목회자가 사유화하고, 그 재산과 교회를 자식에게 세습하며, 값싼 구원을 선포하고, 병자에게 안수기도한다며 몰래 거액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목사들의 조직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공고해졌고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면 이단으로 몰아 정죄하는 바리사이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모든 교회와 모든 목사가 그런 건 아니지만 크리스천들이 크리스천이라고 고백하는 걸 부끄러워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 운동에 불씨를 지핀 지 500년이 지났는데 다시 교회에 제2의 종교개혁이란 키워드가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온라인 예배와 온라인 헌금이 보편화되었다. 지식은 편재하고 권위는 사라지고 있다.
 
이어 마침 블록체인과 스마트계약이란 게 등장했다. 당장 이게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교인들이 코인을 사고, 지갑을 만들고, 이더스캔으로 블록체인을 체크하고, 코인을 전송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장애물은 이런 운동을 사탄의 짓이라고 공격하는 목회자들의 선동일 것이다. 그렇지만 깨어있는 성도들이 스마트계약을 개선하고, 국가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만들고, 스마트계약의 철학을 이해하는 날이 오면 마틴 루터조차 이루지 못한 투명하고 분권적인 초대교회의 모습이 회복될 것이다.
 
스마트계약을 이용하는 시스템은 중앙집권적 회계시스템에 비해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효율적인 중앙집중식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효율성보다 투명성을 중시하는 분권적 거버넌스를 선호하는 금융, 교회 등에서 스마트계약이 각광을 받을 수 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덕분에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2주만에 독일 전역에 퍼졌고, 그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이 사제들의 성경 독점의 고리를 끊어 종교개혁이 가능했다. 그러나 교회의 헌금 정보 독점은 마르틴 루터도 해결하지 못했다.
 
성경을 통해 한글을 깨우친 교인들이 개화기에 선도자의 역할을 했다. 지금 당장은 스마트계약이란 게 너무 어렵다고 불평할 지 모른다. 그렇지만 가까운 미래에 누구나 써야 하는 보편적 도구가 될 것이다. 그래서 교인들이 더 빨리 그런 도구에 친숙해지도록 교회가 도와야 한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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